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펩타이드 개발
치료는 물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결과 도출이 가장 큰 성과
“매일의 연구와 학생들과의 대화와 토론이 성공의 원동력”

최제민 생명과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지난해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펩타이드(아미노산의 중합체)를 개발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공격해야 할 면역체계가 우리 몸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 척수, 시신경 등의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만성질환이며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최 교수의 이번 연구는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최 교수와 그의 세포면역학 연구실(Cellular Immunology Lab)의 성과에 대해 알아봤다.

 

▲ 최제민 생명과학과 교수(뒷줄 왼쪽 세번째)와 그가 이끄는 세포면역학 연구실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줄이는 조절 T세포 유도 펩타이드를 개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 최제민 교수
▲ 최제민 생명과학과 교수(뒷줄 왼쪽 세번째)와 그가 이끄는 세포면역학 연구실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줄이는 조절 T세포 유도 펩타이드를 개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 최제민 교수

T세포는 흉선에서 유래하는 림프구로, 면역에서 기억능력을 가지며 항체 생성을 돕는다. 병원균이 침투하면 특정 항원을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면역 작용을 조절하는 조절 T세포가 줄어 있는 상태라 이를 증가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연구팀은 조절 T세포에 다량 존재하는 단백질 CLTA-4에, 세포막을 잘 통과할 수 있는 아미노산 서열을 연결한 펩타이드를 설계했다. 실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생쥐 모델에 이 펩타이드를 투여하자 생체 내에서 조절 T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 최 교수 팀의 연구 결과가 2021년 7월 21일 Advanced Science 제 14호 표지로 선정됐다. CTLA-4 펩타이드가 T세포에 전달되면 조절 T세포(그림에서 날개 달린 천사)로 분화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TH17세포(그림에서 날개 달린 악마)의 염증반응을 조절, 다발성 경화증의 병증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 최제민 교수
▲ 최 교수 팀의 연구 결과가 2021년 7월 21일 Advanced Science 제 14호 표지로 선정됐다. CTLA-4 펩타이드가 T세포에 전달되면 조절 T세포(그림에서 날개 달린 천사)로 분화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TH17세포(그림에서 날개 달린 악마)의 염증반응을 조절, 다발성 경화증의 병증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 최제민 교수

최 교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물론, 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조절 T세포를 증가시키는 약물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은 높으나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빨리 임상실험을 거쳐 실제로 투여할 수 있는 신약으로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172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에 게재되었으며 표지로 선정됐다.

오랜 시간 T세포 관련 면역기전, 면역조절 신약에 대한 연구를 해온 최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고 면역작용을 정확히 이해해 질병을 극복해보겠다는 순수한 동기였다고 연구 시작 계기를 밝혔다. 2019년에는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인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규명했다. 방관자 T세포는 항원을 인식하지 않아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 교수는 T세포가 방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에도 방관자 T세포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최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 회원으로 선정됐, 조선일보-한림원 선정 세계적 젊은 과학자 6인에 속할 수 있었다.

 

▲ 최 교수는 방관자 T세포의 신경세포 공격 기전(위의 그림)을 규명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 회원으로 선정됐고, 조선일보-한림원 선정 세계적 젊은 과학자 6인에 속했다. ⓒ 최제민 교수
▲ 최 교수는 방관자 T세포의 신경세포 공격 기전(위의 그림)을 규명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 회원으로 선정됐고, 조선일보-한림원 선정 세계적 젊은 과학자 6인에 속했다. ⓒ 최제민 교수

최 교수는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이뤄낸 일등공신으로 매일의 연구와 대학원생들과의 토론을 꼽았다. 그 중심에는 최 교수가 이끄는 세포면역학 연구실(Cellular Immunology Lab)이 있다. 세포면역학 연구실은 다양한 질병에서의 면역반응과 면역조절의 분자 및 세포 기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 외에도 폐암 전이 억제, 아토피 치료 연구 등에서도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 교수는 연구와 실험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해외 경험을 쌓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연구팀은 AAI Trainee Award, 국제사이토카인학회 Oral Presentation Award, 대한면역학회 우수 연제상, 차세대과학자상 등을 비롯해 국내외 학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최 교수는 “굉장히 생산적인 연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하는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해서 다행이고 늘 고맙다”고 덧붙였다.

▲ 최 교수는 세포면역학 연구실 학생들과의 대화와 토론이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최제민 교수
▲ 최 교수는 세포면역학 연구실 학생들과의 대화와 토론이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최제민 교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큰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가면역질환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신약 개발이다기회가 된다면 직접 회사를 창업해서 면역치료에 관련된 신약을 개발하는 동시에 바로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같은 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과학자는 한마디로 반항아입니다. 기존 지식에 대해 그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새로운 사실을 증명하는데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죠. 남의 생각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하고, 설령 그 선택에 결과적으로 실패가 있더라도 거기에서 배우고 다시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과학자입니다.”

한양인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한양인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 뜨거운 가슴으로 꿈을 가지고 용기 내어 도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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