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5색 교수의 방학 이야기

방학의 의미를 묻다

 

그 어느해보다도 뜨거웠던 올 여름의 더위도 조금씩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방학을 보낸 학생들은 이제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이 어떻게 방학을 보냈는지 서로 물어볼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낼 동안 교수는 어떻게 방학을 보냈을까. 여름의 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8월의 어느 날, 다섯 명의 교수가 각자의 방학 이야기를 들려줬다.

 

   

 

Q.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A. 저는 방학 때도 강의를 하고 있어요. 건축학부 5학년 학생들은 9월이 되면 졸업전시를 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해요. 또 얼마전까지는 온라인으로 공개될 건축공간론 강의를 촬영했고요. 원래는 강의 자료로 쓸 사진을 찍으러 미국에 갈 계획이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물 두 곳이 내년까지 보수공사를 한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위약금을 많이 물고 비행기표를 취소했어요. 사람은 역시 성급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인문학적 건축학’ 강의가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강의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인문학적 건축학 수업은 사진을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제가 찍은 사진을 가장 중요한 강의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매 순간이 강의 준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지금까지 휴가를 보내셨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A.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멕시코시티요. 우선 도시의 역사적인 배경이 굉장히 멋져 보였어요. 우리보다 생활수준은 조금 낮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 곳 사람들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요. 거리에 매연이 엄청 심한데도 사람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정말 신기했어요. 지금도 디젤 자동차 매연 냄새를 맡으면 멕시코시티 생각이 나네요.

 

Q. 건축학부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이 방학 중에 꼭 가봤으면 하는 곳이 있나요?

 

A.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외국을 나가는 것 보다는 서울을 무작정 두 발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걸어다니면서 숨겨진 우리 사회의 이면을 찾아보는 거죠.

 

   

 

Q.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A. 저는 시민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합니다. 물론 평소에도 봉사는 꾸준히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학에는 조금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죠.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여름철 더위로 고생하는 어르신들께 선풍기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잘 이뤄질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 휴가란 무엇인가요?

 

A. 따로 시간을 내서 휴가를 간 적은 거의 없지만 언제나 제 삶을 휴가처럼 여기고 있어요. 방학에도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휴가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경험이나 장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저에게는 귀중한 시간이에요.

 

Q. 지금 바로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A.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사흘쯤 지내다 오고 싶어요. 일을 좋아하는 제 성격 탓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항상 꿈꾸면서도 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제가 숲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어요.

 

Q. 방학 중에 연구활동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저는 마케팅을 35년동안 가르쳐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은 제 머릿속에 있어요. 하지만 마케팅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케팅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세상의 트렌드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야해요. 마케팅은 항상 앞서나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례들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기 중과 방학 중의 연구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이 마케팅을 연구하는 사람의 숙명이기도 하고요.

 

   

 

Q.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A. 저는 지난 1년간 연구년을 보냈어요. 특별한 계획 없이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스스로를 방목한 시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구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이나 많이 놀러다녔죠. 이번 여름에는 탄자니아에 있는 킬리만자로산에 다녀왔어요. 아직도 만년설이 있어 멋있는 곳이지만 정말 힘들어서 또 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Q. 남은 방학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A. 제 삶의 목표가 정년퇴임 전에 책 100권을 쓰는 거에요. 지금까지 70권 정도 썼는데 5년 정도 더 노력하면 100권째 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시집을 준비하고 있고요. 또 1년동안 강의를 쉬다가 다시 하게 됐는데, 학생들에게 어떤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을지,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하는 시간으로 채우려 합니다.

 

Q. 날씨가 굉장히 덥습니다.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A. 더울 때는 연구실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요.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 학생들이 몸이 많이 망가져서 신체나이가 60대가 넘는 '애늙은이'가 많은 것 같아요. 몸이 부실하니까 마음도 불안해지고 건강한 생각을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도 운동을 통해서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Q. 떠나는 것,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무엇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것을 머리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행동으로 옮기기가 참으로 어려워요. 생각해야 될 변수가 많고 복잡해질수록 결단을 하지 못하게 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거에요. 그래서 무엇인가 느낌이 왔을 때 저지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되면 나중에 다시 도전하면 되잖아요. 너무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도전을 주저하면 결국엔 주저앉게 돼요.

 

   

 

Q.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A. 저는 방학 때마다 건축답사를 가요. 여행과 건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저는 단순히 건물을 보러가는 것보다는 세계의 변화하는 문화를 체험하는데 의미를 둬요. 이번에는 북유럽쪽으로 다녀왔어요. 스톡홀름에서 출발해서 오슬로를 거쳐, 코펜하겐으로 가는 여정이었는데 중간에 있는 작은 도시를 모두 거치며 3000장 넘는 사진을 찍었어요.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면서 북유럽 사람들이 왜 그 추운 곳에서도 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 밀도가 높지 않다보니 상당히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Q. 이번 답사에서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A. 이번 답사 때 아이슬란드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못갔어요.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날씨가 굉장히 자주 바뀐다고 해요. 하루 동안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낮에는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더웠다가도 밤이 되면 다시 추워질 정도로 일교차도 크고요. 그런 날씨의 변화에 건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싶어요.

 

Q. 대학 다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A. 2학년 때, 후배와 30일간 전국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원래는 열흘동안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여행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집에 가기 싫었던거죠. 집에 돌아와서는 부모님께 정말 많이 혼났지만 그래도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휴가는 어떤 모습인가요?

 

A. 휴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진정한 휴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해요. 저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이 여행과 휴가의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행이나 답사를 갈 때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짜지는 않아요.

 

   

 

Q. 이번 방학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A. 그 동안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5년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9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고, 학기 중에는 집필하지 못했던 논문이나 원고도 방학 중에 집중적으로 쓰고 있어요. 학기 중에는 강의도 해야되고 학과의 일도 처리해야 하다보니 연구를 하기 쉽지 않네요.

 

Q. 학부시절에는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A. 제가 69학번이에요. 그 때는 사회참여에 정신이 없었죠. 요즘 학생들이 가는 농활을 예전에는 농촌계몽이라고 불렀어요. 직접 시골에 가서 농민들과 함께 일도 하고, 토론도 했어요. 밤이 되면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을 모아두고 야학교실도 열었고요. 지금 학생들이 보내는 방학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40년도 더 전의 일이고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Q. 학생들이 어떻게 방학을 보내면 좋을까요?

 

A. 여러분이 대학생인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내가 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방학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통해서 몸과 마음도 단련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보다는 스스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 탐색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세요.

 

Q.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시면 매일매일이 방학 같으실텐데, 학교를 떠난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A. 열심히 놀고, 놀다가 심심하면 공부를 다시 할 거에요. 딱 그렇게만 살고 싶어요.(웃음)

 

방학을 보내는 방법도, 그 의미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방학은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라는 것. 오늘도 교수들은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한 여름 태양보다 뜨겁게 방학을 보내는 모든 교수들의 열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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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지 기자 jk618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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