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약간의 리듬감을 주어 한번 따라 불러 보라. 금세 익숙한 멜로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초코파이’의 CM송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유명 과자의 노래인 만큼 많은 성우들이 이 CM송을 불러왔다. 이 가운데 맑고 깨끗한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실력을 갖춘 만능 성우, 이용신 동문이 있다. 우리의 귓가를 울리는 친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 동문을 인터넷한양이 만나봤다.

만능재주꾼, 이용신

2003년 케이블 만화 채널 ‘투니버스’ 공채 5기로 입사해 전속 성우로 활동했던 이 동문은 지금은 프리랜서 성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TV, 라디오, CF CM송, 내레이션 녹음뿐만 아니라 게임, 기업홍보물, 선거홍보물, 내비게이션 음성지원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활동하는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다.

“보통은 CM송, 만화, 방송물 위주로 녹음을 해요. 거기에 노래나 ARS, 게임 등은 간간이 녹음하는 편이죠.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다양한 장르를 녹음하는 데 그 중에서도 만화가 제일 재미있어요. 언제 내가 그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걸 해보겠어요. 하지만 제가 가진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CF에요. 15~2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아야 하니까 순발력도 필요하고, 재치도 필요하죠. 저 같은 경우는 첫 CM송을 ‘초코파이’라는 유명한 노래로 시작했어요. 운이 좋은 편이었죠. 그걸 시작으로 경력을 쌓아가면서 내레이션 같은 다른 분야에도 진출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성우까지 하게 됐고요.”

이 동문은 대학시절부터 노래대회 출전, 국군방송 진행, 방송 관련 아르바이트, 쇼핑 호스트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여러 일을 해오던 그녀는 2002년, 불쑥 배낭여행을 떠난다. 1년여의 기간을 여행으로 보낸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성우시험을 치르고 합격하게 된다. 이렇게 그녀의 본격적인 성우 생활이 시작됐다.

“대학에 다닐 때는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했었어요. 97년도에는 ‘강변가요제’에 나가 인기상을 타기도 했죠. 그렇다고 직업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졸업할 때쯤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라는 데에 나갔는데 덜컥 대상을 받게 된 거예요. 당시 광고계에 있던 심사위원들이 노래 부르는 쪽에서 일해보라고 권유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원래는 언론사에 가려고 요즘 학생들처럼 언론고시 준비하려 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이쪽 일을 하던 중 공군 기념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일이 있었어요. 당시 신효범 씨가 노래를 부르고 저는 가이드를 하기로 돼 있었죠. 그런데 제가 가이드를 하고 나서 공군 측에서 저를 좋게 봤는지, 저에게 노래를 부르게 해줬어요. 그게 계기가 돼 국군방송에 게스트로 나갔고, 나중에는 국군방송 진행자까지 하게 됐어요. 그렇게 MC, 노래, 성우까지 다양하게 경험했죠. 이후에 쇼핑호스트도 1년 정도 했었어요. 쇼핑호스트는 굉장히 하고 싶었던 것인데 막상 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고요. 저는 방송을 생각했는데, 회사 측에서는 쇼핑 호스트로 방송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을 원했던 거예요. 이렇게 괴리감이 생겼고, 한번쯤 정리도 해야겠다 싶어 배낭여행을 떠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성우가 되기 전까지는 내가 뭘 잘 할 수 있고, 뭐가 재미있는지를 계속 찾았던 거 같아요.”

이용신을 있게 만들어 준 작품, ‘달빛천사’

이 동문은 여태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 탓에 그녀가 참여한 작품들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명 성우 ‘이용신’을 주목받게 해준 ‘달빛천사’라는 만화에요. 목에 종양이 있는 여주인공 ‘루나’가 가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죠. 원작인 일본판에서는 전문가수가 주인공을 맡아 직접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노래의 비중이 큰 만화에요. 하지만 원작에선 가수가 하다 보니 노래는 잘 불렀어도 성우로서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판 ‘달빛천사’를 맡았던 프로듀서는 노래를 잘하는 성우를 쓰자고 생각했고, 운이 좋게도 제가 발탁이 된 거에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캐스팅이었어요. 장편만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성우는 최소 전속 3년이 지나야는데 경력 1년 정도 밖에 안 된 저를 쓴 것이었죠. 처음엔 논란도 많았고, 심지어 안티팬도 생겨났죠. 나중엔 인터넷도 끊을 지경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좋아졌어요. 다행히 나중에는 큰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팬들이 생겼어요. 지금 저를 좋아해 주는 팬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이에요. 이 작품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

  

마이크가 익숙했던 아이

이 동문은 성우가 꼭 갖춰야 할 필수요소로 떨지 않는 자신감을 꼽는다. 마이크 앞에만 서면 떠는 사람들과 달리 마이크와 유달리 친한 그녀에게 마이크 울렁증은 다른 나라 얘기다. 어릴 적부터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걸 좋아했다는 그녀답다.

“성우가 되기 전부터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하도 많이 해봐서인지 성우시험 볼 때나 성우가 되고나서도 마이크 울렁증은 전혀 없었어요. 성우에게 있어서 떨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 중 하나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 집안 분위기 자체가 마이크 잡고 노래하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당시에는 내 목소리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미니카세트 같은 것에 목소리를 녹음해 듣곤 했죠. 어릴 때 매번 꿈이 바뀌면서도 아나운서, 성악가, 변호사같이 목소리가 필요한 직업들만 선택했어요.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책읽기도 도맡아 했고 선생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았죠.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이쪽 일을 하는데 작용하지 않았나 싶네요.”

