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기술한양의 선봉장이 되다
산학협력단장 안진호 교수(신소재공학부)
|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지식과 기술도 마찬가지다. 연구실에서 태어난 지식과 기술도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가야 가치를 얻는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정부를 이어주는 산학협력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학협력단장 안진호 교수는 한양대학교의 우수한 연구성과를 빛내는데 앞장서고 있다. |
산학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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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학협력단장 안진호 교수(신소재공학부)를 만나 한양 대학교 산학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
안 교수는 2년 전 산학협력단장으로 임명돼 대학의 산학협력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양대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체와 연구자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산업체의 수요를 발굴하고 기업과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낸다. 안 교수는 ‘한양 미래 R&D 전략기획서 공모전’을 연례 행사로 안착시킨 것을 그간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한양대학 교수님들의 많은 연구성과들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그래서 교수님들의 연구성과를 두 페이지 정도로 짧게 받고, 이를 국책과제나 산학협력과제로 발전시키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연구비 150억원을 추가로 수주했다. 경기 불황으로 대학의 연구비 수주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
또 안 교수는 국내외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산학협력단을 만들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CES에 학생들을 파견했다. 학생들은 이 행사에서 동문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제품은 아니었지만, 넓은 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큰 자극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업을 이끄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많은 기업들이 자기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모인 것을 보면서 느꼈을 거예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싶다는 안 교수.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단다. “HIT 지하에 가면 아이디어 팩토리나 이노베이션 센터 같은 시설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데려가곤 합니다.”
기술을 너머 산업을 생각한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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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진호 교수는 지난 1월, 학생들을 세계 최대의 가전 박 람회인 CES의 현장으로 이끌었다. (출처: 한국경제) | ||
안 교수는 반도체 노광공정 기술을 10년 이상 연구한 공학자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회로의 설계도인 포토마스크에 빛을 쬐 기판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성능 반도체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도, 반도체 강국인 한국조차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노광공정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다. 안 교수는 저비용 고효율의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극자외선을 이용한 노광공정을 10년에 걸쳐 연구했다. “노광공정에는 대당 1500억원 이상의 고가 장비가 사용됩니다. 개발 중인 기술이 상용화되면 더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되고, 품질 관리도 보다 쉬워질 겁니다. 현재 기술 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니 내후년에는 상용화 될 거예요.”
안 교수 연구팀은 포토마스크만 보고도 전체 반도체 성능을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렌즈가 없는 CCD카메라를 이용한 극자외선 현미경을 만들어 포토마스크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안 교수의 연구는 처음부터 반도체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반도체의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노광공정을 거치기 전에 미리 공정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을지 등 실질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 이처럼 항상 기술 개발을 넘어 그 활용까지 생각한 자세가 산학협력단장으로 일하는데 큰 자산이 됐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바로 기업이나 산업에 쓰일 순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돼야 기술이전이 가능한 거예요.”
공학자의 역할을 생각하다
산학협력단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이 끝나면 연구자의 자리로 돌아갈 안 교수. 그때가 되면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마무리 짓고, 기술과 다른 학문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안 교수는 공학과, 예술, 심리학을 융합한 대학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설립에도 큰 힘을 보탰다. “공학자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하락합니다. 언제까지나 새로운 것을 쫓아갈 수 없으니까요. 예순 살이 되면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모두 기업체에 이전해주고 연구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공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는 인문학이나 예술을 하신 분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학은 결국 대중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너머 미래를 생각하는 안 교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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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학은 대중에게도 널리 혜택이 돌아가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안진호 교수는 확고한 신념으로 한양대의 연구성과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데 힘쓰고 있다. | ||
글/ 정진훈 기자 cici0961@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혜임 기자 hitgirl827@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