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속의 HYU①] 소리로 크는 나무

6년째 장애인 위한 노래교실 진행

2005-07-01     박세철 학생기자

대학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학문을 연구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의 역할 중 최근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대학과 지역 사회의 교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상아탑을 쌓는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계 일류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대학의 담을 없애고 지역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위클리 한양은 앞으로 4회에 걸쳐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한양인의 모습을 조명해봄으로써 세계 일류 대학에 성큼 다가가 있는 한양을 말해본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성동구에 위치한 성동정신건강센터에는 정신 장애인을 위한 노래교실이 열린다. 노래교실은 노래를 통해 정신 장애인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치료를 돕고 있다. 강사는 기타와 키보드 등을 연주하고, 정신 장애인들은 같이 합창을 하기도 하고 혼자 노래를 불러보기도 한다. 2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곡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나오자 수강생들은 쉽게 따라하고 이내 노래를 즐긴다. 이런 날은 수업이 끝난 후 다음 수업을 위한 신청곡이 나온다. 다음 수업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 교실의 강사는 다름 아닌 정윤섭(공과대·화학 4) 군과 김동률 (사회대·사회 2) 군. 이들이 성동정신건강센터에서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6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99년 서울캠퍼스 음악동아리 ‘소리로 크는 나무’에서는 큰 발걸음을 위한 작은 회의가 열렸다. 동아리 회원들이 가장 자주 접하고 자신 있는 ‘음악’을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00년 1월부터 시작된 성동정신건강센터 노래교실은 동아리 회원을 중심으로 6년째 계속 되고 있다. 작년에는 노래 교실 뿐 아니라 카드놀이, 볼링 교실까지 맡으며 활발히 활동했다.

 

처음에는 동아리 회원들은 ‘음악’이 정신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졌었다. 자신들은 늘 접하고 있는 너무나 평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신 장애인들이 노래를 듣고 부름으로써 그들의 정서가 안정됐고 재활 치료에 큰 도움을 줬다. 센터의 간호사, 복지사들도 노래가 재활 치료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센터와 동아리의 이러한 교류는 노래 교실 밖에서도 이뤄진다. 센터에서 주최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에 ‘소리로 크는 나무’가 공연을 하기도 하고 ‘소리로 크는 나무’ 정기 공연에 노래 교실 수강생들이 참석해 공연을 함께 즐긴다. 정기 공연에서는 이들을 위한 모금 행사도 벌인다.

 

   
 

그러나 지난 6년 간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금년부터 공공기간의 주5일 근무로 작년까지 토요일이었던 노래교실이 금요일로 옮겨지면서 참가 인원 확보에 어려움이 생겼다. 센터에서 같이 봉사하던 20명이 넘는 동아리 회원들이 수업으로 인해 참가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노래 교실에만 참석하고 인원을 소규모로 줄였다. 그러나 방학 때는 다시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노래 교실 안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노래 교실 강의에 앞서 센터에서 교육을 받지만 정신 장애인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크게 떠든다거나 불안을 느끼는 등 돌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보다 많이 노하우가 생겨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힘든 일인 만큼 보람도 크다. 정윤섭 군은 “수강생들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노래 교실을 편안한 자리라고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얼마 전 내성적이고 노래에 무관심하던 분이 스스로 손을 들고 혼자 노래를 불러 보겠다고 해 음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성동정신건상센터는 성동구내 거주하는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장애인들의 증상관리 및 사회복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성동구청, 성동구보건소, 한양대학병원의 지원으로 1998년 6월 개소한 복지 시설이다. 본교 남정현(의대·신경정신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직업재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내 정신장애에 대한 많은 편견을 극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활동 참가자들은 센터의 간호사, 복지사들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신 장애인들의 재활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사회에도 힘이 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사랑의 실천’을 몸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대학과 지역 사회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이 세계 일류 대학으로 또 한걸음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