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어로 된 오리지널 작품을 번역하였다는 데 큰 의의

▲연극영화학과 김미혜 명예교수
▲연극영화학과 김미혜 명예교수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김미혜 명예교수가 헨리크 입센(이하 입센)의 희곡 전 작품을 번역한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 전집』을 출간했다. 김 교수는 2010년에 입센 평전 <모던 연극의 초석 헨리크 입센>을 출간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 입센을 논할 때에는 김 교수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름난 입센 전문가로 꼽힌다.

입센은 1828년에 태어나 1906년에 서거할 때까지 모두 25편의 희곡 작품을 남겼지만 단막시극 <전사의 무덤(Kœmpehøjend)>과 3막의 동화희극 <한여름 밤(Sancthansnatten)>은 자신의 전집에 넣는 것을 꺼렸기에 이번 전집에도 이 두 작품을 제외한 23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이번 전집의 목차는 1권 <카틸리나, 솔하우그에서의 잔치, 외스테로트의 잉게르 부인>, 2권 <헬겔란의 영웅들, 사랑의 희극>, 3권 <왕위 주장자들, 브란>, 4권 <페르 귄트, 청년동맹>, 5권 <황제와 갈릴리 사람>, 6권 <사회의 기둥들, 인형의 집>, 7권 <유령, 민중의 적, 들오리>, 8권 <로스메르스홀름, 바다에서 온 여인>, 9권 <헤다 가블레르, 대건축가 솔네스>, 10권 <어린 에욜프,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우리 죽어 깨어날 때>로 구성되어 있다. 전집에 수록된 작품은 총 22 작품이지만, <황제와 갈릴리 사람>는 2부로 나뉘어있고 각기 다른 제목이 붙어있어 두 편으로 보면 모두 23 작품이다.

김 교수는 2007년부터 입센 작품에 대한 번역을 시작했으며 전집이 출간된 올해는 그가 번역을 시작한 지 15년째 되는 해이다. 그는 입센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노르웨이어를 공부하였다. 이번 전집은 시중에 나와 있는 여타 입센 번역 작품과 달리 노르웨이어로 된 입센의 오리지널 작품을 번역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는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여 이전 저서인 <모던 연구의 초석, 헨리크 입센>을 집필할 때는 영어와 독일어로 된 입센의 작품을 참조하였으나 입센의 작품을 원어로 읽고 싶어 노르웨이어 공부를 시작, 마침내 노르웨이에서 구입해 온 입센의 오리지널 작품을 번역하게 되었다고 한다.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 전집』, 지은이: 헨리크 입센, 옮긴이: 김미혜, 2022, 연극과인간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 전집』, 지은이: 헨리크 입센, 옮긴이: 김미혜, 2022, 연극과인간

김 교수는 입센과의 인연에 대해 그가 한국연극학회 회장이었던 2006년, 베를린에서 열린 입센 서거 10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입센의 작품을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바꿔서 올리는 세계 각국의 사례 발표를 보고서 한국으로 돌아와 입센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 이후로 노르웨이를 몇 차례 다녀오며 저서 <모던 연구의 초석, 헨리크 입센>(2010, 연극과인간)을 집필했으며 입센의 <헤다 가블레르>, <사회의 기둥들>, <유령>, <왕위 주장자들>을 번역하여 무대에 올리고 드라마투르그로도 참여하면서 입센 전문가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김 교수는 평소 입센에 대한 생각으로, 해외에서 입센을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언급하며 “물론 2500년 동안 희곡을 써온 나라들과 100년밖에 안 되는 나라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입센은 우리가 모던으로 오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산”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번역 전집을 집필한 계기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전집은 여럿 나와 있는데 입센 역시 우리가 꼭 알아야 되는 극작가라는 생각으로 한국어 번역 전집을 내기로 결심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극작가들, 그리고 극작가 지망생들이 입센의 드라마에서 배우는 바가 있기를, 또 그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작품들이 무대화됨으로써 한국 무대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지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헨리크 입센은 1850년 필명으로 발표된 <카틸리나>로 극작가로 데뷔했으며 ‘3막의 극적 에필로그’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죽어 깨어날 때>(1899)까지 반세기에 걸쳐 1편의 단막극을 포함하여 모두 25편의 희곡을 썼다. 이후 자의적 망명으로 1864년부터 27년간 이탈리아와 독일에 머무르며 그 기간 동안 노르웨이의 지방성을 극복해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그는 조국이 스웨덴의 지배하에 있었고 민도가 낮았던 당시에 신이 자신에게 부과한 소명이 “바로 민중을 일깨우고 크게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 굳게 믿었고 그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작가로서 평생 투쟁했다. 입센의 대표작들로는 <페르 귄트>(1867), <인형의 집>, <유령>(1881), <민중의 적>(1882) 등이 거명되고 있으며 어느 작품에서든 한 개인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 삶에서의 모토와 원칙을 고수하려는 치열한 투쟁을 읽어낼 수 있다. 입센은 현재까지도 노르웨이가 가장 자랑하는 시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역자인 김 교수는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연극학 전공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사무국장, 한국연극학회 회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괴테 페스티벌>(예술의 전당, 1999), <테러리스트 햄릿>(국립극단, 2007), <마라/사드>(서울시극단, 2009), <우어 파우스트>(명동예술국장, 2011), <아마데우스>(명동예술극장, 2011), <사회의 기둥들>(LG아트센터, 2014) 등의 드라마투르크 작업, <해변의 카프카>(2013)의 연출을 했다.

저서로는 <20세기 전반기 유럽의 연출가들>(공저, 2001), <20세기의 위대한 연극인들>(2005), <(이론과 실제: 텍스트에서 공연까지) 대본분석>(2008), <(모던 연극의 초석) 헨리크 입센>(2010), <드라마투르기적 연출의 실제>(2014), <브로드웨이를 넘어>(2018)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아방가르드 연극의 흐름>(1997), <20세기 연극>(2004), <부조리극>(2005), <고스트 라이트>(2012), <미국의 아방가르드 연극>(2015) 등과 외에도 브레히트를 비롯한 여러 극작가들의 희곡을 번역하여 한국 연극의 레퍼토리를 다변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또한 영어권의 대학과 도서관 배포 목적으로 한국에서의 서양연극 수용에 대한 'Acts and Scenes(2013)'를 영어로 출간하였고, 총 8권의 한국문학작품들(시, 소설, 희곡 등)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독일 현지에서 출간하였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들인 <헤다 가블레르>(2012, 명동예술극장), <사회의 기둥들>(2014, LG 아트센터), <왕위주장자들>(2017, 서울시극단)이 김 교수의 현대적 번역으로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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