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비발디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음악연구소 개수 20주년 기념 '정격연주' 콘서트
매끄럽지는 않다. 낭만적이지도 않다. 금관 악기의 연주 속에는 쇳소리가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달콤하고 밋밋해져 버린 이 시대의 음악과는 무언가 다르다. '정격연주(正格演奏)'는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에 지친 현대인들을 순수함이 묻어 있는 또 다른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메신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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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학 음악연구소는 개소 20주년을 맞이하여 '옛 음악 예스런 연주'를 주제로 '정격연주(正格演奏)' 콘서트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지난 4월 30일에는 음악대학 구관 콘서트홀에서 '16, 17세기 유럽의 궁중무용 워크샵' 공연을, 1일 저녁에는 금호 아트홀에서 '사랑과 설득의 힘-르네상스 바로크 음악과 궁중무용' 공연을 각각 무대에 올렸다.
'정격연주(政格演奏)'란 '옛날 연주 방식 그대로 현대에 재현'하는 것. 즉, 처음의 악보에 충실하게 옛날 악기를 가지고 연주 관습과 환경까지 최대한 복원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의 한 흐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곡가의 의도가 충실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TV의 사극 드라마가 당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정격연주(政格演奏)'는 르네상스를 지나 바로크, 초기 고전주의 시대에 작곡되고 연주됐던 음악을 대상으로 당대 음악의 본질인 '의미 전달', 즉 '음악의 언어성'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음악연구소 강해근(음대·관현악) 소장은 "그동안 클래식 연주의 대세는 '낭만'이었다. 그러나 이 음악들은 아름답다 못해 달착지근해져 버렸다. 또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음악을 해석해 옛 음악의 본질이 훼손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오로지 '누가 더 잘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대중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해 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이어 강 소장은 "이제는 오히려 '정격연주'가 새로운 흐름이 됐으며 이미 많은 대중이 지지하고 있다. 결국 음악을 교육하는 공식기관인 대학에서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이번 행사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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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4월 30일에 있었던 '16, 17세기 유럽의 궁중무용 워크샵'은 '정격연주(正格演奏)'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행사. 바로크 무용의 세계적 권위자인 '메리 콜린스(Mary Collins)'와 파트너 '위르겐 슈라페(Jurgen Schrape)'가 바로크 시대의 춤곡에 맞춰 당시의 춤을 재현했다. 강 소장은 "서양의 모든 기악음악은 춤곡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궁중에서 벌어진 바로크 시대의 춤으로부터 당시 음악의 올바른 해석에 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정격연주(正格演奏)'를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고리이다"고 공중 무용과 '정격연주(正格演奏)'의 만남을 설명했다.
또한 1일에는 영국의 비올 4중주단 '판타슴(Phantasm)'이 16, 17세기의 무곡(舞曲)을 '정격연주(正格演奏)'의 방식으로 풀어낸 공연을 펼쳤다. 연주회는 '르네상스 시대의 구애 예법', '바로크 수사학의 예술', '바로크 시대의 극장 코미디' 등 총 3부로 꾸며졌다. 이번 공연은 '듣는 음악'을 뛰어 넘어 당시 그 음악이 연주되던 상황과 기법 그리고 춤들을 함께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보는 음악'의 수준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한편 음악연구소는 올 한해 동안, 이번 행사 비롯해 10여 개의 콘서트와 심포지엄을 엮어 '정격연주(正格演奏)'에 관한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