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창작 공연 '송정 드림'으로 세대 간의 꿈을 연결하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송정동 지역 어르신을 위한 창작극 기획 배우와 어르신의 호흡, "연극과 삶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순간" "어르신들과 사랑의 실천을 실현하는 장을 확대할 예정"
세대 간의 화합이 '꿈'으로 실현되는 공연이 탄생했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는 지난달 23일 송정동노인복지관에서 송정동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제목 <송정 드림>은 꿈을 꾸고 있는 청년들이 제2의 꿈을 꾸는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공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반능기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은 꿈꿀 시간조차 없다고 느끼는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보다 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내 꿈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연극을 통해 사랑을 넓고 깊이 실천하다
복지관과의 협업은 한양대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에 대한 고찰로부터 출발했다. 반 교수는 "한양대 일원으로서 연극을 통해 사랑을 실천할 방법을 고민했다"며 "젊은 학생들이 의미 있는 나눔의 장을 펼칠 수 있는 대상이 어르신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역 어르신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연극이 탄생했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는 1960년에 개설된 이래 학교 극장이나 성동구 지역 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지역주민에게 문화 나눔을 실천해 왔다. 몇 년 전부터 사근동 노인 복지관의 어르신들과 인생 이야기를 담는 연극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번 학기에는 송정동노인복지관까지 협업을 확대했다.
<송정 드림> 속 빛나는 주인공, 어르신들
이번 <송정 드림> 공연은 '플레이백 시어터(Playback Theatre)'라는 연극의 한 형태를 기반으로 했다. 플레이백 시어터란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작품을 수동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집단적 실천 행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무대에서 관객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즉흥으로 재연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출을 맡은 최은빈(연극실기전공 석사과정) 씨는 "초반 의도는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흥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어르신들에게 매끄러운 공연을 선보이고자 즉흥 대신 송정동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공연했다"고 밝혔다.
최 씨를 포함한 연출부는 복지관에 계신 어르신들을 뵙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연은 해당 인터뷰 내용에 배우들의 다채로운 표현과 다각적인 의견이 더해져 짧은 뮤지컬, 2인극, 연극으로 재탄생됐다.
트로트 무대 뒤에 가장 먼저 선보인 창작 공연은 '중매쟁이'라는 뮤지컬 넘버였다. 최 씨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시대의 삶을 알게 됐다"며 "그중에서도 어르신들이 연애를 통한 결혼보다는 중매결혼을 하신 공통점을 소재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결혼해 아이를 낳고 손주를 보는 일련의 삶을 2인극 '주마등'으로 연결한 후, 마지막으로 가장 극화시키기 좋았던 어르신의 사연을 창작극 '꿈:은사님'을 통해 선보였다.
배우를 맡았던 김진경(연기전공 석사과정) 씨는 "내가 모르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며 "어르신들의 삶을 존경하며 동시에 공감하고 사랑하게 되는 또 하나의 배움이자 성장이었다"고 공연을 올린 소감을 전했다.
'꿈'으로 이어진 세대 간의 통합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공연의 시작과 끝은 송정동노인복지관 홈페이지에 써진 위 문구 아래 이뤄졌다. 반 교수는 "복지관에서 마주한 어르신들은 어학, 운동, 예술 활동을 배우고 실천하고 계셨다"며 "황혼기의 꿈을 찬란하게 꽃피우고 계시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해당 지점에서 그는 연극영화학과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꿈'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떠올렸다. 함께하는 예술인 연극의 특성을 활용해 좋은 배우, 작가, 연출을 꿈꾸는 청년들과 어르신들 사이의 상생 가능한 교집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르신들의 자취를 대본에 담아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배움의 시간이었다. 창작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에 관해 최 씨와 반 교수 모두 "극적인 완성도나 전개보다는 그분들의 삶에 대한 존경을 공연에 담고 싶었다"며 "어르신들의 기억이 왜곡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전했다.
연극과 삶이 하나 되는 순간
실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해당 인물이 살아온 삶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이 필요한 작업이다. 반 교수는 "학생들이 유명 작품 속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 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에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대라는 공간은 배우와 관객의 역할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신비로운 경험의 장이다. 연극은 작품을 보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반 교수 또한 "배우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연극과 삶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며 "이야기를 통해 영혼을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연극 예술이 가진 본질이자 아름다움이다"고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공연에 참여했던 김유나(연기전공 석사과정) 씨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함께 호흡해 주셨다"며 "나도 덩달아 힘을 얻어 다른 작품에 참여할 때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써서 연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은우(연극영화학과 3) 씨는 "앞으로도 여러 기회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좋은 공연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다양한 협업과 새로운 창작을 향한 도전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는 지난달 29일 성동구립 5개 노인복지관과 '시니어 문화복지 MOU'를 체결했다. 향후에도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다양한 공연을 통해 어르신들을 찾아뵐 예정이다. 반 교수는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배워가는 교류의 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예술의 창작과 실험에 늘 깨어있는 반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새로운 도전에 관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요즘 예술계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생성형 AI'예요. 동시대의 과학기술이 선물한 인공지능이라는 도구가 어떻게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창작해 보고 싶어요.
다음 학기에는 생성형 AI와 플레이백 씨어터를 결합한 공연을 창작할 계획이에요. 노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섞여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연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