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백금 사용량 저감기술 개발로 수소경제를 앞당기다

2021-09-06     Global HYU

 

선진국 등 많은 나라에서 잇따른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수소경제로의 전환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 기술로 수소와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2020년 세계 최초 수소법 시행,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수소경제 선도국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원 빈국이었던 화석연료 시대와는 달리 기술력만 있다면 에너지 패권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요 국가 및 글로벌 기업들이 수소기술을 확보하는데 경쟁적으로 집중하는 가운데 국내의 ‘수소 소사이어티’로의 패러다임 전환 역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춰 화학공학과 이성철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료전지실증연구센터 정치영 박사 공동 연구진이 차량용·건물용 연료전지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 막전극접합체) 단가를 저감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공정의 단순화로 MEA의 대면적화 양산 가능성을 열며, 수소경제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됐다. 

 

연료전지 MEA 백금 사용량 저감기술로 성능 및 경제성 높여

 

MEA는 연료전지 전극과 전해질막이 접합된 핵심 부품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실제 전기 화학이 일어나 전기를 만드는 부분으로 연료전지 스택원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 연구팀이 9월 2일 발표한 MEA 제조 원천기술은 습식 전기분무 방식에 기반한 연료전지 전극내 이오노머 나노제어 기술이다. 개발한 기술을 통해 백금 사용량을 0.1mg/cm2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저감함으로써 미국 에너지성(US DOE)에서 제시한 기술적 목표를 4년 앞당겨 실현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를 통해 연료전지 스택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MEA 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료전지 중 고분자 연료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효율, 넓은 활용범위의 장점을 바탕으로 차량용·건물용 발전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 변환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고분자 연료전지의 전극 공정은 제조과정에서 고가의 백금 촉매 사용량 및 제조공정 비용이 증가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극은 슬러리 공정을 통해 백금 촉매와 나피온 이오노머*가 혼재되어 있는 형태로 제작되는데, 촉매 슬러리의 분산/코팅/건조 과정에서 응집 현상이 일어나 백금 촉매의 표면으로의 나피온 이오노머의 접근성이 악화돼 산소전달 저항이 증가하고 촉매 활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성철 교수는 “촉매로 사용되고 있는 백금(Pt)의 비싼 가격이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며, “수소 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 중요하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백금 사용량을 낮추면서 산소 전달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전극 설계 및 제조 핵심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습식 전기분무 공정을 통해 전극 표면에 이오노머를 2나노미터 수준으로 정밀 제어해 얇고 균일한 나피온 이오노머를 형성하는 새로운 수직 구조의 전극을 설계했다. 수직구조의 전극은 백금 촉매, 나피온 이오노머, 공극을 수직으로 배열해 반응에 필요한 이온, 전자, 산소의 이동거리를 최적화함으로써 연료전지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그림1] 습식 전기분무 공정에 기반한 신규 제조공정 순서도

 

[그림2] 신규 제작된 전기분무 코팅 장비의 개념도 및 실제 사진

습식 전기분무 공정을 통해 백금 촉매의 이용률은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고전위를 슬러리에 인가해 전극 제조공정 중 전기적 척력으로 촉매와 이오노머의 고분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이오노머의 박막화, 고분산화가 가능하며, 형성된 이오노머 층으로 인해 촉매의 피독률은 저감되고 산소 이동 거리는 기존의 20~30% 수준으로 낮아진다.

또한 이 기술에서는 기존의 박막전극에서 이오노머 함량을 낮출 경우 연료전지 발전 시 생기는 물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개선됐다. 개발된 기술은 이오노머 함량을 낮출 경우 전극 위에 코팅된 이오노머의 형상을 역마이셀 형태로 제어해 발수성을 가지는 전극을 구현할 수 있고, 발전 시 발생하는 물을 쉽게 제거해 연료전지 운전 성능 및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공정 단순화로 핵심부품 양산 가능성 열어

 

이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공정 대비 양산설비 설치비용은 1/2수준으로 절감되며 양산속도는 2배 이상 향상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고분자 전해질막에 직접 전극을 도포하는 직막코팅 방식의 제조 공정으로, 기존 상용화된 후막코팅 방식 대비 공정이 단순하며 연속식 양산라인으로의 확장성 역시 우수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림3] 신규 공정으로 제작된 전극층-초발수층(왼쪽), 기존 데칼전사 공정으로 제작된 전극 층(오른쪽)

이성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차량용·건물용 연료전지 MEA 단가를 30% 이상 저감할 수 있는 차세대 전극 제조 원천기술이 확보됐다”며, “기존 후막코팅 공정을 직막코팅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MEA의 양산성도 확보되어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료전지 보급률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수소비전2040’과 수소 소사이어티 실현을 위한 단계적 플랜도 개발한 기술이 적용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며, “기술이전 기업 참여 하에 연속식 습식전기분무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대면적 MEA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수소연료전지 제조 기업을 설립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공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어플라이드 카탈리시스 비-인바이론멘탈(Applied Catalysis B-Environmental)-IF19.503, JCR Environmental Engineering 분야 1위, 상위 0.73%) 8월 10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