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이정환 교수, 칼럼 '최고의 환율 진정제는 경제 체질 개선' 기고
11월 18일 자「[오늘의 시선] 최고의 환율 진정제는 경제 체질 개선」기사
이정환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11월 18일 자 <세계일보>에 칼럼 '최고의 환율 진정제는 경제 체질 개선'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직후 외환시장 공무원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공무원이 “환율은 언젠가 1500원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였음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예측이었지만, 이 교수는 그 배경에 대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했고, 인공지능(AI) 기반 신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국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실제 환율 흐름이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며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 금리 차 확대처럼 이전부터 지적되던 구조적 경로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의 적극적 해외 투자 확대가 맞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개인, 연기금, 대기업 모두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보다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가 더 빠르게 증가했다”고 진단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라 “향후 지속적으로 달러가 유출될 것으로 우려되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그는 현재의 고환율이 과거 경제위기 성격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올해 들어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역사상 최고수준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CDS 프리미엄 또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환율의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는 원화 약세가 좋은 시그널이었다”며 수출 중심 경제에서 환율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맥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율 상승이 수출을 늘리는 메커니즘이 크게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고환율이 가져오는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뚜렷하다”고 강조하면서, 국제 유가와 무관하게 환율 상승만으로도 유가·원자재 가격이 뛰고, 이는 기업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최근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도 사업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환율의 본질적 원인을 다시 성장률 저하에서 찾았다. 그는 “성장력이 약해지면 금리도 낮아지고, 채권시장에서 해외로 자금이 쏠리게 된다”며 “성장률 저하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는 상방 압력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칼럼의 말미에서 그는 환율을 ‘경제의 거울’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고환율 흐름은 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을 되돌아보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국내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환율 안정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흔들리지 않는 성장 기반을 마련할 때 비로소 환율 리스크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