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은 ‘불법’입니다

모두가 안심하는 한양대를 위해 (1)

2018-03-13     정민주

‘찰칵’, 해외 휴대폰(일본 제외)과 달리 국내 휴대폰은 촬영 시 소리가 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2006년부터 반드시 촬영음이 발생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는 2012년 2400건, 2014년 6623건, 2016년 5185건, 2017년 7월 기준 3286건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21.2% 증가했다. 발생 유형으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직접 촬영이 85.5%로 가장 많았고, 단순 유포행위(9.4%), 위장형 카메라 설치·촬영(5.1%) 순이었다. 이에 따라, 불법촬영 범죄에 관련된 법안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가는 안전할까?
 
 
몰래카메라가 아닌 ‘불법촬영’
 
지난해 9월, 정부는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한 ‘카메라 이용 등 촬영 범죄’를 ‘불법촬영 범죄’로 사용키로 했다. 그동안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로 약칭됐던 용어가 이벤트나 장난 등의 의미를 담고, 범죄 의식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불법촬영 범죄는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Hidden Camera’를 검색하자 9천여 개가 넘는 상품이 검색된다. 인기상품으로 추천된 제품은 카메라 렌즈가 지름 1cm 되지 않을 만큼 작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 카메라의 소형화 등으로 인해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성폭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Hidden Camera’를 검색한 결과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여장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을 들어가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되고, 전등 스위치와 유사하게 생긴 카메라가 양변기를 바라보는 문 쪽에 설치되어 있거나, 여자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카메라가 발견됐다. 지난 2016년 한양대 도서관 책상에 앉아 발가락에 카메라를 부착해 여학생의 다리를 몰래 찍은 남성이 적발됐다. 다른 한 대학에서는 촬영에 그치지 않고, 사이트에 촬영본을 올린 학생이 무기한 정학처분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일부 대학 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화장실 내 불법촬영 탐지 사업을 벌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동국대에서는 경찰행정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캠퍼스 폴리스와 학교 보안 인력이 협력해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에는 ‘주파수 감지방식의 고성능 탐지기’가 사용됐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탐지기 4대를 구매해 원하는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한양대 45대 총학생회 ‘한마디’ 또한 지난해 교내 모든 여자 화장실에 탐지 작업을 벌였고, 그 결과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한양대 관내 여성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지난 기사 보기)
 
▲(위) ‘몰래카메라방지 스티커’(출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아래) ‘나는 찍지 않겠습니다, 감시하겠습니다’의 의미를 담은 빨간원 프로젝트(출처: 매일경제)

완벽한 근절을 위해 

불법촬영근절을 외치는 ‘빨간원 프로젝트’, 몰래카메라 방지스티커, 송곳 등으로 구성된 ‘몰카 금지 응급통’ 등 많은 사람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어딘가에 본인의 사진이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지워지기 어렵다. P2P(개인 간 파일 공유) 사이트에는 ‘볼일 보기’, ‘화장실’ 등의 파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우후죽순 퍼지고 있다. 교내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양대 서울캠퍼스 관리처 김현민 직원(관제팀)에게 더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김현민 직원은 “여러 다방면의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제일 좋은 것은 찍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1년 4회, 사전 공지 없이 교내 전체 여자 화장실을 점검한다. 김현민 직원은 “교내 경비업체가 불법촬영 탐지기로 모든 칸을 직접 수색한다”고 했다. “소요시간은 약 일주일 정도로, 검사에 따른 여학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휴나 휴일 등 학생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요. 지금까지 적발된 상황은 없었습니다.”
 
지난 1일에 안산 상록경찰서는 학생, 학교관계자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을 편성해 ‘관내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여자 화장실에 대한 불법촬영 설치 여부 확인 작업’ 및 ‘예방 홍보스티커 부착’ 등을 벌였다. 김현민 직원은 “앞선 사례와 같이 지역 기관과 협력해 불법 촬영을 근절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앞으로의 조치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찍지 않는 것’
 
‘호기심이 아니라 흉기입니다’, 법무부에서 주최한 ‘제2회 성폭력 근절 포스터 공모전’ 대상 수상작에 담긴 문구이다. 불법 촬영물은 흉기와 같이 지울 수 없고,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상처를 남긴다. 모 대학교에서 12년 전 퍼졌던 화장실 불법 촬영 동영상이 최근 여러 음란 사이트에 재등장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없애야 하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호기심으로 포장된 잘못된 인식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글/ 정민주 기자           audentia1003@hanyang.ac.kr
사진/ 강초현 기자        guschrkd@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