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온도는 몇 도씨?

2023-08-23     ERICA

설레는 새로운 시작

군 전역 후 복학하기 전, 우연히 나눔 서포터즈 기자단에 대한 공고를 보았다.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 글을 많이 써봤지만, 기사를 써본 적도 낯선 사람에게 인터뷰해 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글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고, 기자단만큼 그 소망을 이루기에 적합한 활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군대에서 대형 화물 트럭을 몰아야 했을 때가 생각났다. '사람의 몸보다 몇십 배는 큰 것 같은 트럭을 처음 몰 때는 심장이 너무 두근대고 아무것도 못 할 것같이 두려웠었지.' 그때처럼 이번에도 일단 뛰어들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 나눔 서포터즈 기자단에 지원했다.

나눔 서포터즈 3기 수료식 및 4기 임명장 수여식 사진.

기자단에서는 무슨 활동을?

나눔 서포터즈 기자팀은 매달 2~3개의 기사를 블로그에 연재한다. 나눔 서포터즈 4기 멤버들과 함께 전체 행사 기획 회의에도 참여하지만, 주로 학교의 훌륭한 기부자들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또 ERICA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인터뷰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학생들이 관심 두는 이슈나 현실을 직접 취재하기도 한다.

매주 나눔 기자단은 회의를 거쳐 어떤 콘텐츠로 기사를 쓸 지 논의한다. 시의성 있는 사회의 이슈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기획하기도 하고, 다가올 학교 행사에 대해 알아보고 취재를 준비하기도 한다.

나눔 서포터즈 기자단들은 매주 기획 회의를 진행하고(좌) 나눔 서포터즈의 행사에 함께 참여한다.(우)

고민이 많았던 첫 시작

처음 쓴 글은 HY-ERICA에 기재한 인터뷰 기사다. 신입생 인터뷰 기사였고, 당장 입학식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할 신입생을 구해야 했다. 차분히 찾아보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다. '인터뷰에 응해줄 사람이 있을까?',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지?', '신입생을 찾아도 일정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별의별 걱정이 다 들었다.

HY-ERICA 매거진에 작성한 신입생 인터뷰 기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신입생 인터뷰이는 쉽게 인터뷰에 응해줬고 인터뷰까지 잘 마쳤다. 처음 인터뷰할 때도 무척 떨려서 '초짜가 질문하면 우습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이란 걸 이제 와 새삼 느낀다. 인터뷰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기사 쓰는 데는 인터뷰이의 말에 귀 기울여 기사에 도움이 되는 재료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처음 기사를 쓸 때는 요령이 없어 녹취록 따는 데만 해도 종일 걸리고, 어떤 콘셉트로 구상해야 할지 몰라서 밤새 고민도 했다. 그냥 녹취만 잘 정리해서 인터뷰이가 한 말을 잘 재구성하기만 하면 되는 기사도 어떻게 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기사들은 ‘CHAT-GPT’에 대한 칼럼, 디자인대 인터뷰 기사, 약대 인터뷰 기사 세 가지다. CHAT-GPT 기사는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면서 공을 들인 기사라서 기억에 남는다.

Chat-GPT를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들에 관해 작성한 칼럼

디자인대 인터뷰 기사는 렉서스 어워드 수상자들을 인터뷰한 기사였는데, 학생들이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 다녀오면서 성장한 경험과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을 들었다. 인터뷰를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가슴이 뛰는 순간이었다.

HY-ERICA 잡지에 기고한 렉서스 어워드 수상자 기사

세 번째는 사전 인터뷰이를 구할 수 없어서 약대에 찾아가 게릴라 인터뷰했던 기사다. 직접 발로 뛰어서 인터뷰한 만큼 보람이 있었다.

약학대학 학생을 직접 인터뷰한 기사

기사를 쓰면서 배웠던 세 가지

첫째, 사진은 많이 남겨놓으면 남겨놓을수록 좋다는 것. 기사는 주로 글로 쓰지만, 시각 자료를 더하면 독자들에게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사진 자료까지 더해서 기사를 구성하면 더욱 완성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리고 기사 기획의 의도를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처음 학생 기자가 되어 기사를 쓸 때, 막막했던 이유는 글의 기획 의도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명확한 기획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기사에 자연스럽게 살이 붙는다. 필자는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학생들의 상황은 어떤지 알려주는 기사를 써야겠다는 기획이 생각나서 자연스럽게 '거지방'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마지막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 필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두 가지 마음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이 클 때는 시도를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이 너무 클 때는 마음 먹고 처음 시도하는 주제로 기사를 써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나에게 만족감과 뿌듯함을 주었다. 서포터즈 활동을 반년간 해오면서 나는 종종 용기를 냈고 그 대가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여름보다 더 뜨거운 기자의 온도

실수 때문에 계속 기사를 수정해야 했던 적도 있고, 좋은 기획이 생각나지 않아 골머리 앓던 적, 기획이 반려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이든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사 주제도 미리 생각해 가는 습관이 생겼다.

뜨거운 여름이다. 쨍쨍한 햇살에 습하기까지 해서 뭘 해도 기운이 빠지고 축축 처진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 내 안에 있는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가능성을 향해 계속 도전하니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여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