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미래를 건 `10초의 레이스`
내장형 제어시스템 체험하는 공학도의 한마당
지난 15일, 서울캠퍼스 올림픽체육관에서는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Automotive Control and Electronics Laboratory, 이하 ACE연구소)가 주최한 '2003 지능형 자동차 설계 경진대회'가 개최됐다. (주)모토롤라와 (주)한국MDS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주어진 주로를 가장 빠른 시간에 주파하는 모형차를 설계하는 자동차 경진대회다. 이날 행사는 '10초의 레이스'를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64개 팀과 대회를 관전하기 위한 인파로 대성황을 이뤘다.
승용차 내건 대회에 1백 30여팀 응모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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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의 우승 상품은 대학 주최 행사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승용차(기아자동차 VISTO, 시가 6백 50만원 상당)가 제시되어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당초 행사를 기획한 ACE연구소 측은 1백여 팀 정도의 응모를 예상했다. 그러나 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설계보고서 응모 기간 동안 전국 48개 대학 1백 30여개 팀으로부터 설계보고서가 도착했다. 주최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다.
본선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부터 이번 대회의 공식 웹사이트(http://race.acelab.org)에서는 참가자들의 '레이스'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다른 지능형 자동차 대회와는 달리 주행코스가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 끝까지 비밀에 붙여졌다. 코스를 종잡을 길 없는 참가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주행 코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지만 주최측에서는 끝까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대회 규정상 모든 것은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는 법. 많은 참가자들이 마지막까지 자동차를 붙들고 씨름을 하며 날밤을 새우고 있는 동안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트랙에서 체험하는 내장형 제어시스템
지난 15일 오전 10시, ACE연구소장 선우명호(공대·기계공학부) 교수의 개회 선언으로 대회가 시작됐다. 선우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내장형 제어시스템은 전 산업분야에서 고루 응용될 수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이라며 "국내에는 이 기술에 대한 고급 인력의 수급이 부족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이번 대회는 학생들이 내장형 제어시스템 기술을 직접 체험케 하고, 향후 산업계 진출을 위한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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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A·B 두 조로 나뉘어 두 개의 트랙을 번갈아 주행한 두 개의 기록 중 더 빠른 기록(70%)과 보고서 점수(30%)를 합산하여 순위를 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자동차가 트랙을 벗어나거나 출발 후 3분이 되도록 결승점에 들어오지 못한 경우에는 실격처리 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컴파일러 프로그램을 통해 제어알고리즘이 입력된 자동차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눈에는 긴장이 잔뜩 서려있었다. 드라이버가 자동차를 들고 엎드려 트랙에 센서를 감지시키며 출발을 기다리는 초조한 순간,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 가로 4미터 세로 6미터 트랙에 위치한 자동차에 집중됐다.
출발센서를 건드리며 자동차가 출발하자 관객석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해 박수를 받았지만 아쉽게 트랙을 이탈하거나 트랙 중간에 멈춰서 느릿느릿 가다서다를 반복해 참가자는 물론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자동차도 있었다. 관객들은 멈춰선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격려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선문대 '헐크팀' 7초대 기록하며 우승 영예
경주가 거듭될수록 기록은 점점 단축됐다. 경기 초반부터 '10초'의 벽은 이미 깨진 상태였고 문제는 '누가 얼마나 더 기록을 단축하는가'였다. 그러던 순간, 객석이 술렁이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선문대학교 '헐크팀'의 자동차가 '8초'의 벽을 깬 것이었다. 이번 경기에 출전한 60여 대의 자동차 중 최초로 7초대에 트랙을 주파한 자동차가 나온 것이었다. '헐크팀'의 드라이버는 자동차를 번쩍 들어올리며 관객들에게 답례했다. 결국 이번 대회의 우승은 선문대학교 '헐크팀'에게 돌아갔다. 한편 2위와 3위는 청주대학교의 'RRCA팀'과 한국과학기술원의 '미라주Ⅱ팀'이 각각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광운대학교 정보제어공학과 3학년 조우성 군은 "대회전 3일 동안은 집에도 못 들어가며 자동차를 붙들고 학교에서 살았다. 마지막까지 프로세서를 제어하지 못해 보드가 망가지고 결국 태워먹었다"며 크게 웃었다. 또한 조 군은 “이번 대회가 첫 번째 대회이다 보니 대회규정에 대한 업데이트라든지 매뉴얼에 강좌가 충분치 못했던 점이 조금 아쉽다"면서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무사히 완주한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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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기계공학부 3학년 이원호 군은 "정말 재미있는 대회였다. 내장형 제어시스템의 기본기능들을 모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이 대회의 매력이 있다. 주최측에서 참가비를 상회하는 플랫폼을 지원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하며 다음 대회에도 다시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선우 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거둔 학생들의 성과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라고 극찬하며 "내년 대회는 이번 대회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좀 더 어려운 코스와 지능화된 요건을 요구하는 대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주관하는 ACE연구소는 자동차의 전기전자 및 제어기술 분야의 기술 선진화를 위한 응용연구 그리고 연구 결과의 실용화와 관련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파워트레인, 샤시, 그리고 차체 관련 전자제어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