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음대 자리잡는다


음악대학(이하 음대)이 비상을 위한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지난 해 교내 행정종합평가에서 서울·안산 양 캠퍼스에 소재한 단과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평가한 학문분야 평가인증제 음악학 분야에서 본교 음대가 최우수 음대로 선정됐다. 특히 최우수 음대로 선정 된 대학 가운데 모든 평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전국 최고 음대임을 확인했다. 전 분야 1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을 비롯해 교수, 학생, 교육여건 등 다양한 분야가 고루 성장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정종합평가 1위, 대교협 평가 음악학 분야 전국 1위

교내 단과대학 1위, 전국 음대 1위를 달리고 있는 음대가 또 한 번의 ‘사고’를 쳤다. 지난 8월 말 덴마크에서 열린 2007 세계컴퓨터음악대회(이하 ICMC)에서 국내 음대 최초로 전자음악에 대한 Studio Report(이하 보고서)가 세계 유수 대학과 나란히 선정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CMC에서 서울캠퍼스 전자음악 연구소와 음악대학원 뉴미디어음악전공에 대한 보고서가 회의에서 발표 및 선정됐다. 보고서는 전자음악연구소의 연혁과 활동사항, 연구실적을 비롯해 작품소개, 스튜디오 환경, 연구 개발 사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본교 작곡과 리처드 듀다스(Richard Dudas) 초빙교수는 약 1시간 동안 세계 컴퓨터음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자음악과 뉴미디어음악에 대한 본교 음대의 컴퓨터음악 교육과정과 시설 전반 현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MIT, 스탠퍼드 등 세계유명대학 음악연구소와 보고서 나란히 선정


보고서는 특히 세계 유명 대학의 음악연구소와 같은 날 소개 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당일 소개된 대학들은 스탠퍼드(Stanford) 대학의 CCRMA,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Berkeley)의 CNMAT,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Media Lab, North Texas 대학 등이다. 리처드 교수는 “당일 보고서가 채택된 대학들은 컴퓨터음악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 기관들이다”라며 “이들 대학과 동시에 보고서가 선정된 것은 본교 음대의 컴퓨터음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본교 전자음악연구소와 음대 작곡과, 대학원 뉴미디어음악전공이 공동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평소에도 교육과정을 공유하며 창작 방향을 모색하는 등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보고서 발표 시에도 이 같은 공유과정과 연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서경선, 박영근, 이종구, 이경미, 임종우(음대·작곡) 등 음대 교수의 작품도 함께 소개됐다.

또한 행사기간에는 전 세계 음대 및 음악연구소에서 지원한 다양한 작품 가운데 주최 측에 의해 선정된 작품과 행사를 위해 초청된 작곡가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밖에 음악회, 국제회의 및 워크숍, 각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내용 소개와 기관이나 단체별 활동보고, 개발 품목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며 컴퓨터음악 박람회를 연상시켰다.

국제협력 강화 및 기업연계 공동연구 필요


ICMC 보고서 발표 이후 많은 대학과 단체, 연구소가 본교 음대에 공동 프로젝트나 작품 교류를 제안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보고서 선정으로 음대 컴퓨터음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임 교수는 “국내 음대 최초로 세계적인 음악 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소와 함께 보고서를 발표한 것 자체가 이미지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도약과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리처드 교수는 “본교 음대가 뛰어난 교수진과 학생,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세계적인 음대들과 경쟁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은 기업과 함께 가야한다.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국제 컴퓨터음악 단체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종우(음대·작곡) 교수 특별인터뷰

ICMC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소개해 달라.

ICMC(International Computer Music Conference)를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세계컴퓨터음악대회’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ICMC는 20세기 전위음악과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전자 및 컴퓨터음악의 국제 행사다. 이 대회는 해마다 열리는데 세계 각국이 돌아가며 개최한다. 유일하지만 컴퓨터 음악계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행사이다.

ICMC에 Studio Report가 실린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선 Studio Report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리포트는 본교 음대, 특히 전자음악연구소를 소개한 일종의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교수진, 학생, 교육과정, 시설 등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세계 컴퓨터음악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인 자리에서 한양대 음대의 컴퓨터 음악이 소개된 것이다.
연구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과과정이나 연구실적, 창작활동 진행 상태에 대한 보고서가 실린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타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사업과 관련, 음악 분수에 대한 내용이 ICMC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는 짧게 언급된 수준이었다. 국내 음대 가운데 보고서가 소개된 것은 최초이며 특히 MIT, 스탠포드 등 세계 유명대학의 음악연구소와 나란히 소개·선정 된 것은 쾌거라 할 수 있다.

Richard Dudas 초빙교수가 이번 보고서 선정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들었다.

리처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컴퓨터음악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Cycling'74 Inc.에 근무하고 있는 컴퓨터 엔지니어다. 해당 회사에서 음악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을 하고 있으며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개발도 겸하고 있다. 컴퓨터음악 분야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ICMC에 발표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영문 작성을 비롯해 구체적인 내용까지 꼼꼼하게 감수를 받았으며 각 대학의 보고서 발표 당시 본교를 대신해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리처드 교수의 높은 인지도가 보고서 선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본교 음대 대학원에는 작년에 초빙교수로 와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향후 전자음악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 차원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연계해 기업이 주도하는 연구 과제를 수주할 수 있다면 본교 컴퓨터음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연구소 등과 공동 협력을 하는 등 외부단체와 교류를 늘려가야 한다. 다시 말해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제3음악관 건설 등 시설 투자와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개편이 필요하다. 저명 교수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수준의 음대로 거듭나기 위해서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 음대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 현 취재팀장 opentaij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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