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달의 연구자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

소듐이온 배터리의 전기전도율 향상법을 찾아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점점 불안해진다. 가득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는 배터리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항상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카메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기들이 배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앞으로의 배터리는 어떻게 발전할까. 배터리 전문가인 선양국 교수(공과대 에너지)가 차세대 배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선 교수는 소듐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9월 이달의 연구자에 선정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을 찾아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장비에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은 현존하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전기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배터리의 재료로 폭넓게 사용돼왔다. 하지만 리튬은 매장량이 희소해 가격이 비싸고, 채굴과 배터리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또,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처럼 앞으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를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리튬 대신 다른 물질로 배터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그 중 하나가 소듐이온 배터리이다.

우리가 흔히 나트륨이라고 부르는 소듐(나트륨은 독일어식 표현으로, 학계에서는 소듐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부존량도 무한하다. 때문에 리튬에 비해서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소듐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적게 유발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최근 15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성능을 내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학계와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작은 개선이 만드는 배터리의 큰 변화

배터리는 크게 양극(+극)과 음극(-극), 그리고 전기를 저장하는 공간인 전해질,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전해질에 저장된 전기는 양극에서 나와 전선을 타고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전류가 잘 흐르기 위해서는 전류가 흐르는 첫 번째 관문인 양극의 전기전도율이 높아야한다. 그 동안 소듐이온 배터리는 소듐크롬옥사이드(NaCrO3)라는 화합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옥사이드는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과 같은 세라믹 물질이여서 전기전도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학계에서는 소듐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 교수는 소듐크롬옥사이드에 전도율이 높은 원소인 탄소를 코팅하고, 이 입자를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줄여서 양극의 전기전도율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듐크롬옥사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듐과 크롬, 그리고 옥사이드(산화물)의 화합물이다. 입자를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물질이 잘 섞여서 균일한 화합물이 돼야 한다. 하지만 소듐과 크롬은 물과 기름처럼 잘 혼합되지 않는 물질이다. 선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펙턴트라는 특수한 용매를 사용해서 소듐과 크롬의 균일한 혼합을 가능하게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 교수는 균일하게 혼합된 소듐크롬옥사이드 입자에 피치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탄소를 코팅하고 열처리하여 입자의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탄소코팅이 되지 않은 기존의 소듐이온 배터리에 비해서 전기전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배터리 산업

선 교수는 “앞으로 배터리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이르렀지만, 드론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배터리가 사용되는 다른 산업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에 따라서 배터리 산업도 함께 성장할 거예요. 예전에는 일본 기업이 이 분야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술이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질렀어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큰 위협입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공학도들이 배터리 연구에 정진해서 고유한 기술을 많이 개발해나갔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계속해온 선 교수에게 공학도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선 교수는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는 연구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요. 설령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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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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