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문화혁명` 2003년 애한제
체전 중심 기존 인식 탈피, 다양한 학술, 문예 행사 선보여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파란 하늘이 드높은 계절, 가을이 왔다. 붉게 물들어 가는 잎사귀를 보며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이 좋은 때를 캠퍼스가 모른 척 할 리 없다. 지난 6일부터 5일 일정으로 한양 동산 곳곳에서 '애한제'가 열리고 있다. 서울캠퍼스 가을 축제인 '애한제'는 지금까지 체전 위주로만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애국한양문예학술체전'이란 이름에 걸맞게 각종 문예, 학술, 행사가 함께 열리고 있는 것. 캠퍼스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가을 축제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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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애한제'의 컨셉은 '아마추어리즘(amateurism)'.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인터넷 연재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와 같이 수동적 문화 향유에서 벗어나 스스로 예술 창작에 참여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우리 사회에 곳곳에 퍼지고 있는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금전이나 권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즐거워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으로 새로운 발견과 시도를 하는 사람들, 아마추어. 그들은 금전과 권력의 힘에 물든 1퍼센트의 프로페셔널에게 대항한다. 총학생회는 '애한제'를 통해 이렇게 성숙된 '아마추어리즘'을 대학에서 벌이고자 했다. 소리 없는 99퍼센트(아마추어)들의 1퍼센트(프로)에 대한 문화혁명. 그것이 바로 '2003 애한제'다.
이번 가을축제는 지난 5일 노천극장에서 열린 '한양 명물 찾기'를 필두로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 모창, 개그, 댄스 등을 통해 자신의 넘치는 끼와 열정을 보이는 행사 참가자들의 열기는 노천에 모인 학우들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학문을 닦는다'는 공부(工夫)를 '부를 받든다'는 공부로 바꿔 쓰며 '물질을 추구하는 공부를 하지 말자'고 외치던 참가자도 있었다. 웃음을 선사한 임우현(공대·기계공학3) 군의 기발한 개그 속에는 취업만을 향해 달리는 대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었다. 그는 또 '한양'을 '한 냥'에 빗대어 '졸업 후 한 냥 씩 베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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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극장이 학생들의 환호로 가득 차 있을 무렵, 백남음악관에서는 '장애 여성 후원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차별과 차이를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나되는 이번 자리에는 선천적인 장애를 딛고 네 손가락만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이희아(주몽학교·고등부2) 양이 초청됐다. 손에 힘을 기르기 위해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이 양의 네 손가락을 타고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은 관람객들의 가슴속에 은은하게 퍼졌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밝게 웃는 이 양에게서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다.
이 밖에도 디지털 카메라 사진 전시회, 코미디 영화제 등 다양한 이색 행사들은 기존의 '관례적인 가을축제'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봄 축제인 '대동제'에 비해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는 개선되지 않는 아쉬움이었다. 주최측은 '이번 가을축제에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에는 '홍보 부족'이 주요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애한제' 기간 동안에는 인기 교양과목인 '유쾌한 이노베이션' 공개강의, 시민운동가 초청 강연회 및 관련 영화 상영으로 이뤄질 'NGO 한마당', 각종 체육대회 등이 캠퍼스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