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레드벨벳, 에스파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작업
"작사가들 사이에 '좋은 선례'로 남고 싶어"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동원된다. 가수부터 프로듀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그리고 곡에 이야기를 더하는 작사가까지. 작사가 조윤경(국어국문학과 03) 씨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가수의 곡을 작업했다.

 

▲ 조윤경(국어국문학과 03) 씨는 "오래 호흡을 맞춘 아티스트의 성장이 매 앨범마다 느껴질 때가 제일 뿌듯하고, 그 아티스트를 존경하게 된다"고 말했다. ⓒ 조윤경 동문 
▲ 조윤경(국어국문학과 03) 씨는 "오래 호흡을 맞춘 아티스트의 성장이 매 앨범마다 느껴질 때가 제일 뿌듯하고, 그 아티스트를 존경하게 된다"고 말했다. ⓒ 조윤경 동문 

아이돌 가수 신화의 팬에서 ‘올해의 작사가’가 되기까지

조 씨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아이돌 가수 신화의 팬이었다. 앨범을 구매했고, 앨범에 들어있는 ‘오디션 응모 안내’를 읽고 작사가 부문에 지원했다. 조 씨는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작사가라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첫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 씨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조 씨는 “작사가 부문에 지원했는데, 그걸 보고 회사에서 연락을 줘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엠빠’라는 말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을 뜻하는 단어다. 조 씨는 본인을 ‘스엠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사가를 꿈꾸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며 “내가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씨는 가수 보아의 ‘Listen to My Heart’로 데뷔해 수많은 아이돌의 곡에 이야기를 더했다.

 

▲ 조 씨가 작사한 곡의 앨범 커버다. 조 씨는 수많은 곡을 작사하며 '2017 가온차트 K-POP 어워드'에서 '올해의 작사가' 상을 받기도 했다. ⓒ 김수지 기자 
▲ 조 씨가 작사한 곡의 앨범 커버다. 조 씨는 수많은 곡을 작사하며 '2017 가온차트 K-POP 어워드'에서 '올해의 작사가' 상을 받기도 했다. ⓒ 김수지 기자 

가사 하나가 채택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 씨는 “가수의 회사에서 가이드 녹음 파일을 받고, 그것을 들으며 가사를 입히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다양한 작사가에게 받은 복수의 시안(가사) 중에서 가장 적합한 시안을 채택한다. 작사가의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조 씨는 이와 관련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는 “작사 작업을 오래 했지만, 처음 시작할 때처럼 지금도 똑같이 회사의 의뢰를 받고 곡에 맞춰 작업해서 보낸다”며 “때때로 슬럼프를 겪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내가 보낸 가사가 채택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짝 신난다”고 말했다.

평소 조 씨는 일상 동선에서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메모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사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 받은 곡에 어울리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 속의 이야기를 작사한 곡으로 아스트로의 ‘전화해’를 선정했다. 조 씨는 “연인이 각자의 집에서 잠들기 전에 편하게 전화로 일상을 얘기하는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사 작성과 더불어 시트콤, 웹드라마의 작가 그리고 책 출판

조 씨는 가사 작성 외에도 시트콤, 웹드라마의 작가로서 활동하며 책 <너의 세상으로>를 출판하기도 했다. 다양한 글을 작성하고 있는 조 씨는 그 계기로 대학생 때의 인턴을 말했다. 그는 “인턴 중에 한 드라마 작가가 나한테 방송작가를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인턴을 그만두고 MBC 시트콤의 막내 작가로 취업했었다”고 말했다. 일이 잘 풀릴 수 있던 이유로 그는 “운이 좋은 것도 맞는데, 주어진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며 “재능이 엄청나거나 머리가 좋은 쪽이 아닌 걸 스스로가 아니까 책상에서 오래 버티면서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조 씨가 출판한 책 는 작사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극사실주의로 담은 자전적 판타지 소설이다. ⓒ 출판사 하빌리스 
▲ 조 씨가 출판한 책 는 작사가의 라이프스타일을 극사실주의로 담은 자전적 판타지 소설이다. ⓒ 출판사 하빌리스 

작사가라는 직업에 대해 조 씨는 “겉으로 보기엔 영감과 감성으로 덮인 일처럼 보이겠지만, 막상 직업으로 삼으려면 감성보다는 성실함과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성은 실체가 없고, 오래 버티는 데에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사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 씨는 “감성은 에너지원일 뿐이고, 엔진 본체는 의지와 성실함이라는 걸 꼭 되새겨 줬으면 한다”며 “버티다 보면 늦더라도 기회가 오고, 그동안의 노력은 내 안에 남아있으니 정말로 노력했다면 그 노력을 전적으로 믿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 씨는 “이 일을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지금과 같은 K-POP 작사가 시스템이 생긴 역사가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조 씨는 “아무래도 10·20대 아이돌이 부르는 곡에 가사를 입히는 작업이다 보니 서른이 넘으면 감이 떨어져 일을 못할 줄 알았다”며 “근데 서른은 빠르게 다가왔고, 나는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역으로 초대한 오래 버텨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그래야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작가님들도 ‘아, 오래 할 수 있는 작업이구나’라고 믿고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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