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하나, 마음은 둘` 샴쌍둥이 수술의 대가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
"기형아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합니다"
최근 싱가포르 래플즈 의료원에서 분리수술에 성공한 사랑이와 지혜에게 세간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의 아픔도 있는 법. 이란의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가 분리수술 실패로 사망했다는 최근의 보도에 많은 이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각 기자와 변호사로서의 독립된 삶을 간절히 바래왔기에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감행했던 두 자매. 지난 1990년 국내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해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를 만나 샴쌍둥이의 애환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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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랑과 지혜 자매가 화제다. 분리수술에 있어서 국내의 수준은 어떠한가?
사실 샴쌍둥이 분리수술 능력을 포함해 우리나라 임상의학은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수술비도 싱가포르에 견주어도 비싼 편이 아니다. 그들의 부모가 싱가포르를 택한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의료원만 해도 4건, 다른 대학병원에서 3건을 성공한 바 있으며 그들의 상태는 결코 심각한 경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했어도 어렵지 않은 수술이었다.
- 국내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성공한 바 있는데.
가슴에서 배꼽까지 약 15센티미터 가량 붙은 일란성 남자 쌍둥이였다. 생후 57일째였는데 심막이 붙은 상태로, 횡경막과 간이 1개였다. 당시에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관한 기록이 흔치 않아 수술 준비에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 두 명 모두 건강한 상태로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주선으로 내게 찾아오기도 했다.
- 우리나라 샴쌍둥이 출산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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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산모가 임신을 해 병원에 가면 그 순간부터 출산까지 기록이 되고, 사산까지도 기록돼 통계자료로 남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확한 기록이 보존되는 체계가 아니다. 또 많은 산모들이 초음파 검진을 통해 태아가 기형임을 알면 인공유산을 시켜버리는데 이 때문에 소아외과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출산을 했을 경우에도 남의 시선을 두려워해 알리지 않는게 현실이다.
- 샴쌍둥이 당사자들과 부모에겐 언론의 집중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남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방송에서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받은 몇몇 아이들의 사진과 실명을 노출시킨 것은 참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샴쌍둥이들을 무조건 화제 삼아 그들의 사적인 정보를 떠벌리는 언론에 참으로 실망했다.
- 샴쌍둥이와 같은 선천성 장애인들에 대한 정부 보조 수준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랑이와 지혜 자매를 위한 성금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시적인 성금 운동보다는 정부의 제도적인 정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언론의 부추김으로 급조되는 성금보다는 정부가 그들의 출산부터 수술까지 지속적으로 보조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보조 수준은 겨우 중간 수준이다. 장애아들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인 보조가 생기면 좀 더 빨리 치료받아 완치 가능한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 소아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아외과는 일반외과에서 시작됐으며 세계적으로 약 50년 전부터 독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일반외과에서 치료하다가 70년대 중반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 오늘에 이른다. 소아외과는 대부분 선천성 질환을 대상으로 하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서혜부탈장을 비롯해 항문폐색, 거대결장, 소아 악성종양과 외부 상처 등을 치료한다. 기형은 예측불허이며, 케이스가 너무나 다양하다. 따라서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고 수술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방법을 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반적으로 '외과'하면 찢고 잘라내는 파괴적인 의료행위를 떠올리지만, 소아외과는 기형을 고치고 결손 부위를 만들어주는 창조적 행위이기에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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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아이들을 수술하다보니 아픈 경험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은 너무나 깨끗하다. 좋으면 좋다, 아프면 아프다 솔직히 말하고 가식이 없다. 그런 아이들이 기형으로 고통받는 것을 직접 대할 때에는 어서 고쳐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러나 다운증후군 등 유전적 기형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런 아이를 키우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인지 간혹 인공유산을 시키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부모를 목격할 때 너무나 안타깝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1977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 9백여 명의 선천성 소아질환자들을 치료해왔다. 이렇게 많은 케이스를 대하다 보니 자연히 경험과 그에 따른 노하우가 축적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산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전해 주어 더 활발하고 완벽한 치료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또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기형아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경제 보조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사회운동을 적극 펼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