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안의 Blue` 한·일 축구 공동 응원전
중간고사 불구 4천여 집결, 목놓아 외친 '대-한민국'
아쉬운 한 판이었다. 마지막 10초, 통한의 한 골이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라이벌간의 '진검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목이 터져라 응원한 한양인도, 쉴 새없이 그라운드를 누빈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 손에는 '붉은 스카프'를, 다른 손에는 '파란 스카프'를 질끈 동여맨 4천여명의 한양인은 멋진 승부를 펼친 승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미래 한국 축구의 건승을 위해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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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는 제31대 총학생회 주최로 '한·일 축구 정기전' 공동 응원 행사가 열렸다. '그대, Red 안의 Blue'를 모토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본교에서 유학 중인 일본인 학우 약 20여명이 함께 참가해 더욱 뜻깊은 이벤트가 되었다는 평가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노천극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중간고사 일정과 겹쳐 다소 호응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천여 명이 넘는 학우들이 모여 한·일 축구에 대한 한양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사 개막을 알리는 연설에서 신진수(법대·법학4) 31대 총학생회장은 "한양대 학우들과 본교에서 유학 중인 일본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응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21세기를 이끌어 갈 한·일 양국 청년들의 새로운 양국 국가관이 정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측에서는 이런 취지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스카프'와 일본을 상징하는 '파란색 스카프' 1000여 개를 준비해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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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행사로 펼쳐진 본교 응원단 '루터스'의 공연과 함께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자 긴장된 분위기로 이어졌다. 전반 초반, 한국팀이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한국 이천수의 슛이 아쉽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등 분위기가 한국팀 쪽으로 흐르면서 한양인들의 응원 함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시종 일진일퇴의 경기가 진행되자 한양인들과 일본 학우들의 안타까운 탄식과 기대에 찬 함성이 교차하며 양국 학우들의 응원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양인들은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팀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일본 학우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 일본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을 펼쳤다. 경기 종료 10여초 전 일본팀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낸 순간에는 양국 학생들의 탄식과 환호가 교차됐다.
지난해 어학 연수 때문에 월드컵을 보지 못했다는 최은경(사회대·신방3)양은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며 축구를 봐서 무척 즐거웠다"며 "그래서인지 지난 월드컵을 보지 못한 것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최 양은 "비록 아쉽게 한국팀이 지긴 했지만 일본 학생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흥분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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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정기전' 공동 응원행사에 참가한 일본 학생들 역시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키미즈카 다이씨(27, 국제어학원)군은 "학교에서 이렇게 일본 학우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사실 자체에 많이 놀랐고 고마웠다"며 "처음엔 일본 학생들을 비난하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것 없이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또 재일 교포로 본교 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송유가(22)씨는 "이번 행사를 보면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일본팀이 이겼음에도 흥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뒷정리까지 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선진 응원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일본 학우들과의 만남의 자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한·일 축구라는 행사의 특성상 양국 학우들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한 주최측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또한 응원을 이끌 구심점이 없어 보다 활발한 응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은 이번 행사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