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사람들] 주차관리요원의 하루

'어소오세요, 한양대학교입니다'

2005-01-22     신우승 취재팀장

지난 20일, 인적이 없는 아침 6시의 학교는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 곳곳에 켜져 있는 백열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이른 아침의 텅 빈 학교의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게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이 1년 중 가장 추운 날 중 하나인 ‘대한’이어서 학교의 적막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런 날에 동반 취재를 하겠다고 했으니 나도 꽤나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엄살이 아니었다. 이번 주 ‘아침을 여는 사람들’ 취재를 위해 서울 캠퍼스 내 모든 차량의 외, 출입과 주, 정차를 관리하는 주차관리 요원 분들과 함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날 연락을 해 놓은 탓에 빼도 박도 못하고 추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6시 30분, 과학기술원 로비의 우측에 자리 잡고 있는 주차관리실에선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10분 뒤에 C조와 교대를 할 A조 요원들이 마른 손을 비비며 오늘 하루 주요 사항에 대해 나누고 있었다. 방학기간이라 특별한 행사가 없는 탓에 회의는 짧게 끝내고 A조 요원들은 교대를 하기 위해 곧장 관리실을 나선다. 막간의 여유가 생기자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김상영 실장에게 주차관리요원 분들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본교의 주차관리는 ‘IMPARK'라는 용역회사가 맡고 있다. 총 세 조로 나뉘는데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는 A조,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B조, 저녁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6시 30분까지 C조로 구성되어 있다. 본교에 배정되어 있는 주차관리요원은 사무직 2명을 포함해서 총 25명. 현재 본교에서 주차관리요원들이 일하는 곳은 본관, 정문(A정산소), 후문(B정산소), 백남학술정보관, 백남음악관으로 총 다섯 군데다. 각 조는 1주일마다 근무 시간을 바꾼다. 한 조의 구성원이 그 시간에만 ‘말뚝’ 근무를 서는 일은 없어 각 요원들 마다 ‘24시간’을 골고루 나누는 셈이다.

 

밖으로 나서자 워낙 추운 탓에 뺨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24절기 중, 오늘이 ‘대한’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 ‘철’을 몰라 철부지가 된 셈이다. 밤공기의 한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8시, 본관에는 김병옥 씨가 서 있었다. 김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다. 주차관리요원은 차량에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상례인데 김 씨는 지나가는 학생들에게도 꼼꼼히 거수경례를 하기 때문이다. 김 씨에겐 한양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학생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김 씨에겐 가장 보람되는 순간이 학생들이 자신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 줄 때다. 가끔가다 학생들이 과자나 음료수를 주기도 할 땐 너무나 행복하다고.

 

정문 정산소에는 김종진 씨가 서 있었다. 김 씨는 들어오는 차마다 연신 거수경례를 하면서도 환한 웃음으로 추운 날에 고생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김 씨는 한양대가 노변에 주차가 가능해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주차 공간에서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정산소에 얽힌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너무 많다고 말하는 김씨. 한번은 요금을 내지 않고 가려는 사람이 있어 김 씨가 그 사람이 몰던 차를 길 가에 세웠다. 끝까지 요금을 내지 않으려는 운전자와 끝까지 요금을 받아내려는 김 씨가 서로를 노려보며 ‘침묵의 시간’이 흐른지 수 분. 결국 운전자는 요금을 내고 바삐 사라졌단다.

 

너털웃음을 짓는 김 씨 사이로 정산소 안에서 주차 증을 발급하는 송인남 씨가 말을 꺼냈다. “이게 영수증 처리로 기록이 남는 거라 요금을 받지 않으면 우리가 되레 돈을 물려야 되거든요. 친절하게 요금을 받으려고 해도 안내려는 분들에겐 그 친절이 참 힘들어요.” 학기 중엔 한양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이 많이 들어오지만 방학 때라 차량이 많이 없다고 말하는 송 씨. “차가 너무 없으면 지루하다”며 웃음을 건낸다.

 

다음으론 후문 정산소를 찾았다. 김은봉 주임과 유일훈 씨가 업무를 보고 있었다. 김은봉 주임은 주차관리요원은 한양대의 얼굴과도 같기 때문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단다. 유일훈 씨도 “행사 땐 후문에 차가 워낙 많아 잠시 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항상 친절하려고 애 씁니다”며 한양대학교의 주차관리요원으로써 소명의식을 내비췄다.

 

어느 덧, 오후 2시가 훌쩍 넘었다. 하나 둘씩 교대를 하더니 이윽고 A조 요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한양대 학생에게 바라는 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한다. “차도 안으로 무작정 다니지 말았으면 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학생들은 특히나 서행을 해줬으면 좋겠어.”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듯 학생들에게 차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주차관리요원들. 기자의 학년을 묻는 한 분의 질문에 답을 하자 자식도 같은 학년이라며 좋아한다. 짙은 눈주름을 잡으며 쾌활하게 웃어 재끼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