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규 학생, 사이버·우주 융합연구로 2025 사이버안보논문공모전 대상 수상
학부 2학년, 지도교수 없이 단독 수상…이례적 성과 '사이버침해궤도봉쇄(CIOB)'라는 새로운 우주위협 개념 제시 "공학과 안보 잇는 융합형 연구자로 성장해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싶다"
이찬규(기계공학부 2) 씨가 국가정보원 후원, 한국사이버안보학회 주관의 ‘2025 사이버안보논문공모전’ 국가전략 분야에서 대상을 받았다.
해당 공모전은 2017년부터 매년 열리는 국내 최고 권위의 사이버안보 학술대회다. 이공계 학부 2학년 학생이 지도교수 없이 단독 저자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이 씨의 논문 「사이버침해궤도봉쇄(CIOB)를 통한 새로운 우주위협」은 사이버안보·우주안보·우주공학을 결합한 다학제 연구로 미래 안보 환경의 새로운 위협 양식을 제시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씨는 “대상 수상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내 아이디어와 1년간의 연구를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IOB(Cyber-Intrusion Orbital Blockade) ’ 데이터 교란만으로 궤도를 봉쇄하는 새로운 위협
이 씨는 이번 연구에서 ‘사이버침해궤도봉쇄(CIOB, Cyber-Intrusion Orbital Blockade)’라는 새로운 우주위협 개념을 제안했다. 기존의 인공위성 공격은 미사일과 핵폭발 등을 통한 물리적 파괴, 사이버공격을 통한 서비스·통신 마비 정도에 집중돼 있었다.
CIOB는 충돌회피기동(CAM, Collision Avoidance Maneuver) 체계의 데이터와 의사결정 루프를 교란해 위성과 우주물체의 충돌 또는 파편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를 두고 “데이터 조작과 오차 누적만으로 특정 궤도를 위험구역으로 만들어 전략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아이디어다”고 말했다.
CAM은 인공위성과 우주물체의 근접을 감지하고 회피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CIOB는 이를 교란해 회피해야 할 상황에서 회피하지 않게 하거나 반대로 잘못된 회피기동을 하도록 만들어 오판을 누적시키는 방식이다. 이 씨는 “결국 특정 궤도의 접근을 거부하고 위성의 수명 단축이나 운영비용 증가를 유도하며 결정적으로는 충돌·파편 생성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위협은 공격 징후가 거의 없어 탐지와 책임 귀속이 모두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안보 측면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우주공학·사이버안보·국가전략… 세 분야를 하나의 논리로 통합
연구 계기에 대해 이 씨는 “1학년 2학기에 공군사관학교 미래항공우주학술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우주쓰레기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다른 주제로 출전해 수상은 못했지만 그 경험으로 연구 방식과 논문 작성 전반을 이해하고 이후 1년간 독자적으로 연구를 이어왔다.
융합 연구 방식에 대해 그는 “초기에는 우주쓰레기를 이용한 공격 개념을 고민했지만 위험성과 탐지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사이버적 개입을 접목해 은밀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CIOB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국방과학·안보·우주공학에 관심이 깊어 꾸준히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록해 왔다. 이번 연구 과정에서 그는 “세 분야의 기술·전략 요소를 통합해 기술적 현실성과 전략적 함의를 함께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저궤도 포화시대 속 CIOB가 제기하는 시사점
국가정보원·한국사이버안보학회가 주관하는 공모전인 만큼 안보적 관점도 연구에 녹아 있다. 이 씨는 “사이버침해 궤도봉쇄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우주의존도가 큰 선진국·동맹국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이나 학계에 조속히 관련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구 범위를 ‘위험성 및 잠재력 제시’ 중심으로 조정했다”며 “현재 연구는 개념 제안 단계이고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다가올 저궤도(LEO) 위성 시대에 CIOB의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만 개의 저궤도 위성이 운용되는 상황에서 우주교통관리체계나 지상 관제소가 사이버공격을 받으면 특정 정찰·군사위성이 사용하는 궤도를 인위적으로 악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는 우주 교통 관리의 혼란, 정찰 및 군사 위성의 작전 능력 상실, 우주 물체와의 충돌 유도를 통한 물리적 공격 등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위험성을 지적하며 “이는 우주교통관리 체계와 우주시스템 전반에서 사이버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재조명한다”고 강조했다.
공학과 안보를 잇는 연구자가 목표
지도교수 없이 독자적으로 연구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초기에 논리 체계 구성과 자료 해석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내·외 컨퍼런스에서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한양대 학군단장 양황석 대령, 우주안보를 연구하는 박사 등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씨는 “한 정부 연구소의 우주안보 연구자에게 초고를 보여줬을 때 ‘참신하고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듣고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이번 논문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후속 연구로 시뮬레이션·실증 연구, 대응 방안 체계화를 이어갈 예정이다”고 답했다.
현재 그는 본전공인 기계공학과 부전공 정치외교학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기술과 안보를 아우르는 역량을 갖춰 장차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등에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공학과 안보를 연결하는 연구자로 성장해 대한민국 안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