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지킵시다’
'에티켓' 결국 스스로 깨달아야 할 공동의 문제
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4월의 캠퍼스 곳곳은 학생들의 발자취로 가득하다. 그래선지 보는 이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의 모습이 간혹 눈에 띄는 요즘이다. 개강 후, 본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학생들의 시선이 머무르는 자리에선 그런 모습들에 대한 비판적 어조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예의란 쓰면 쓸수록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아주 싼 지폐와도 같다’는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을 다시금 생각해 볼 시점이다.
강의 시간, 기본적인 예절 준수는 필수
![]() | ||
한 교양 수업 시간. 강의 시작 30분이 지나도록 학생들이 꾸준히 들어온다. 외국인 강사의 강의는 그대로 맥이 끊어지기 일쑤. 이 외국인 강사는 한국 학생들은 고교시절과 다른 대학의 자율성에 자기 통제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한다. 대단위 강의의 경우, 많은 인원에 따른 통제가 어려워 이러한 문제는 더 자주 나타난다. 강의 내내 계속되는 일부 학생들의 잡담은 주변 사람들의 수업 참여를 어렵게 한다. 또한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으로 강의의 집중을 방해하곤 한다. ‘제3세계문화의 이해’라는 대단위 교양과목의 강의를 듣는 손지호(경영대·경영 4) 군은 “뒤에 앉은 학생들이 너무 떠들어서 수업에 집중할 수도 없고 강사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하며 최근의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일부 신입생들의 경우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밖에 나가는 일까지도 발생한다고 전한다. 강사님을 향해 “저기요~”라고 부르는 경우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고.
도서관은 대학 수준의 바로미터
교내 건물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학술정보관이다. 최근 이곳에서의 흡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다른 건물들의 출입구 쪽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학술정보관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까닭에 가래침이나 꽁초, 담뱃재 등이 발생해 미관상 불결함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간접적 피해 역시 크다. 뿐만 아니라 학술정보관 관계자에 따르면 강의 교재로 사용되거나 리포트 작성 시 필요한 참고서적을 대출한 뒤 기한이 다 되도록 반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예약신청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도서임에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미반납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특히 교양과목은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것으로 시험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학생들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열람실 이용 시에는 어딜가나 에티켓 위반의 주범인 휴대폰과 부주의한 행동이 문제로 자주 등장한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놓더라도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그 소음이 만만치 않다. 또 전화가 왔을 때 받으면서 나가거나, 여학생의 경우 구두를 신고 뛰어가는 경우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열람실 출입문 바로 앞에서 떠들거나 열람실 내에서 옆자리에 있는 친구, 혹은 연인끼리 잡담을 하는 경우, 하루 종일 달랑 책 한 권으로 자리를 도맡는 행동도 주요 불만 사항이다. 또한 음식물 반입도 골치꺼리 중의 골치꺼리다. 안산학술정보관 자율위원 김홍재(공학대·기계 3) 군은 “물을 제외한 음료는 녹차라 할지라도 쓰레기로 남을 경우 쥐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해줬으면 한다”며 가끔씩 음식물 반입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안산캠퍼스의 경우 천장도 낮고, 사물함이 복도에 비치돼 있는 공간상의 문제로 인해 소음에 대한 노출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주의와 함께 시설의 개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공시설 이용, ‘한 번 더 생각을’
![]() | ||
각 단관대의 PC실이나 인터넷 학습공간은 좀처럼 자리를 맡기가 어려워 보인다. 언론정보대 멀티미디어실에서 만난 정수지(언정대·신문방송 2) 양은 “레포트 작성이나 자료 수집 등 학습목적으로 이용돼야 할 시설들이 메신저나 블로그 관리, 게임 같은 용도 이외의 사용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는 보는 경우도 잦다”며 학생들의 미성숙한 이용 태도를 꼬집었다. 여학생들의 경우, 여학생휴게실 사용에 관한 에티켓도 유의해야 한다. 정유진(사범대·교육공학 2) 양은 “여학생휴게실 내 수면실이나 소파 등에서 한 사람이 다리를 쭉 펴고 눕는 등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해 좀 더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해 역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강조했다.
변화의 시작은 스스로의 내면에서부터
안산캠퍼스 셔틀버스에서도 가끔씩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바로 음식물을 갖고 승차하려는 학생과 제지하는 차량 운전사와의 실랑이가 그것이다. 허석봉(총무관리처·차량계) 반장은 “아버지의 심정에서 학생들의 잘못을 타일러도 보지만 도리어 화를 내는 학생들의 경우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랑의 실천’이란 경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허 반장은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런 모습은 이젠 엄연히 공공의 영역이 돼 버린 인터넷 게시판에서 도 볼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은 학생들의 이용이 빈번한 만큼 에티켓이 요구되는 곳 중 하나다. 익명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글에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말꼬리 잡기 식의 댓글을 다는 것은 삼가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만을 낳은 채 서로에 대한 불신감만을 증폭시킬 우려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안산캠퍼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속적인 캠페인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개선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엔 스스로가 깨달아야 할 문제라는 인식선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외에도 분리수거 현황에 대한 점검을 토대로 쓰레기통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황정욱(언정대·신문방송 4) 집행위원장은 “학교의 거시적 발전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은 기본적인 예절과 규칙의 준수”라며 “총학생회의 활동도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생활상담연구소 류진혜 전임상담연구원은 “에티켓문제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정도면 성숙한 개인이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과 조망을 수용하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에티켓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 바람직한 행동과 지켜야할 예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한양대의 에티켓 문화는 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신 학생기자 loveme0802@ihanyang.ac.kr
한나래 학생기자 hyedit@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