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 색다른 매력을 찾아서
조별과제가 있어 즐거운 수업들
"조별과제, 재미도 학습도 배로 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대 팀플을 해보라." 여러 학생이 하나의 조를 이뤄 학습하는 팀 프로젝트 (Team project), 즉 조별과제에 관해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과제를 할 경우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혹은 저마다의 이유로 조별과제를 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간의 즐거운 만남을 가능케 하고 수업의 재미를 더하는 수업들이 있다. 학생들에게 열광을 받는 조별과제를 포함한 수업들, 이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교양 조별과제 강좌, ‘꼭 한 번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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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조별과제가 있는 교양 강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듣고 싶은 수업도 조별과제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특정 교양강좌는 조별과제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호응을 받기도 한다.
우리대학 교양과목 중 교양인 영역의 '대학합창'은 남녀의 수강신청을 구별해 어느 한 쪽 성별의 쏠림 현상을 막는다. 학생들이 다양한 성부를 맡아 한 조를 이뤄 합창을 해야 하는 수업의 특성 때문이다. 수업은 여러 개의 조로 짜이고, 각 조는 기말 시험의 조별 합창을 위해 노력한다. 한 두 번의 만남으로 맞춰지는 화음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 시간 외에도 조원들간의 만남이 필요하다. 그러나 확실한 목표를 두고 조별 모임이 이뤄지는 만큼 싸움의 여지가 적다고 한다. 수업을 들었던 한 남학생은 "과 특성상 여학우를 만날 일이 정말 적었다. 이 수업을 통해 다른 성별의 사람과 오랜 시간 얘기할 기회가 생겼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는 후기를 남겼다.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꼭 한 번 듣길 바란다는 추천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좌다. '첫 수업시간에 다 같이 했던 행동은?', '라면 한 개를 끓이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과 같은 독특한 시험이 출제되고, 암기보다 생각을 강조하는 강좌인 만큼 조별활동도 독특하다. 각기 다른 학과에서 모인 학생들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내서 조별활동을 완성시킨다. '학교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해보시오'라는 조별과제에 학생들은 한마당 한 복판에서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
필기하고 암기하는 영어 수업 대신 자연스럽게 말하는 영어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어연기개론'을 추천한다. 영어연기개론은 수업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 대화를 하고, 기말고사로는 조별로 짧은 영어 연기를 선 보인다. 지난 해 수업을 수강했던 졸업생 김명훈(기계.09) 씨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들까봐 걱정했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론을 현실에 적용… 수업 효과를 배로 늘리는 조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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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MBA에 지원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줬던 최고의 명강의다", "과제를 위해 며칠씩 밤을 새야 하지만, 힘들어도 추천하고 싶다”. 종강 후, 수업을 들은 39명의 학생 중 23명이 남긴 강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다. 2006년과 2011년 우수 강의 교수로 뽑힌 손태원 교수(경영대·경영)의 수업 ‘조직행동론’에 대한 평가다. 조직행동론은 인사조직관리를 가르치는 경영대학의 수업으로 한 학기 동안 개인과 집단의 관계와 역학을 배운다. 매 수업시간마다 기업 윤리나 조직 시스템과 같은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해야 하고, 중간과 기말 조별과제를 한 번씩 제출해야 한다. '우리 팀은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팀인가?'라는 주제의 기말 프로젝트는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과 팀원들간의 협의를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야 한다. 성적 평가 중 조별과제의 평가 비중이 60%에 달하는, 그야말로 조별과제 친화적인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10년간 C나 D를 받은 경우는 두 세 팀 정도뿐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조별수업 참여율이 높은 데에는 손 교수의 다양한 유인책이 있었다.
“수업 중 조별로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학생들이 수업 전 미리 인터넷으로 토론을 진행해서 사전 지식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조별로 토론을 할 때 누가 프리라이더(Free rider, 조별과제 중에 일은 하지 않고 점수만 받아가는 사람을 뜻함)인지를 알 수 있어요. 수업 중간에 항상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조별과제를 제출해도 조원들마다 점수가 다 다릅니다. 팀 내에서도 팀원들 간 평가를 하는 거죠. 그리고 팀을 구성할 때는 늘 학생 수를 4명으로 맞추고 있어요. 4명 이상이 되면 팀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손 교수는 팀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 경우 성과가 더 많은 수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행동론 같은 수업은 배운 이론을 현실에, 조별활동에 적용시킬 수 있는 수업입니다. 가령 조직 내 의견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수업 내용을, 직접 여러 사람들과 토의를 하며 맞닥뜨리는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실습하는 것이죠."
손 교수는 조별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점을 강조했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시행착오과 경험을 얻는 것 외에도, 공유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사고역량 바깥에 있는 걸 타인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때부터 그랬고, 유대인들의 학습 방법이 그랬습니다. 타인과 함께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회가 원하는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수업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가 바탕이 돼야겠죠.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겐 그에 맞는 절대적 평가가 이뤄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조별과제의 실천은 사랑의 실천"
‘유쾌한 이노베이션’을 들었던 안주성(국제학부 2), 이석원(국제학부 2) 씨는 유쾌한 이노베이션 수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학기에 수강한 유쾌한 이노베이션 수업은 다른 수업들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과제가 그랬다. “만우절에 어떤 장난을 칠까 찾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시험 대신에 마지막 강의 때 프레젠테이션을 해요.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주성)” 두 사람 모두 조별과제를 통해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개방적인 마음으로 다른 과 사람들과 함께 조별활동을 하다 보니 좀 더 식견이 넓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과 사람들을 만나서 친해지기 쉽지 않은데, 인맥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어요.(석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별과제 중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은 “프리라이더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프리라이더 외에도 처음 조원들을 만났을 때 어색했던 것, 역할을 분담하는 문제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간의 단합’이 조별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주성)” “한 명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에요. 한 사람이 말하는 대로만 이끌려가다가,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되죠. 이런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 의견을 말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소 수업에 용기를 내서 참여하는 게 중요해요. 수업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수업이 재미있어지거든요.(석원)”
인터뷰의 끝에 안 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학생 여러분, 조별과제의 실천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별과제의 실천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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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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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