참가인원 전년 대비 24% 증가
자유로운 질의응답, 하브루타 형식의 토론으로 생각 확장

백남학술정보관 주관으로 지난 5월 28일 ‘제4회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가 열렸다. 매년 참가인원이 증가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코로나19로 작년부터 다양한 교내 행사들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는 기존 대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형태로 재기획해 꾸준히 개최됐다.

 

▲제4회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기획했다. ⓒ김태랑 직원
▲제4회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기획했다. ⓒ김태랑 직원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는 2018년 국내 대학 최초 하브루타 방식의 토론대회로 기획됐다. 한양인 독서대축제 프로그램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대비한 통섭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각자의 주장을 관철해 승패를 가르는 토론 형태와 다르게 질문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회는 교육, 예선, 본선 과정을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진행된다. 이번 하브루타 지정도서로는 ‘바이러스 쇼크’와 ‘눈먼 자들의 도시’가 선정됐다. 총 72개 팀 중 최종 8개 팀이 본선에 진출하고 한양대 총장 명의의 상장과 장학금을 받는다. 이 중 대상을 수상한 '유일무이'팀과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수상한 '역지사지'팀을 만나봤다.

‘바이러스 쇼크’ 과학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유일무이 팀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는 2~4명이 팀을 구성해야 참가할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하고 싶지만 팀을 만들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작년부터는 1인 신청을 받아 주최 측에서 팀 매칭을 해주고 있다. 김태일(산업공학과 3) 씨와 손유성(행정학과 3) 씨도 이렇게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됐다.

 

▲김태일(산업공학과 3) 씨와 손유성(행정학과 3) 씨는 주최 측에서 연결해준 팀으로 이공계 인문계 혼합이라는 특징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김태랑 직원
▲김태일(산업공학과 3) 씨와 손유성(행정학과 3) 씨는 주최 측에서 연결해준 팀으로 이공계 인문계 혼합이라는 특징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김태랑 직원

김 씨와 손 씨는 '바이러스 쇼크'를 선정했다. 유일무이 팀의 특징은 이공계열과 인문계열 혼합 팀이라는 점이다. 이 덕분에 과학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두 가지로 나눠 접근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인간 유전자 조작'과 '사회 갈등'에 관한 두 개의 큰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발표를 구성했다. '코로나19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인간 유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공계인 김 씨가 맡아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 유전자 조작의 한계에 대한 답변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은 심해졌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에는 손 씨가 심화된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비대면 소통 플랫폼 기반에 존재하는 확증 편향을 들어 설명했다.

 

▲유일무이 팀은 발표를 준비하며 최근 심화된 사회 갈등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생각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헀다. ⓒ김태랑 직원
▲유일무이 팀은 발표를 준비하며 최근 심화된 사회 갈등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생각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헀다. ⓒ김태랑 직원

유일무이 팀은 대회 당일 있을 질문에 대비한 답변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발표를 듣고 할 질문을 예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본선 발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라이브로 청중들이 질문하며 참여했다. 김 씨와 손 씨는 적극적으로 질문해준 청중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도, 실제 관중이 있어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김 씨와 손 씨는 한쪽의 의견이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 일반 토론 대회와 다르게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하브루타 형식의 장점으로 꼽았다. 나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 없이 자유롭게 진리를 찾고자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뜻깊었다고 얘기했다.

역지사지 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고심까지

천지인, 한지수(이상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 씨로 구성된 역지사지 팀은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선택했다.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기호학'을 적용하면 더 풍부한 해석과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설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도 함께 관람하며, 책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책과 영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와 '우리 사회에 책 내용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등의 고민을 지속했다. 그들은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관련 사회적 이슈나 철학적 개념까지 연결 짓고자 했다. 도출된 논제에 관한 의견을 서로 펼칠 때도 '잘못된 의견', '틀린 의견'이 아니라 이해하고 보충해주는 느낌을 받아 일반적인 토론과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역지사지 팀은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눈이 멀었다는 표현의 이중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에 소품과 시력 검사표를 이용해 발표를 흥미롭게 이끌어나갔다. ⓒ김태랑 직원
▲역지사지 팀은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눈이 멀었다는 표현의 이중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에 소품과 시력 검사표를 이용해 발표를 흥미롭게 이끌어나갔다. ⓒ김태랑 직원

눈이 멀었을 때 비로소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인물들을 보며 그들은 '눈이 멀었다'라는 표현의 이중성에 주목했다. 이를 발표에서 시력 검사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실제 우리 사회의 약자들, 언어의 낙인찍기, 침묵의 나선 이론 등 '왜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가'에 관한 다양한 이론도 다뤘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혹은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다 보니 표현에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천 씨는 최대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찾아 청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고 말했다.

'거시적으로는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미시적으로는 오늘 이 대회처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천 씨가 꼽은 토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이들은 당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 앞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동의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태랑 학술기획운영팀 대리는 하브루타 대회를 대학 생활 속 하나의 추억이자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김태랑 직원
▲김태랑 학술기획운영팀 대리는 하브루타 대회를 대학 생활 속 하나의 추억이자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김태랑 직원

대회 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많았던 대회 참가 이유는 '토론에 대한 관심', '대학 생활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김태랑 백남학술정보관 학술기획운영팀 대리는 코로나 시대에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온라인으로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음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토론 대회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김 직원은 하브루타 디베이트 대회는 상대의 생각을 듣고 얼마나 깊은 질문들을 던지며 생각을 확장했는가에 중점을 둔다며 도전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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