노래하는 성우, 그리고 그녀의 꿈

이 동문은 ‘노래하는 성우’로 알려진 성우계의 특별한 존재다. 작년에는 한국 성우 사상 처음으로 단독 라이브콘서트를 열었다. 성우가 연예인화된 일본과 달리,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힘든 공연이었지만 그녀는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그동안 만화 주제가를 정말 많이 불렀어요. 우리말 창작곡에다가 우리말로 번안한 일본 노래까지 합치니까 6, 70곡이 넘더라고요. 웬만한 콘서트를 하고도 남을 정도였죠. 일본같은 경우는 성우형 가수, 가수형 성우가 많이 있고, 그 쪽은 연예인화돼 있어요. 저는 예전부터 우리나라도 그런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수캐릭터로 작품을 했고 노래 역시 많이 부를 수 있게 됐죠.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것이고, 주변에서도 여러 공연 제안이 있어 콘서트를 하게 된 거예요.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죠. 성우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준비하려니까 더 힘들었죠. 특히 앨범을 내면 자기가 부른 노래를 계속 부르는 가수와 달리, 저같은 경우 주제가를 녹음하고 나면 그 뒤론 잘 안 부르다 보니 가사를 잊어버려 다시 외우는 게 곤욕이었죠.”

평소 작품마다 예쁜 역할을 주로 맡아온 것과 달리 이 동문이 좋아하는 장르와 맡아보고 싶은 역할은 정반대였다. 나중에는 뮤지컬과 상담치유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그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 목소리가 밝고 깨끗한 하이톤이다보니 예쁘고 밝은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만화 장르는 ‘이나중 탁구부’나 ‘멋지다 마사루’, ‘괴짜가족’ 같은 마니아적인, 독특한 장르에요. 그래서인지 나중에 다중인격의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시간이 지나고 기회가 되면 뮤지컬도 해 보고 싶어요.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할 수 있잖아요. 물론 만만한 분야가 아니겠지만, 성우로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 외에도 몇 가지 준비하는 게 있어요. 제 홈페이지에서 ‘핑키밀키럭키’라는 인터넷 음악방송을 하고 있는데, 제 나름대로 힐링 음악방송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성우라는 직업이 캐릭터를 연구하듯이 관찰하는 직업이에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관심이 많아졌고, 상담심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성우활동하면서 상담심리사 자격증도 취득했죠. 제 방송을 듣는 친구들 중에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 중 상당수가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중 마음속에 상처가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잘 다독여 주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제가 나이가 먹고 삶의 경험이 깊어지면 상담치유 쪽 일을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찾아라!

집에 손을 벌리지 않고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 동문은 멋진 대학생활을 하라며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남겼다.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안 된 것 같아요. 스펙 쌓고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는데, 대학교 1학년이 아니라 고등학교 4학년 같아요. 막상 준비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취직 자체가 목표인 삶은 대학생으로서 멋없는 삶 같아요. 무언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명확히 있어야 하죠. 본인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게 뭔지 찾는 게 중요해요. 때론 대학 강의실보다 바깥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기도 하죠. 아르바이트나 여행, 고생을 많이 해봐야 해요. 특히 여행은 정말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성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성우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다. 전문 성우로서 활약하고 있는 이 동문이 선배의 입장에서 성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성우는 시험처럼 일정 점수 이상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목소리가 안 좋거나 사투리가 심한 경우는 성우가 되기 힘들죠. 정 하고 싶다면 이런 부분들을 다 극복해야 해요. 무엇보다 성우가 되는 데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에요. 소리는 부수적인 문제고 일단은 연기가 돼야 하죠. 연기를 잘 하려면 자기 안에 자양분이 많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연기가 가벼워 보이고 겉돌게 되죠. 여행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하라는 게 그런 의미에요. 그리고 성격도 아주 뻔뻔해져야 해요. 쭈뼛쭈뼛하고 긴장하는 건 성우로서 아주 치명적이에요. 평소 내성적일지라도 마음속에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하기에 좋아요. 물론 학원에서 하는 발음 같은 것들은 기본이고, 제가 말하는 것은 거기에 더해져야 하는 것들이에요. 더 많은 희노애락을 경험하고 그 감정에 빠져 보세요. 이 직업은 감정 하나하나를 굉장히 소중히 하고 예민해져야 해요.”

이 기사는 영문으로도 제공됩니다

조성현학생기자
ggangjsh@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이 동문은 지난 99년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을 졸업했다. 학창 시절 대학생리포터 아르바이트부터 국군방송 위문열차 전문MC, 홈쇼핑 쇼핑호스트, CM송 전문코러스까지 다양한 방송 관련 활동 일을 하던 이 동문은 2003년 투니버스 공채 5기로 입사했다. 이후 2004년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에서 여주인공 ‘루나’역을 맡으며 노래하는 성우로 이름을 알린다. 현재는 프리랜서 성우로 애니메이션, CM, 게임, 방송, 내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97년 강변가요제 인기상, 98년 전국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 대상, 2007년 투니초이스 최고여자성우상 부문 1위 등의 수상을 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 전문성우 사상 처음으로 단독 라이브콘서트를 열었다. 공식 홈페이지(www.leeyongshin.co.kr)에서는 인터넷 음악방송인 ‘핑키밀키럭키’의 DJ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동문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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