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유전자 연구로 암 치료에 한 발짝


흔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질병, 바로 ‘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내 사망 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27.8%는 암으로 사망했다. 1983년 이래로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의학 기술 및 치료법의 발전은 언제나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항암 면역 유전자 역할을 규명하는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 연구팀의 성과가 눈에 띈다.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단백질을 없애면?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 연구팀이 세포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T세포' 면역반응을 조절해 암세포를 줄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최 교수는 인간에게 보존된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Chitinase 3 like 1, 이하 Chi3l1)'의 기능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식물 면역에 사용되는 물질인 키티나아제가 인간의 몸에서는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계속 남아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최 교수는 효소 활성이 이뤄지지 않아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이라고 칭하는 이 물질이 인간의 신체에 남아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제민 교수(생명과학과)가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변이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구는 T세포 내의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통해 이뤄졌다. T세포는 체내의 세포를 죽이고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주 면역 세포다. 최 교수는 이러한 T세포에 위치하고 있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제거했다. 그 결과, 암의 전이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유전자가 세포의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실제 쥐 실험을 통해 흑색종 폐 암 전이 모델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제거한 쥐에게서 면역 활동이 증가하고, 암의 전이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즉,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은 효소 활성을 잃었으나, 암에 대한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료 물질 개발까지 박차를

최 교수 연구팀은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의 T세포 내 역할 규명에 이어 치료 물질 개발에도 착수했다. 최 교수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유전자에 결합한 표적 치료물질(펩타이드―siRNA 중합체)을 개발했다. 이는 최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세포 투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했다. 최 교수는 세포 투과 펩티드를 이용해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siRNA'를 세포 내부로 전달해 T세포 활성을 증가시키면 암에 대한 면역이 강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유사한 패턴을 확인해 결과적으로 면역 반응이 증가했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Chi3l1 유전자가 결핍된 Th1 세포 및 세포독성 림프구에서 인터페론 감마 사이토카인 발현이 증가했다.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채로 남아있는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이 있었네요.” 최제민 교수는 담담히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많은 결과를 확인했어요. 아직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후속 연구를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면역학 외에도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연구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저 주어진 것에 충실했을 뿐
 
최 교수가 연세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는 면역학을 연구하고,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과 공부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하지만 고학년이 되어 참여한 실험실에서 연구에 흥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했다. 면역학은 박사 학위를 공부하면서 처음 시작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어려움이 컸지만 하나씩 해내다 보니 어느덧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서 연구팀 및 한양대의 제자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덧붙였다. “제 연구팀의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한양의 학생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다 보면 길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최제민 교수와 연구팀원들의 모습


글/ 김예랑 기자                 ys2847@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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