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주 교수(의대·의학)

'선진국에 전파될 위험은 적다. 하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

 

지난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강 부근 마을에서 처음 발생한 바이러스. 바로 최근 서부 아프리카 기니에서 재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318명이 감염돼 28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2000년에는 우간다에서 425명이 감염돼 224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인류의 주적 에볼라 바이러스. 신문 읽어주는 교수님 그 열한 번째. 우리대학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의대·의학)가 설명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이야기다.

 

에볼라 바이러스, 너는 누구냐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급성 열성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자이르형, 수단형, 레스턴형, 코트디부아르형, 분디부교형의 5가지 아형(대체로 공유하는 성질을 지니면서 일부분에서 차이를 가지는 여러 형질)으로 구분된다. 모든 아형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고 강력한 종류는 자이르형. 아직 정확한 숙주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쥐를 유력한 바이러스 이동의 매개체로 추정한다. 바이러스나 병원균을 옮기는 동물은 보통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적은 깊은 숲 속에 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숲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감염 동물의 사체와 음식물 접촉, 감염자의 체액 등이 주 감염 경로다.

 

금년 에볼라 바이러스 재앙의 최초 발원지는 기니의 두 살배기 남자아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6일 기니 남동부의 국경 마을 '구에케도우'에서 숨진 두 살 남아가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숨졌다. 일주일 뒤 남자아이의 엄마와 세 살짜리 누나, 할머니까지 차례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고열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지역이 국경 근처였다는 점이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전례 없이 빠르게 확산시킨 이유 중 하나다. 배 교수는 "도시는 비교적 숙주의 체액에 접촉할 가능성이 낮다"며 "동물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열대지방의 시골지역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시작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짧게는 3일 길게는 3주간의 잠복기를 거친다. 그 후 심한 두통, 발열, 근육통, 오심, 구토가 나타난다. 발열이 지속되면서 설사가 발생하고, 기침을 동반한 가슴 통증도 수반된다. 또 전신에 기운이 없어지고,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 후 5~7일째에 피부발진이 나타나고 이후 피부가 벗겨진다. 피부와 점막에서 심한 출혈이 발생한다. 발병 후 8~9일째 대부분 사망에 이른다. 회복하는 경우에는 발병 10~12일 후부터 열이 내리고 증상이 호전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재발병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높은 치사율로 인해 '죽음의 바이러스'라고 불린다. WHO는 지난 11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1975명 중 106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약 54% 치사율을 보인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를 배가하고 있다. 배 교수는 "재발병 할 경우 더욱 심한 중증으로 나타난다"며 "기존 혈청에 대한 저항성, 면역 반응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대표적으로 '천연두'가 강력한 전파 질환"이라며 "천연두 백신이 발견되기 이전 치사율이 30%인 점을 미뤄보아 50%가 넘는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 바이러스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ZMapp'의 등장, '바이러스와의 전쟁'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와 봉사자의 병세를 극적으로 호전시킨 것으로 알려진 '신비의 세럼(Serum)'이라고 불린 'ZMapp(지맵)'. '제트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의 맵(Mapp) 바이오제약사가 개발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물을 인체에 직접 투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치료 방법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임상시험 약물의 사용을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정적 사용'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 아직 '지맵'은 임상실험을 거친 치료제는 아니지만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증명됐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 8마리 중 감염 48시간 이내에 투약한 4마리는 모두 생존했다. 48시간 후 치료제를 주사한 원숭이는 2마리만이 살아남았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1976년 최초로 발생했지만 수익성 문제로 개발이 늦어졌다. 제약회사도 수익을 우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류애에 호소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맵 바이오제약은 미국국립보건원(NIH) 및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지맵'은 에볼라 감염을 차단하는 백신이 아니다. 감염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제의 일종이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치료에 그친 한계가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실험용 쥐의 항체에서 추출해 만든 것이다. '지맵'의 핵심은 담배과 식물인 니코티아나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또 '지맵'은 단세포군항체이다. 단세포군항체란 특정 타깃 항원을 찾아다니며 저항하는 '게릴라' 항체를 가리킨다. 항원이란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한 경우,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우리가 맞는 예방 주사의 경우 아주 약한 항원을 몸에 주입해 생성하는 항체를 유도한다. 항체란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체내에서 생성한 면역체계라고 할 수 있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 특화된 3개의 항체를 모은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입한 쥐의 피를 분석해 가장 두드러진 증상을 모아 치료제를 만든 것이다. 배 교수는 "'지맵'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쥐와 원숭이 등에서 보인 효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리라는 확신이 없다"며 "하지만 에볼라는 치사율이 극히 높기 때문에 투약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9월쯤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7월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가 시판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지원도 늘고 있다. 세계은행은 2억 달러(약 2058억 원), 유럽연합(EU)는 기존 190만유로(약 26억 원)에 200만 유로를 추가 지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억 달러를 아프리카 긴급대응 자금으로, 한국 정부도 50만 달러(약 5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이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선진국에 전파될 위험은 적지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어'


최근 인천공항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했거나 경유한 여객을 상대로 검역을 강화했다. 검역 신고서를 살펴 설사나 배탈이 났는지, 최근 체온이 급격히 상승한 적이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에볼라 공포'가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아직 적단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세계 인구 수 중에 천여 명이 감염됐다. 또 호흡기로 퍼지는 독감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파성이 떨어진다. 에볼라 바이러스 체액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는 전파력이 없다.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는 거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세계를 강타한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 Coronavirus), 인플루엔자(Influenza)처럼 대륙간 전파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리고 높은 치사율로 인해 숙주가 사망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지기 힘든 상황이다. 배 교수는 "감기 같은 질병은 숙주가 심한 질병으로 사망하지 않고, 또 호흡기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이라며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와 같은 요인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적인 유행을 가져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나라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다면 전염을 막기 위해 서울의료원 등 격리병동을 갖춘 국립병원에서 치료할 것이다. 배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격리가 어려운 병이 아니"라며 "우리대학 병원 수준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덕성여대에서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열었다. 덕성여대 총장은 이 대회에 참가하는 나이지리아 학생 3명의 참가를 취소한다고 전했다. 많은 여론과 국민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방증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의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8월 4일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50여 개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이 참석하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미국을 찾는 인원이 상당할 터. 덕성여대의 참가취소 결정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배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아직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세계정세에 귀 기울이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슬옹 학생기자 kjkj346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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