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색서 교수의 추천 도서

"역사와 정치, 시민의 필수조건"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저술가였던 키케로는 책이 인생에 녹아들 때 크나큰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아름답게 풀어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꿈을 키우기도 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인터넷한양 새 기획기사 '한양인의 서재'는 한양인들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들이 이해한 세상에 대한 시선을 나누려 한다. 첫 시작으로 국제학부의 칼 색서(Carl J Saxer) 교수가 책 한 권을 권한다. 세계 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이름은 간단하다. 'World Order'.

 

현실의 정치가, 국제 관계를 조망하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 세 잔 정도 마시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그렇게 어렵지도 않죠." 정치를 이야기하는 책, 'World Order' 앞에서 색서 교수는 마음을 편히 먹으라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World Order'는 현대 사회의 국제 정치를 10개의 장에 걸쳐 살펴본다. 책은 힘(Power)과 정당성(Legitimacy)에 따라 세계질서가 재편된다는 믿음 아래에, 세계와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국제 사회의 모습을 전망한다. 4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정치를 주제로 하는 책 치고는 가볍다.

 

책의 저자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우리에겐 낯설지 몰라도, 미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색서 교수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저자가 키신저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색서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그가 갖는 수많은 경력들을 설명했다. "키신저는 사실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명한 정치가이자 교수입니다. 닉슨 대통령과 포드 대통령 시절에는 국무장관으로 있었고,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국제관계에 관한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휴전시킨 데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에는 헨리 키신저가 있었어요." 키신저는 냉전 시대의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 무기의 수량 제한을 목표로 하는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맺는 데에 일조했으며,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두 나라 사이의 휴전을 이끌어냈다.

 

수많은 전쟁과 긴장 관계를 휴전과 협상으로 풀어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많은 국가들을 희생시키기도 한 것이 키신저가 갖고 있는 이면이다. 베트남 전쟁을 휴전시킨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키신저이지만, 전쟁 중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폭격한 것 역시 키신저다. 냉전의 완화, 아랍-이스라엘 전쟁의 휴전을 이끌어낸 것 역시 오로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였다. 그가 갖고 있는 관점은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헨리 키신저는 책에서 국제 관계는 오로지 이익에 따라서만 재편되고 유지된다는 생각을 보여줍니다. 영원한 친구는 없고, 이익에 따른 친구만이 있다고 말하죠.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많은 비영리기구가 생겨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 미래를 보는 거울

 

   

이러한 저자가 국제관계를 보는 시선은 언제나 과거의 역사에 입각한 시선이다. 국가별 정치를 살펴보는 여러 개의 장에서 키신저는 언제나 국가 고유의 정치적, 사회적 역사를 살펴본다. 한 예로 저자는 나폴레옹의 등장이 유럽 국가들에 미친 영향, 그리고 영국의 인도 식민지화가 어떻게 '국가'라는 개념을 인식하도록 만들었는지를 살펴본다. 역사적인 사건을 맥락 속에서 인식 할 뿐 아니라, 현재와 결부시켜 역사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대개 역사를 죽은 자의 것,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World Order'에서는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역사가 얼마나 현재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지 보여주죠." 색서 교수는 저자가 독일 전쟁에 따라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Peace of Westfalen)이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는가를 설명한 부분에 주목했다. "현대 사회의 국제 정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국가입니다. 비영리기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태어날 때 주어진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제 정치에서 조약과 협약을 맺는 단위는 국가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 아직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국가라는 틀이 서양에 확실하게 정착한 것은 언제일까요? 1648년에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 때부터입니다. 그 때 맺은 조약이 지금까지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자는 줄곧 우리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방안 역시 과거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색서 교수는 저자의 생각처럼 과거가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냉전체제가 끝난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양극화 사회, 혹은 다양한 국가들이 경쟁하는 다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과거의 많은 사례들에서 보여지듯, 어느 한 쪽이 세계를 이끄는 독재 상황에서는 균형이 깨지고 평화와 멀어진다는 점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세계의 질서는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예측하는 일은 과거를 통해서 살펴봐야 해요."

 

정치, 코 앞에 닥쳐왔을 때에만 돌아볼텐가

 

학생 시절, 놀기 위한 시간을 비우기 위해 억지로 듣게 된 정치와 역사에 관한 수업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모두가 재미없다고 한 수업이었어요. 실제로도 수업을 하는 둘째 주엔 학생의 반 이상이 빠졌죠. 하지만 듣다 보니 정치와 역사가 마법처럼 현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매료됐고, 공부를 더 하도록 만들어준 것이 그 수업이었어요." 우연처럼 들은 역사 수업을 통해 정치학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교수까지 결심하게 만들어준 그는 여전히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색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World Order'는 읽는다면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정치 관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죠. 자신의 집, 삶, 돈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때에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여다봅니다. 가령 지금도 북한과 남한 사이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죠. 하지만 평상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직접 내 삶에 영향을 끼칠 때에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됩니다. 공대생, 의대생, 어느 대학 학생이건 역사와 정치를 아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서의 기본 미덕입니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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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sbi4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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