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SPC는 한양 자부심과 긍지의 산물"
공학대학 기계정보경영공학부 강창욱 교수
흔히 IE(Industrial Engineering)로 축약되는 산업공학이란 생산활동에 있어서 인력과 자재, 설비, 기술 그리고 자금 등 생산에 있어서의 총체적인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응용학문이다. 이러한 산업공학은 최근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정보화, 자동화의 추세에 따라 물리적 생산과정에 주목했던 전통과는 달리 정보에 대한 기능적 접근을 강화하는 쪽으로 신속히 재편되는 형국이다. 안산캠퍼스 산업공학과가 기계공학과와 함께 '기계정보경영공학'으로 그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적극 수용한 결과다. 강창욱 교수는 이에 대해 이른바 '통합의 공학'으로서 '산업공학의 전통과 정보화를 함께 수용하는 한편 국제적 감각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기획'이라 설명한다.
전문화·국제화·정보화 수용하는 '통합의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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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과 발전전략을 수립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첫째, 전문화이고 둘째, 국제화 그리고 셋째, 정보화입니다. 이를 위해 전공 트랙을 5개로 분류하고 트랙별로 필수, 선택, 공통 과목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학교의 학사방침에 저촉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복수의 전공 트랙을 선택하여 이수할 경우 학과에서는 각각의 전문성을 '보증'해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정보경영공학의 영역이 워낙 광범위해서 각자가 이수한 복수의 전공 과정을 학교가 보장해 준다는 것은 사회 진출에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70년대와 80년대, 제조업을 중심으로 압축적 성장을 통해 경제 기적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산업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강 교수는 산업공학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이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라 말한다. 이웃의 일본만 해도 산업공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이 3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발전과 응용성이 괄목할만한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공학에 대한 관심은 몇몇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에야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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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범사회적으로 깊숙이 진행된 정보화에 대응할 전담 인력이 부재하고, 관련 기술을 수용할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탓에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산업공학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학문이라면 이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바야흐로 전략적 차원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8년 강 교수가 중소기업청과 함께 '100PPM 품질혁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처한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국내 기업 40.6% '100PPM 품질혁신 SW' 쓴다
"현재 품질혁신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상황에 잘 맞지 않고 또한 워낙 고가인 탓에 중소기업들이 구매하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었지요. 그래서 쉽고, 간편하고 또한 저렴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제작 지원을 1998년에 중소기업청에 의뢰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100PPM 품질혁신 소프트웨어'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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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중소기업청은 강 교수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이 소프트웨어를 공개, 배부하는 탓에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신기술은 소위 'Share Ware'가 됐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이왕 무료로 보급된 것이라도 확실히 서비스하자는 생각에 연구실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고 사후 서비스도 친절히 제공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그야말로 온갖 문의 전화에 연구실은 분주해졌지만 그 누구도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것.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지난 해 산업자원부가 실시한 품질경영 실태조사 보고서를 엿보던 강 교수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2002년 산업자원부가 품질경영 실태조사를 하면서 드러난 결과인데 우리나라 전 기업의 40.6퍼센트가 바로 우리가 개발한 품질혁신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었던 겁니다. 이는 정말 우리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단일 소프트웨어로서는 최고의 점유율이었던 것이죠. 아,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자부심도 느꼈고 뿌듯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중에 이 소프트웨어의 영어판을 만들어서 수출해보자는 새로운 마음을 먹게 됐고 이렇게 해서 기획된 'eZ SPC'가 바로 지난주 일요일에 최종 완료되었습니다."
한양의 자부심으로 세상에 선보인 'eZ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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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탄생한 'eZ SPC'는 굳이 말하자면 1998년에 개발된 '100PPM 품질혁신 소프트웨어'의 영문판.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언어만이 전환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래밍에 의해 제작된 '신상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품질개념이 도입된 지 채 40년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이제 품질관리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소프트웨어를 제작, 역수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eZ SPC 개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첫째, 일단 모든 번역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전환이 아니고 새로운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둘째,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별도의 영문 홈페이지(www.ezspc.net)를 제작해서 운영하기로 했죠. 아울러 소프트웨어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총장님의 인사말과 한국표준협회 대표의 추천사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표준협회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홍보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양대와 통계·품질연구실 그리고 한국표준협회의 이름으로 본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에 공급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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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개발된 'eZ SPC'는 이전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무료로 보급될 계획에 있다. 보급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교수들과도 많은 논의를 거쳤지만 한국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양의 이름을 걸고 전 세계에 보급될 소프트웨어는 교환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성과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부심과 긍지에 관한 것이었다.
"1998년 처음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나, eZ SPC를 개발할 때나 개발비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지원을 받지 않고 일부러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았던 것입니다. 결국 사비를 들여가며 개발했는데 지금은 졸업한 이배진 박사를 비롯해 대학원생들의 고생이 너무도 컸습니다.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못해 지금도 많이 아쉽습니다. 이번 영문판을 상업화해서 기금도 조성하고, 장학금도 주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결국 한양의 자부심과 명예를 선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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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의 위기는 없다
대학원생들의 노고에 답할 방법이 없음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강 교수에게 이제는 상투적인 화두가 되어버린 '이공계 위기'에 대해 물었다. 그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이공계의 위기는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강 교수는 이번 학기에 소속 학부에 개설해 운영 중인 '공학의 비전'이라는 CEO 강좌를 하나의 사례로 든다. 다양한 기업들의 CEO들을 초청해 공학의 필요성을 직접 듣고 그들의 경험과 비전을 나누고 있지만 누구도 공학의 위기를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20명이 수강하는 대단위 강의인데 저도 매번 수업에 참여해서 자리를 지킵니다. 방문하는 모든 CEO들이 강의가 끝나면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안산캠퍼스가 이렇게 훌륭할 줄 몰랐다는 것이고 둘째는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너무도 진지하다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말하듯이 공학은 인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직접적인 학문입니다. 이론과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겠지요. 그러나 이 강의에 직접 들어가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이들이 있는 한 이공학의 위기란 없습니다."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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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석원 학생기자 astros96@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