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 우수상 수상 한양레퍼토리 인터뷰

고된 삶에 거칠어진 손으로 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노모의 모습이 무대 위에 나타난다. 4남매를 키워낸 노모는 민주화의 혼란 속에서 셋째 아들을 잃었다. 남편은 중풍으로 쓰러지고 본인은 치매로 차츰 기억을 잃어 간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로 살아가는 한 여인과 그녀의 가족을 담은 연극 <잔치>.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소속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작품으로 지난 4월 열린 제37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과 연기상을 수상했다.

 

 

25년간 이어진 연극계 등용문 ‘한양레퍼토리’


극단 ‘한양레퍼토리’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의 문화예술계 지위확보와 산학 연계를 위해, 최형인 석좌교수와 신일수 명예교수(이상 연극영화학과)을 중심으로 지난 1992년 창단됐다. 졸업 후 배우의 첫걸음을 디디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무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양레퍼토리는 창단 이래 25년간 46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2014년 제35회 서울연극제에선 연극 <거울 속의 은하수>로 참가해 우수상과, 무대예술상, 연기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제14회 2인극페스티벌에선 연극 <타클라마칸>으로 참가해 연출상과 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관련된 기사 '살아있는 꿈의 두드림'은 하단 '관련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엔 연극 <잔치>로 제37회 서울연극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다. 배우로 출연한 이정은 동문(연극영화학과 88)은 연기상을 받았다. 서울연극제는 지난 1977년 시작해 우리나라 연극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연극계 최고의 권위 있는 축제다. 올해 4월부터 한 달에 걸쳐 진행된 제37회 서울연극제는 총 50여 개의 극단이 지원했으며 한양레퍼토리를 포함한 8개 극단의 작품이 공식 선정됐다. 연극 <잔치>는 남산예술센터에서 4월 29일부터 8일간 총 10회의 걸친 공연을 진행했다. 한양레퍼토리의 대표 최 교수 외 7명의 배우가 출연해 공연을 꾸렸다.

 

   
▲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소속 극단 '한양레퍼토리'가 연극 <잔치>로 제 37회 서울연극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자치했다. (출처 : 한양레퍼토리)

 

   
 
   
▲ 한양레퍼토리 대표 겸 <잔치> 주연 배우 최형인 교수
(연극영화학과)와 지난 2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극의 준
비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창단 당시부터 한양레퍼토리의 대표를 맡아 온 최형인 교수입니다. 한양레퍼토리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Q. 연극 <잔치>의 준비과정은 어땠나요?


연기는 그 동안 쌓아 올린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노모 역을 맡은 저의 경우 실제 나이보다 20세 정도가 많은 사람을 연기해야 했어요. 나이에 걸맞은 외형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보다 늙은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또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이어서 사투리를 익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준비 과정이 힘들기보단 즐거웠습니다.

 

Q. <잔치>가 제37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연극에 있어 어떤 점이 중요하고 어떤 점이 중요하지 않은지,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연극이고, 무엇이 겉치장에만 신경 쓴 연극인지를 고려해 심사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희가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단 사실이 매우 뿌듯하고 기쁩니다.

 

Q. 이번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연극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함께 열심히 했고, 무대 위에서 서로의 연기를 도왔던 점을 잘 봐주셨다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도 자신이 튀려고 하지 않고 작품 속에 잘 융화돼 연기했죠. 이 부분을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 경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저희의 연기에 최선을 다했어요. 연출자가 극 상황을 잘 표현해 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죠.

 

Q. 앞으로 한양레퍼토리와 한양레퍼토리의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양레퍼토리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 배우들에게 발판이 되는 극단입니다. 그렇기에 한양레퍼토리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배우로 성장한 학생들이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배우를 꿈꾸던 당시의 초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인간과 삶에 대해 고민하며 연기하는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

 

 
 
   
▲ 이정은 동문(연극영화학과88)과 지난 4일 진행
한 인터뷰에서 20년 만에 한양레퍼토리 연극에 배
우로 참여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92년에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레퍼토리에 입단해 1995년까지 한양레퍼토리의 배우로 활동한 이정은입니다. 현재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달엔 20년 만에 한양레퍼토리의 연극 <잔치>에 출연했습니다.

 

Q. 20년 만에 한양레퍼토리의 연극에 참여하셨는데, 그 소감은 어떠셨나요?


최형인 교수님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극단 생활을 할 때까지 저의 스승님이셨어요. 열정적으로 연기를 가르쳐 주셔서 배운 점이 참 많았죠. 존경하는 스승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 매우 기뻤습니다. 또 학교 후배들과 공연을 했단 점도 좋았어요. 선후배이기에 모두 열심히 했고, 준비과정에서도 소품이 부족하면 본인의 일처럼 여기고 구해오곤 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거예요.

 

Q. 배우로 출연한 연극 <잔치>의 준비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주인공 노모의 이웃 ‘병길네’ 역을 맡았습니다. 가족의 의미가 사라져 가는 요즘 흔히들 이웃사촌이 친척보다 낫다고 하죠. 저와 노모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자식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교감하고 공감했죠. 하지만 실제론 스승과 제자 사이였기 때문에 극 중에서 그 관계를 벗어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스승님을 이웃 형님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어요. 심지어 문자를 보낼 때도 ‘형님 잘 들어가셨소?’라고 하기도 하고요(웃음).

 

Q. 이번 작품으로 우수상에 더해 연기상까지 수상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요즘 가족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 세대 간의 이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잔치>는 부모와 자식이 융화되기 어려운 현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 부분이 작품성있게 보였다고 생각해요. 제게 주신 연기상은 앞으로 많은 무대에 참여하며 구세대 배우와 신세대 배우를 엮는 선배가 되라는 격려의 상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에 사념 없이 최선을 다해 참여했던 모습을 칭찬해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Q.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1학년 때 스승님께서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너를 듣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배우 생활을 하며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 목표는 드라마와 연극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스승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연기를 할 거예요.

 

 

글ㆍ사진/ 최연재 기자        cyj0914@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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