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재충전하는 여름방학

사랑의 실천, 33번째 이야기

 

숨가쁘게 한 학기를 달린 후 재충전을 통해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방학이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또 누군가는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다가올 가을을 준비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타인을 도우며 새롭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방학 중 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실천한 학생들을 만나봤다.

 

한양창의캠프, 새로운 창을 열어주다

 

윤미소(경영대 파이낸스경영4) 씨는 지난 7월 26일에서 31까지 6일 간 경상남도 함안의 함성 중학교에서 생활했다. 사회봉사단이 주관하는 '한양창의캠프'는 대학생들이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치고 멘토링을 통해 중학생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그녀는 이 곳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길게 이어갈 인연을 만들었다"고 지난 시간의 소감을 남겼다.

 

Q. 창의캠프의 프로그램 소개를 부탁한다

 

   

함안중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수학, 영어, 과학, 미술, 체육과 요리를 가르쳤다. 매일 9시부터 4시까지 수업을 했는데 하루에 두 과목씩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배움과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단기적인 프로그램인 만큼 하루하루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19명의 학생들이 한 팀이 돼 자율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를 정했다. 나는 영어를 가르쳤는데, 두 달 가량 팀원들이 각자 맡은 과목에 대한 준비를 했다. 함안중학교는 총 학생 수가 46명인 작은 학교였다. 1학년부터 3학년 학생들이 모두 같이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학생들 모두가 재밌게 수업을 듣게 하기 위해 아이템도 여러 번 바꿨다. 공통적으로 영어 발음에 대한 걱정을 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중학생들이 관심 있어하는 영미권의 생활, 특히 학생들의 파티와 연애 등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 매일 쉬는 시간마다 하나의 팝송을 틀어 자연스럽게 팝송을 외울 수 있도록 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많다. '자신감 키우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어떤 아이가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부끄러워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학생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한 주가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는 날 내가 너무 많이 울어서 아이들이 나를 위로했다. 그 때 아이들에게 '방학 중에 책을 읽고 나에게 '인증샷'을 보내면 너희를 보러 다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아이들이 나를 잊을 줄 알았는데 정말 당일부터 시작해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책을 읽었다며 사진을 보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혼자 함안에 다녀왔다. 아이들을 만나서 근처 공원도 다녀오고, 한 아이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돌아왔다.

 

   

 

Q. 창의캠프만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외봉사도 다녀왔지만, 국내에서 하는 창의캠프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들어진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늘 1등을 하던 학생이 있었다. 똑똑하고 욕심도 있는데 아직 보는 세상이 작으니까 현재 이상으로 어떻게 나가야 될지 모르는 아이였다. 그래서 여러 길을 제시해주고, 학교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더니 아이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아이의 부모님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전해 들었다. 한양창의캠프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5일간의 만남, 끊이지 않는 인연

 

중앙 동아리 '키비탄'은 장애인 봉사 동아리로, 매년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하계활동을 진행한다. 김능준(공과대 컴공2) 씨와 박재현(공과대 기계2) 씨 역시 올해 8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간 강원도 인제군의 복지 시설 '애향원'에서 생활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Q. 애향원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다.

 

   

재현: 애향원에는 뇌병변, 지체장애, 자폐 등의 장애를 가진 분들이 모여 살고 계신다. 한 방에 서너 분 정도가 함께 지내시는데, 봉사자들도 두 명 가량이 방에 들어가 생활보조를 해드리거나 놀이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에는 사회봉사단의 도움으로 웃음치료 전문가를 모셔 율동을 준비해 갈 수 있었다. 협동화 그리기 등의 게임을 했고, 함께 계곡에 가고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능준: 아침부터 저녁까지 봉사자들은 애향원 식구들과 같이 생활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과 동아리 회원들 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Q.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능준: 장애인들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다. 비장애인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교정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러운 행동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분인 만큼 그런 일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면 방을 담당하는 복지사에게 매번 여쭤봐야 했다.

 

재현: 때리는 방식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분들도 있어 조금 아플 때도 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그다지 힘든 점은 없었다. 애향원에 참석하기 위해서 동아리 회원들은 대개 한 학기 동안 세 번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첫만남에서 당황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Q.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

 

재현: 율동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많은 분들이 나를 기억해주셨는데, 마지막 날 떠나는 버스를 타기 직전에 애향원 식구 세 분이 갑자기 품에 안기셨다. 한꺼번에. 이런 사랑은 처음 받아봐서 많이 뭉클했다. 이 분들에게 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준: 처음 애향원에 도착해 식구 분들을 만나기도 전에 버스 앞에 계셨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10분마다 한 번씩 언제 가냐고 계속 물어보셨다. 첫째 날, 둘째 날까지 계속. 우리가 가는 걸 굉장히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았다. 그분들에게는 우리는 일 년에 딱 한 번 합숙하며 봉사를 하고 가는 사람들이니까.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Q. '장애인 봉사'라고 하면 어렵다는 느낌이 있다. 어떤가.

 

재현: 장애인 봉사 역시 보통 봉사와 크게 다를 건 없다. 물론 알아야 할 점이나 숙지해야 할 점은 있지만, 친구들 만나듯이 서로 간의 정을 주고받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처음 애향원을 다녀왔을 때 편견이 많이 없어졌는데, 이분들도 우리랑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이 정을 나누고, 서로 호흡해 가면서 행복해진다. 직접 만나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능준: 사실 봉사라는 말의 의미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냥, 자주 봉사를 하러 가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 분들과 친해지고, 친해지니까 보고 싶어지고, 보고 싶어져서 만나러 가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희망한대, 당신의 희망을 하나로

 

정의철(공과대 유기나노3) 씨는 사회봉사단에서 운영하는 '희망한대'의 2기 대원이다. 희망한대는 교내 외, 국내 외에서 이뤄지는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나가는 단체.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한 희망한대의 여름 역시 바빴다.

 

Q. 희망한대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

 

   

현재 초석을 다지는 단계다. 4개 부서로 나눠 해외봉사를 나가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부서도 있고, 국내의 봉사를 총괄하는 부서, 그리고 홍보와 기록을 위한 부서가 있다. 이전까지 꾸준한 봉사를 나갈 기회가 없어 1학기와 방학 때 걸쳐 봉사 체계를 다졌다.

 

Q. 희망한대의 지난 활동이 궁금하다.

 

이제까지 연탄봉사, 벽화봉사, 김장 등의 봉사를 해왔다. 네팔 지진 당시 성금을 모금하고 포스트잇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했으며, 축제 때는 성동 장애인 복지관과 카페를 운영했다. 단기간에 걸쳐 끝나는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희망한대 대원은 1주일에 두 세시간은 반드시 봉사활동을 나가도록 하고 있다. 한달에 한 번씩 노숙자 배식 봉사를 가고 있고, 이번에 창의캠프에 다녀오기도 했다.

 

Q. 2학기 때 많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확정 된 건 아니지만, 이제까지 많은 준비를 통해 세 가지를 계획한 상태다. '그린 캠퍼스'는 미화 도우미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퇴근 후 늦은 밤 캠퍼스를 청소하는 일이다. '꿈을 찾는 카메라'는 학생들에게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며 멘토링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마지막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학교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다.

 

Q. 희망한대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을 하자면?

 

지금은 창의캠프도 두 번째 참여했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봉사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마음이 점점 더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희망한대 역시 꾸준하게 봉사를 하면서 자신과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과 생각도 나누고, 봉사도 함께 다니며 뜻 깊은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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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보민 기자 marie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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