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은 사람을 향한다, 기계공학과 학회 RED의 '어두운 미술관' 전시를 마치며
2025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이음센터 이음갤러리에서 '어두운 미술관' 전시가 열렸다. 한양대학교 ERICA 기계공학과 학회 'RED'가 기술 협력으로 참여한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손끝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AI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고흐와 피카소 명화를 촉각적으로 재현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전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전시가 끝난 후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ERICA 기계공학과 학회 'RED' 학회원 최희진 학우의 인터뷰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 21학번 최희진입니다.
9월 4일부터 7일까지 ‘어두운 미술관’ 전시가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나요? 시각장애인분들이 많았는지, 일반 관람객분들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시각장애인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일반 관람객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촉각적으로 작품을 느끼는 경험이 새롭고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전시 당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전시 기간 동안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작품 제작을 병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팀원들과 협력하며 잘 해결해 나갔습니다.
준비 과정부터 전시 마무리까지 전체 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전시할 3D 파일을 제작하던 중 전반적인 교체가 필요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팀원들과 함께 끝까지 협력하여 완성해냈던 과정이 뿌듯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느낀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전시를 보며 관람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정말 보람찼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문화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그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관련 사업이 생겨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장애인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랍니다.
다음은 ERICA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의 인터뷰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준호 교수입니다.
학회 학생들에게 교수님께서 먼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명화 전시를 제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프로젝트를 제안한 계기가 있을까요?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라는 전시기획 업체에서 저희한테 협력 요청을 해주셨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 전시회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신선하면서 기계공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여 참여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참여를 결정할 때부터 우리 학과에서 3D 프린팅 및 다양한 공학 관련 공모전 참여 및 새로운 도전을 위해 노력하는 RED 학회가 생각이 났고, 학생들에게 먼저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의견을 묻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무엇을 얻어 가길 바라셨나요?
3D 프린팅, 이미지 처리, 3D 모델링 등 공학기술적인 이해와 경험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 기획, 실행하고 마무리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상황을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본다는 경험을 터득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학생들이 더 좋은 엔지니어로 성장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전시 일정이 촉박하게 다가오는 과정에서 일부 출력한 작품들에 문제가 생겨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었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 준 결과로 좋은 결과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굉장히 뿌듯해하고 저도 같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시각장애인 관람객들께서 청각을 통해 습득한 정보로 재구성된 이미지로 작품들을 이해하셨거나, 미술 감상 자체가 처음이실 텐데 촉각이라는 새로운 감각과 오디오 가이드 또는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서 일반 관람객분들이 명화의 실물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을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일반 관람객 여러분께서도 반 입체로 구현된 작품을 눈으로 보셨을 때와 촉각을 통해서 느끼셨을 때 두 감각 간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시면 재미있는 관람이 되실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모든 관람객들께서 이 경험을 가능하게 한 3D 프린팅, 이미지 처리 기술 등의 기술적인 특성 역시 이해하실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우리 주변에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 AI 이미지 처리 기술과 친해지는 기회, 그리고 이 기술들이 더 좋은 공학적, 사회적 적용 기회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1980년대에 유래된 모두를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 같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작품에 대한 것이었지만,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로 인해 예술 감상을 하지 못하셨던 분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례, 기술의 활용을 통한 예술적 경험의 강화(Science for Art), 과학기술의 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예술적 영감 및 계기(Art for Science)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공학자이다 보니, 제가 가장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과학과 공학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식을 벗어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 공학의 가치를 여러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저도 학생 때, RED와 비슷한 유형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하고 도전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우리 ERICA 디자인대학의 IDM 학회와도 같이 협업을 하기도 했었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번 전시도 그랬듯,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기계공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즐겁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해 준 기계공학과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무엇보다 이 무(모)한 도전을 함께해 준 7명의 RED 학회원들(강유진, 김가빈, 김민준, 김예진, 박범찬, 신채린, 최희진)과 제 대학원생인 이건호 박사과정에게 고마움을 지면을 통해서 꼭 전하고 싶습니다.
흔히 기계공학이라고 하면,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같이 정말 기계적인 부분만을 생각하는 고정관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도와 접근을 통해 기계공학은 사실상 모든 산업과 요소들에 적용될 수 있는 팔색조 매력이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Everything is impossible without ME, ERICA 기계공학과 파이팅!
'어두운 미술관' 전시는 단순히 예술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기술과 함께 포용의 가치를 실현한 의미 있는 전시가 됐다.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도전은 예술의 향유자를 넓히고, 색다른 예술의 분야를 실현 가능하게 했다. 공학의 본질이 사람을 향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학생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몸소 경험하고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부분을 밝히는 프로젝트가 계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