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평가, 더 나은 강의를 위해

강의의 질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

2015-07-01     최정아

"객관적이고 소신 있는 평가를 바라며"

 

C일까 B일까, 말도 안 되는 행운이 따른다면 A까지도 노려볼 만 하지 않을까. 좋든 나쁘든 간에 빨리 확실한 알파벳을, 성적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느 날 친구에게 성적이 발표 됐다는 연락이 온다. 초조하게 HY-in에 접속한다. 그런데 먼저 강의 평가부터 하라 한다. 몇 줄 안 된다 싶어서 급하게 누르고 말았는데, 다음 성적 확인을 할 때도 또 강의 평가를 하라는 안내가 뜬다. 강의 평가, 왜 필요한걸까?

 

강의 평가, 한 학기를 돌아보는 시간

 

시험 성적을 통해 한 학기를 돌아볼 수 있듯, 강의 평가 역시 학생과 교, 강사 모두 한 학기 동안 강의한 강좌를 복기해보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교, 강사가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좋았던 점을 심화시키며 교수법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강의 평가는 기말고사 이전부터 성적 입력 전까지 약 한 달간 시행되며, 평가를 하기 전에는 성적 열람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강의 평가 참여 완료가 되어야만 성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게 되는 것은, 학생들의 강의 평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교가 선택한 방법이다.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바꾸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도 포함돼 있다. 평가 항목은 열 가지 내외로, 강의에 따라 달라진다. 강의 평가 문항에는 자신의 수업태도를 돌아보는 항목, 수업계획서에 관한 항목, 실제 수업에 관한 항목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으며 실습을 주로 하는 이공계 수업과 B-러닝 수업의 경우, 영어 전용 강좌의 경우 강의의 특성에 따라 질문이 더 추가된다. 항목별로 '매우 그렇다'(5점)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1점)까지 다섯 가지의 평가를 할 수 있으며, 마지막에는 강의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 게재할 수 있는 공란이 있다.

 

   

 

강의를 담당한 교, 강사는 강의 평가 기간이 종료된 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강의 평가 성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총점과 항목별 평균, 그리고 공란에 남겨진 의견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작성한 주관적인 평가는 한 글자의 수정이나 누락 없이 그대로 교, 강사에게 전달된다. 강의 평가에 결과에 따른 피드백도 이뤄지고 있다. 한 해 동안 일정 학점 이상을 담당하면서 높은 강의 평가 점수를 받은 계열 별 우수 교, 강사는 '베스트 티처(Best Teacher)'로 선정 돼 상금과 명패를 전달받는다. 베스트 티쳐는 인문사회, 이공, 예체능, 비전임 계열로 나뉜 강좌 중 각 계열별 강의 평가 최고점수를 받은 교수가 선정되며, 교수 전체 연수회에서 교수법에 관한 발표를 하게 된다. 반면 강의 평가의 평균 점수가 평점 D, 평균 2점 미만인 경우, 해당 강의의 담당 교수가 바뀌거나 담당 강의 수에 제한이 생긴다. 외부 강사의 경우 1년간 강의를 맡을 수 없다.

 

강의 평가를 보는 또 다른 시선

 

   

강의 평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다양한 교수들의 교수법으로 이뤄지는 강의를 정량화 시켜 평가하는 작업이라는 일부의 평가가 그것이다. 이윤원 계장(교무처 학사팀)은 "실제로 우리대학 구성원으로 생각되는 분께 항의의 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 강사가 선택한 최선의 방식이 실제로 최선의 결과를 낳지 못한 경우, 고스란히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또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되게 강의 평가를 하느냐는 의문도 남겨주셨죠. 개인적인 감정으로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이 계장은 정량화된 평가에 대해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점이지만 정량 평가 외에 정성 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교수 평가를 실시할 수 있을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아직까지는 정량적인 강의 평가의 필요성이 더 많은 부분"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학생들 평가의 진실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학생들이 더욱 많이, 객관적인 자세로 참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강의 평가에 대해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가 받게 되는 강의 평가 기입 순서가 출석부 순서와 똑같아 마음만 먹으면 평가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거나, '학과 행정실에서 학생의 이름을 요구하면 누가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는 소문까지 일어 강의 평가의 익명성 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음을 보여줬다. 이 계장은 이에 대해 "익명성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 특수 대학원의 강의 평가를 제외한 학부의 강의 평가는 모두 교무처에서 도맡고 있습니다. 모든 권한이 교무처에 있기 때문에 학과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어요. 학과 행정실에서 강의 평가를 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수님들께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총장님이 오셔서 강의 평가를 보여달라고 하셔도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적극적인 평가 참여, 수업의 질 향상으로 돌아와"

 

강의 평가는 내부 만족도 조사와 외부의 대학 평가 등 다양한 통계의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강의 평가는 미래에 어떻게 나아가게 될까. 이 계장은 처에서 구상 중인 사안에 대해 귀띔했다. "아직 검토 중인 사항입니다만, 중간고사 이후에 ‘중간 강의 평가’를 실시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강의 평가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강의 중간에도 학생들의 반응을 알고 싶어하는 교, 강사 분들도 계시는 만큼 어려운 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계장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강의 평가 참여를 당부했다. "강의 평가가 결국에는 다 학생들의 수업의 질 향상으로 돌아오는 일인 만큼, 성적을 확인하기 위한 귀찮은 단계라고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다만 익명성에 기대 비인격적인 모독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객관적이고 소신 있는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자유롭게 설명하는 곳에 많은 의견을 써주셨으면 해요. 별다른 코멘트가 없을 경우,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라도 적어주신다면 좋지 않을까요?"

 

 
최정아 기자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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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 sbi444@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