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반을 가다①] 다시 뛰는 `사법시험반` 사람들

한 해 농사 끝난 후, 내년 위해 씨뿌리는 사법시험반

2005-07-22     염준용 학생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2차 시험까지 끝 나, 한 해 농사 다 지은 셈인 사법시험반 학생들을 뭘 하며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들 중에 혹시 ‘시험도 끝났는데, 좀 쉬고 있겠지. 농한기에 돌입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큰 오산을 하고 있다. 사법시험반 학생들에게 있어서 2차 시험의 종료는 바로 내년 1차 시험을 향한 새로운 일정으로의 출발신호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15시간만 공부하면 합격한다”
위 문구는 제1학생생활관에 위치한 사법시험반의 계단 중간에 걸려있는 사법시험반의 ‘표어’이자 사법시험반 지도교수 이덕환(법대·법) 교수가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2003년 가을에 입반해 올해로 사법시험반 생활 3년째를 맞이한 곽종규(법대·법 4) 군의 시간표도 온통 ‘공부’, ‘공부’로 채워져 있다. 곽 군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시간, 아침식사 후 오전에 4시간, 점심 먹고 오후에 4시간, 저녁에 잠자기 전까지 5시간. 이렇게 하루에 14시간을 공부한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공부할 수 있냐는 물음에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사법시험반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적, 시간적으로 많이 절약 됩니다. 또한 유수한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신림동에 가지 않더라도 사법시험반에서 독학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해결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에 입반시험을 치른 사법시험반의 새내기 문소영(법대·법 1) 양도 사법시험반이 공부방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는 마찬가지. “최대한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현재 목표이다. 법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해서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문 양은 덧붙여 “검사가 되고 싶다. 법조인으로서 역동성과 현장감을 직접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진로에 대해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80년대, 한 때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전국 2위 까지 올라섰다가, 90년대 이후 3, 4위를 맴돌고 있어, 슬럼프를 겪고 있기도 한 본교 사법시험반. 박철호 수석조교는 요즘 같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사법시험반은 내부개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슬럼프를)극복하기 위해 지도교수님과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자체평가 제도를 도입해 2차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등 경쟁의식을 높이는 제도를 마련했다”라고 박 조교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1차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평가를 통해 성적이 미달될 경우 퇴반 조치 등 불이익을 줘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도록 강요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것. 예전엔 1차 합격생 모두에게 20만원 씩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평가시험을 통해 성적이 좋은 학생은 최고 50만원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내부적인 개혁의 성과가 처음으로 결실을 맺는 것이 이번 시험이다”라며, “자체평가제도의 성적이 그 해 사법시험 합격자 예상지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내부개혁의 성과에 대해서 기대를 드러냈다.

 

“올해 몇 명이나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건 신만이 알지 않겠습니까?”라며 넌지시 웃는 박 조교는 “사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한해 1000명을 뽑지 않습니까? 이제는 머리와 운을 따지기 보다는 꾸준한 공부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법시험반 운영도 학생들에게 되도록 많은 공부시간을 확보시키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라고 꾸준한 학습시간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어떻게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사법시험엔 왕도가 없다. 항상 강조해왔지만, 법학은 천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부량 확보를 통해 단련된 지식을 축적하는 것만이 바로 합격의 왕도인 것이다”라며 학생들에게 요령피우지 말라고 이 교수는 주문했다. ‘합격하려면, 공부해라!’ 그것이 사법시험반 지도교수로서 이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하려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오는 12월 23일, 사법시험반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