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 ‘중앙도서관의 하루’를 스케치하다
추위도 막을 수 없는 한양인의 학업 열기 속으로
AM 6:00~ AM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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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방이 어두컴컴한 일요일 새벽 6시. 코끝이 터질듯 한 추위를 뚫고, 애지문을 박차고, 혹은 진사로를 걸어올라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회전문 사이로 목도리와 두꺼운 외투로 ‘완전무장’한 학생들이 속속 들어온다. 벌써 1열람실은 책상 위로 빽빽이 솟아오른 가방들로 가득 메워졌다. “새벽 4시 40분에 도서관에 왔다. 나름대로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열람실 앞의 가방 줄이 2열람실 앞까지 이어져있더라”는 이상봉(공대·기계공학1)군의 말에서 높은 칸막이와 스탠드, 듀오백으로 인해 열람실 중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1열람실의 인기를 실감 할 수 있었다.
자율위원들 역시 새벽 사석정리로 인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율위원장 신현식(공과대·지구환경 3) 군은 “몇 년 전부터 사석정리가 시행되고 나서 사석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위원실 한 켠에 자리 잡은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책들도 다 사석정리 할 때 모은 것들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 중에는 도서관 출입이 중지 될까봐 일부러 안 찾아가는 책들도 많다고. 신 군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려면 학생 일인당 좌석 하나인 만 구 천석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사석 박멸’의 어려움을 전했다.
AM 11:00 ~ PM 01:00
점심시간, 지하 1층 휴게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는 학생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시험기간에 끼인 일요일의 점심 단골 메뉴는 삼각 김밥과 샌드위치, 우유다. 일요일이라 배달되는 곳도 드물고, 왕십리까지 나가기는 시간이 없어 이렇게 대강 ‘배만 채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장준석, 김경완(공대·전전컴3) 군도 ‘아점식사’를 김밥과 빵으로 때우고 있었다. “일요일은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밥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다”며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한 군데 만이라도 학생식당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부족한 것은 식당뿐만이 아니다. 휴게실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인 캔 깡통과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는 테이블 위에 책 한권도 올려놓을 수도 없을 만큼 공간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주 5일제 시행으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도서관 휴게실 풍경은 넘쳐나는 쓰레기들로 열악하기 그지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수영(정통대·정보통신 1) 양은 “쓰레기통을 봐도 더 이상 버릴 자리가 없긴 마찬가지라 학생들이 테이블 위에 그냥 두고 가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행동이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학교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PM 03:00~ PM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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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어느 때보다 분주한 오후 3시의 도서관 풍경. 열람실, 복도, 휴게실, 계단,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대만원이다. 6천개 좌석은 꽉 찬지 오래다. 보온 컵, 핸드폰, 전자사전, 초콜릿 등이 놓인 학생들의 책상은 얼마 전, 누리꾼들의 화제가 된 어느 고 3수험생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오랜만에 보이는 전형적인 ‘시험기간 적응형 복장’을 갖춘 학생들의 모습도 반갑다. 헐렁한 티셔츠, ‘HAN YANG’로고가 아로 새겨진 그리고 대충 걸친 야구점퍼, 무릎 나온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삼선 슬리퍼를 신은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열람실에서 만난 이중우, 이성원(공과대·전기제어생체 1) 군은 “이런 차림은 ‘나는 공부하는 자세가 됐다’는 마음가짐을 다잡아 주기에 좋은 역할을 한다”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편한 복장이 최고”라고 덧붙였다.
일요일에도 복사실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도서관 내 복사실을 운영하는 정대규 씨도, 아르바이트생도 연신 버튼 누르며, 페이지 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 씨는 “시험기간 중에는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원래 주 5일제인데 시험 때는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꼭 문을 연다”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책 카피가 많은 때인 만큼, 학생들도 마감시간을 고려해서 미리 복사실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휴일에도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그의 당부였다.
PM 09:00 ~ PM 11:00
저녁 9시 30분, 몸이 저절로 움츠려드는 추위에도 아랑 곳 않고, 도서관 앞부터 이어진 줄은 ‘사자’편의점 앞까지 길게 드러누웠다. 삼각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주는 총학생회 임원들과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찾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시험기간의 고조된 긴장감은 잠시 사라진다. 김영훈(사회대·신문방송 3) 군은 “주먹밥을 야식으로 삼으며 공부했던 시절에서 착안해서 5년 전부터 시험기간 마다 학우들에게 삼각 김밥을 3천개 정도 준비해 사흘에 걸쳐 나눠주고 있다”며 “춥긴 하지만 학우들이 먹고 공부하는 데 힘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 말했다.
늦은 밤, 밖은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지만, 열람실 안은 내일 있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 갈래로 머리를 질끈 묶고 입술에 펜을 문 채 골똘히 생각하는 여학생, 심기일전을 고대하는 듯 삭발한 남학생의 심각한 표정,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 눈을 비비며 고개를 흔드는 친구의 모습이 안쓰러워 옆자리에서 어깨를 토닥여주는 학생···. 이들 모두에게서 ‘한양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