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한정성과 '향수 마케팅'으로 인한 '패션 복고'
Y2K 패션의 유행은 쭉 이어질 것

벨벳 소재의 트레이닝 복 세트,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티 그리고 일명 ‘곱창 밴드(둥글고 기다란 도넛 모양의 천 속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 머리 끈)’라 불리는 스크런치까지. 다양한 ‘Y2K 패션’ 아이템들이 20여년의 세월을 거쳐 다시 대중에게 돌아왔다.

▲ 백은수 의류학과 교수

Y2K(Year 2 Kilo)는 컴퓨터가 2000년 이후의 연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결함인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를 뜻하는 것으로, 1990년대 말 혼란스러웠던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다. 따라서 Y2K 패션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패션 트렌드를 의미한다. 22년이 지난 지금, 왜 Y2K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지 백은수 의류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Y2K 패션의 특징은 과감한 노출과 반짝이는 소재에서 오는 시각적 화려함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패션 기업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살린 의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백 교수는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미우미우(MIU MIU)’의 2022년 S/S (Spring/Summer) 패션 컬렉션에서도 허리 라인을 한층 더 낮게 하고, 스커트 길이를 짧게 만든 제품들을 선보였다”며 “흔히 배꼽까지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진 크롭티도 총 기장을 더 짧게 해 허리까지 드러내는 ‘미드리프(midriff)’ 스타일로 새롭게 소개됐다”고 트렌드를 설명했다.

▲ 현재 전 세계의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도 Y2K 스타일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현재 전 세계의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도 Y2K 스타일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백 교수는 이런 트렌드를 단순히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Newtro, 새로움을 뜻하는 'New'에 'Retro'의 'tro'가 더해진 합성어)’로 바라봤다. 과거의 유행이 이전의 것 그대로가 아닌 현 세대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행은 대략 20년 주기로 돌아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백 교수는 유행의 한정성과 ‘향수 마케팅’을 선정했다.

백 교수는 “유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패션 아이템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 역시 한정적이다”며 “한정성으로 인해 기존의 것을 토대로 약간의 변화가 가미되는 방식으로 뉴트로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레트로 트렌드를 활용한 향수(鄕愁) 마케팅은 1020세대부터 4050세대를 모두 겨냥할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다. 백 교수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소비력이 생긴 4050세대 소비자들의 향수는 주로 10대에서 20대 시절의 추억에 기반한다”며 “학계에서는 이들을 공략하고자 하는 마케터들의 전략으로 인해 유행의 주기가 자연스레 20년이 됐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일반적으로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와 SNS의 주 이용층인 1020세대의 경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거의 콘텐츠를 쉽게 접하고 소비함으로써 자연스레 ‘뉴트로’에 녹아들게 되는 것이다.

▲ 다양한 K-POP 연예인들도 Y2K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 사진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다양한 K-POP 연예인들도 Y2K 패션 아이템을 착용한 사진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작년부터 시작된 Y2K 패션의 유행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백 교수는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유행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유행에 뒤처지기 어려운 환경이다”며 “따라서 이제는 개개인이 자신의 자아와 가치관을 반영해 개성을 뽐내면서도, Y2K 패션을 다른 트렌드와 다양하게 조합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며 현 시류의 특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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