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한국협회 김수연 동문(경영 11)

비영리기구를 통한 나눔과 도움의 전파

 

도시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식량과 농업은 가까이 와 닿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식량 없이 살 수 없고, 식량은 농업 없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농업을 중요시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유엔 산하의 식량농업기구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탄생한 것. 유엔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에서 근무하는 김수연 동문(경영 11) 역시 농업과 식량이 갖고 있는 힘, 그리고 비영리기구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을 살피다, 유엔식량농업기구한국협회

 

   

국제연합기구 유엔의 산하에는 여러 개의 국제기구들이 있다. 그중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전 세계 국가들의 식량과 농업 상태에 대해 관장하는 기관. FAO는 국가별로 농업에 필요한 정책적,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며 국가들의 상호 존중과 협력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 편 FAO한국협회는 FAO 등 농업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농업분야 국제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세계 농수산 자료를 발간 및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외 각종 농업분야 세미나, 포럼, 심포지엄, 워크숍을 개최 역시 담당하고 있다.

 

김수연 동문(경영 11)은 "처음에는 막연히 비영리기구라는 점이 좋았다"고 FAO한국협회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일반 기업 입사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농업과 비영리기구는 제 인생과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FAO한국협회의 신입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입사를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등학생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살았을 때 느꼈던 일들이 떠올랐어요. 인도네시아는 비슷한 거주지에서도 빈부 격차가 크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홍수가 나면 피해를 정말 많이 입는 국가에요. FAO한국협회라면, 급격한 성장을 한 우리나라의 기술을 타국에 전파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일을 시작한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지만, 크지 않은 규모 덕에 김 동문은 협회에서 하는 거의 모든 일에 투입된다. 김 동문은 "규모는 작지만 하는 일은 어느 기관보다 많은 곳"이라며 FAO한국협회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협회는 FAO에서 발간하는 모니터링 자료를 제때에 번역해서 필요한 기관에 나눠드립니다. 도움이 되는 자료가 영어로 작성된 경우, 농민들이 활용을 하기 쉽지 않죠. 때문에 자료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번역해 농식품부, 농어촌공사를 비롯한 협회 회원기관에 일괄적으로 보냅니다. 국가에서 국제 회의에 참석해 이슈가 되는 농업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눌 때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 매년 10월 16일마다 열리는 세계 식량의 날 행사를 통해 일반인들의 농업과 식량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동문은 FAO한국협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깊이 느끼게 된 식량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보'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이나 국방 등의 문제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킹, 전쟁 등을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그런 안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식량 안보에요. 전쟁이 났을 때, 국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는 식량을 통해서입니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은 농업과 식량을 다른 산업분야만큼이나 중요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을 보안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 아직은 적지만, 앞으로는 식량 안보의 필요성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 속의 농업, 농업 속의 삶

 

   

"'농업'에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저도 이곳에서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농민, FTA, 쌀 등에 관심이 크게 없었어요. 그런데 업무 때문에 계속 관련 자료를 읽으며 공부하면 할 수록, 농업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김 동문은 앞서 말한 농업과 식량을 통한 국가 안보 외에도, 농업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전쟁에서 복구하는 동안 우리는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이후에 받은 만큼 베풀지는 못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국제 사회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농업의 기술적, 정책적 노하우를 다른 나라에 전수할 수 있습니다." FAO한국협회는 'AARDO'(African-Asian Rural Development Organization)라는 '아프리카-아시아 농촌개발기구'의 극동지역 사무소도 겸임하고 있다. 김 동문은 AARDO에서의 활동 중에 만난 아프리카 유학생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지리아와 잠비아에서 농업 연수를 온 학생들을 만나 프로그램에 관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과 한국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학생이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어요. '60년대까지는 우리나라가 한국보다 잘 살았는데, 무슨 이유로 지금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요. 국제 사회로 기술과 정책을 전파할 필요성과,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동문은 농업과 식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나눌 것이 많다고 얘기했다. "개인으로 따지자면 재능기부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FAO한국협회 역시 우리나라 안팎으로 도움을 주는 곳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영리기구, 전문적인 애정 통해 도전하길

 

자신의 전문성이 부족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김 동문.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많이 배웠지만, 앞으로 더 공부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농업관련 자료를 번역 할 때에도, 관련 지식이 부족하니 '이런 단어를 써서 설명 하는 게 맞나?'하고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때문에 FAO에서 활동을 하면서 더 관심이 생기는 분야를 정해서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김 동문은 자신의 아쉬움을 담아, 비영리기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움의 말을 남겼다. "비영리기구에 들어가길 꿈꾸는 학생들도 막연히 비영리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정하길 바랍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많은 공부를 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 있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을 때 지원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막 졸업해 사회로 첫 발을 내 디딘 김 동문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긴 쑥스럽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때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다 해보세요. 저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일이랑, 인형 탈을 쓰고 하는 아르바이트가 하고 싶었는데 못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나요. 가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해 보는 건 없어요!"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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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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