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잡아라

전공 선택, 자아성찰과 이상·현실의 구분부터

2005-08-08     김학신 학생기자

지난해, 취업포탈 사이트 잡코리아는 대학생 및 대졸자 5백25명을 대상으로 ‘전공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51.5퍼센트는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반면 전공이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28.6퍼센트에 불과했다. 다음취업센터 회원 2천5백53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선 57.5퍼센트가 전공과 무관한 취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전공 선택이 개인적 적성이나 능력보다는 취업과 사회적 위상에 맞춰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의‘줄 세우기’식 관행역시 이런 상황을 부채질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첫 단추를 잘 꿰야...

 

“2000년 대학에 첫 발을 내딛으며 언론인으로 성공할 나를 그리며 희망에 부풀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당시의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방과에 재학 중인 Y군은 한때 자신이 꿈꿔 왔던 기자라는 직업의 막연한 동경과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판단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재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특히나 최근 언론사 주변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더욱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현재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 이제 전공 수업은 무의미할 뿐이다. 학교생활의 재미도 예전 같지 않다는 요즘이다.

 

일반적으로 점수에 맞는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에 Y군의 후회는 누구에게나 적용 될 수 있는 공동의 문제이다. 더욱이 Y(언정대·신문방송) 군처럼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선 후회의 아픔은 더 크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최근의 입시에선 대학보다도 학과 선택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 선택은 인생의 본격적 갈림길에 선 학부생들에게 주어지는 또 한 번의 위기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비단 Y군의 경우를 말하지 않더라도 전공 선택에 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필연으로 다가온다.

 

   
 

올 해로 대학 2년차가 되는 박다현(생과대·식품영양 2) 양은 지낸 해, 1학년 학부생활을 마치고 전공을 선택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입학 당시, 실내환경디자인학 전공으로의 진학을 마음에 뒀었지만 결국, 박 양은 생각을 바꿔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했다. 적성도 적성이려니와 현실적인 취업에 대한 고려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한다. “고교시절엔 그저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큰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그러던 중, 식영과 관련 교양 과목을 수강하며 제 미래를 걸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근래의 취업률에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박 양과 비슷한 사례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공 선택에 사회적 수요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교육에 대한 투자도 좋은 직장이라는 산출물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공에 대한 선호도 역시 거시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학생생활상담연구소 류진혜 실장은 “진학 지도만 있고, 제대로 된 진로 지도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신입생들에게 직업의 세계를 탐색 할 기회 제공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상담소를 찾는 학생 상당수가 취업을 앞두고서야 전공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고 한다. 류 소장은“이제는 학생들 스스로가 탐색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전한다. 이에 대해 박 양 역시 “선배들을 통해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 학부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전공 교수님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능동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경제학과에서 기계공학부로 적을 옮긴 H(공과대·기계) 양은 “밤을 새서 일을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사회적 수요나 취업의 유용성만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경제학은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1년여의 시간적 손해와 처음 접하는 학문에 대한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그녀에겐 현재의 고민과 도전이 뿌듯하게 다가온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인생을 관통하는 큰 줄기와도 같아요. 제게 맞는 적성을 지금이라도 찾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성인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자아 정체감을 찾아라

 

본교는 전공 선택에 관하여 재학생의 전과 허용, 부전공·복수·연계전공 제도 등을 통해서 재학생들에게 최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시 입학생들에겐 사고력과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전공적성 검사를 실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신입생들은 ‘새새기 세미나’라는 제도를 통해 전공 교수님들로부터 밀도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무작정 ‘붙고 보자’는 식의 합격으로 시작했던 대학 생활이다. 문제는 인생의 시작은 그리 간단치 많은 않다는 것. 류 실장은 입학 순간부터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존재가 결여돼 있음을 지적하며 “개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적성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동시에 인생의 열쇠는 본인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