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연구자] 심장 혈관, 3D로 재구성하다
7월 이달의 연구자 - 유홍기 교수(공과대 생체)
심장 질환 치료에 한 걸음 가까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의 깊이는 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 속'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비록 마음은 아니지만, '심장'까지는 알 수 있다. '몸 속', '혈관 속'에 생긴 상처까지 우리의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과 의학 기술 덕분이다. 내시경에서 삼차원 복원기술까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신체 내부 질병의 관찰을 위한 기술이 날로 발전 중이다. 몸 속까지 들여다보는 '광 간섭 촬영 및 3차원 복원' 기술로 7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유홍기 교수(공과대 생체)와 함께 한다.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장기,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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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0대 여성 환자가 불안정한 가슴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 혈관에 직접 관을 주입하여 관상동맥의 모습을 그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심혈관 조영술'이 시행됐다. 그 결과 여성에게서 지금까지 관찰되지 않았던 혈관 이상이 발견됐고,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광 간섭 단층촬영'이 시행됐다. 단순 카메라만을 이용한 촬영이 아니라, 빛을 이용한 촬영이 시행된 것이다. 유 교수 팀은 이 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 하는 데까지 성공했고, 여성에게서 혈관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관상동맥박리'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심혈관 촬영은 혈관 단면의 이미지만을 얻을 수 있었고,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입체화하는 기술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를 통해, 실제 촬영된 데이터를 혈관 내부의 삼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기술이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심장 질환의 발견과 관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다.
'광 간섭 단층촬영'이란, 신체 내부를 빛을 이용해 촬영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본래 사물에 빛이 반사될 때, 반사된 빛을 통해 그 사물의 형태를 확인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은 이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빛이 세포조직에서 반사되는 특징을 이용하여, 체내를 들여다 보는 데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빛이 지나갈 수 있는 섬유인 광섬유로 가느다란 관을 제작하고, 관의 끝부분에 렌즈를 부착하여 혈관에 삽입한다. 광섬유로 만든 관을 통해 렌즈를 타고 나온 빛은, 혈관이나 신체 내부표면에서 반사된 후 다시 관을 타고 돌아오게 된다. 다시 돌아온 빛을 통해 어디서, 어떻게 반사되었는지를 분석하고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혈관 및 체내 장기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광 간섭 단층 촬영'의 핵심이다. 그 결과 신체 내부의 고해상도 사진을 얻는 촬영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3차원, 혈관을 복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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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 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층촬영을 통해 얻은 이미지를 '삼차원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단면적 이미지에서 입체적 이미지로의 변화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 관찰과 질병의 치료에서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 혈관의 단면만을 촬영하는 기술은, 2mm정도 되는 심장 혈관에 발생한 질병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때, 삼차원으로 재구성된 혈관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의사의 오진이나, 육안으로 판별하지 못한 질병까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광 간섭 단층촬영'과 '삼차원 형태로의 재구성'은 특히 이러한 심장 혈관 관찰에 무척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 심장에 발생하는 질환은 곧장 생명과 직결될 만큼 예민한 기관이므로 신중한 연구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유 교수 팀의 연구는 심장 혈관 치료와 연구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다.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으나, 더 많은 의학적, 생체학적 상황에 근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술은 일반적인 검진보다는 정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안전성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병원에서 의사들이 바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삼차원 복원 기술을 더 개발하고 보완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촬영과 복원의 알고리즘이 모두 입력이 된 기계를 개발해야만 완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방향으로 연구팀과 관련 기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정확한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상황이 맞는다면 수 년 내에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학과 의학, 핵심은 융합
유 교수는 공학 교수다. 그러나 유 교수 팀의 연구와 기술은 의대에서 훨씬 많이 사용될 것이다. 또한 유 교수의 연구 역시 의학적인 판단과 도움이 필수였다. 융합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들은 의학과 공학의 융합에서 탄생한다. 유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의학적으로'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과 동시에 새로움을 느꼈음을 밝혔다. "처음에는 오직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의학 혹은 생체학적인 관점으로 제 기술을 바라본다거나, 제 기술이 그 분야에 접목된다는 점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죠. 단지 더 좋은 현미경을 만들겠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점점 의학적인 관점으로 이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공학자로서 그러한 발상과 관점이 무척 새로웠고, 융합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의 앞으로의 목표는 'Seeing the unseeing'이다. 유 교수는 아직까지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생체공학도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 몸 속에서 발생하는 생체의 모든 작용들이 유 교수에게는 도전해야 할 목표와 꿈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삼차원 복원 기술 역시 꿈을 위한 한 걸음이다. 어렵지만, 유 교수에게는 이 모든 도전과 과정이 즐겁고 새롭다. 그래서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앞날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학생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반짝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펼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대게는 10년에서 2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10년 혹은 20년 뒤에 어떤 분야가 잘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예측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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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기자ys284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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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sbi444@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