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뛰어든 한양 ②] 캠퍼스 안전 지킴이
오늘도 캠퍼스 안전전선 이상 무
한양의 또 다른 얼굴, 캠퍼스 안전 지킴이 동행기
자식을 보는 듯한 마음으로 "학생들 안전이 최우선"
새해가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 소한, 1년 중 가장 춥다는 이날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계절학기 마저 끝나버려 학생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는 교정이지만 한결같이 변함없는 아침을 준비하는 한양의 수위 분들이 바로 그들. 위클리 한양에서 학생들이 떠난 빈자리를 지키는 한양의 수위 분들과 하루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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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6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한양의 정문을 활짝 열며 이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빨간 넥타이, 하얀 장갑, 빳빳하게 다려진 정복은 한양을 들어서는 이들을 처음 맞는 얼굴답게 세심한 준비과정 속의 노력을 말해준다. 첫 운행을 떠나시는 버스 기사 분과의 간단한 목례 인사는 암묵적으로 오늘 하루의 파이팅 말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고된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동계물품 하나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지만 표정만큼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정문 근무자 심인영 씨는 “솔직히 귀마개도 하고 싶고 몸도 움츠리고 싶기도 하지만 정문의 이미지가 처음 학교의 모습을 말해준다는 자부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차량정리, 외부 인사 안내 및 교통정리 등의 일을 담당하는 정문 수위 분들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분주하다. 그 와중에도 교정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보고를 받으면 어김없이 캠퍼스 폴리스 차를 타고 현장에 달려간다. 언제라도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신속한 기동성 및 세심한 관심은 이들의 필수조건이다. 심 씨는 “얼마 전 새벽, 동아리 건물 내에서 한 학생이 급성 맹장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엠블런스를 불러 사태를 수습한 일이 있었다”며 “학교 시설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관계되는 모든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무엇보다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덧 시간은 한시 정각, 방학동안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로 인해 식당이 북적거린다. 방학이라 해도 학기 중과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또 한명의 지킴이 황규창 씨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전해줄 소포 분류에 한창이다. 일일이 전해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한 그의 소포 분류 및 전달 업무가 그의 주된 임무다. 기숙사야말로 학생들의 실질적인 생활터전이기 때문에 화재 및 시설의 안전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그는 유독 기숙사생들의 출입 통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한다. 황 씨는 “통금시간을 준수하지 못해 학생들이 밖에서 떨고 있으면 아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약해져 열어주게 된다”며 “배고파서 야식을 시켜 먹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의 정각 여섯 시, 자연사 박물관 및 갈대습지 공원 주변에 조성된 조깅 코스를 따라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조그마한 정자아래 이 곳을 관리하고 있는 지킴이 임상수 씨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자, 저녁으로 준비해온 도시락을 드시다 말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길이 미끄럽다며 안전을 당부한다. 이곳을 찾아주는 이웃과 학생들과의 대화는 하루 중에서 그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정년퇴임 후 새로운 지킴이가 된 임씨는 “남들은 이곳이 쓸쓸하다고 하지만 내게는 이곳이 제일이다”며 “낮에는 오리들을 벚 삼고 저녁에는 사람들을 벚 삼는 이 곳이야말로 캠퍼스 제일의 명소다”라고 호수 예찬론을 펼친다. 하지만 대화 못지않게 감시활동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이 곳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습지 내에 오물투기, 어로행위 및 안전사고 등이 있을 수 있어 모든 사람들의 행동은 항상 그의 경계 대상 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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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에서 가장 떨어진 서문의 23시, 기자를 반갑게 맞이 해주시는 마지막 수위분이 나와 계셨다. 이곳은 학교의 서문이자, 경기 테크노파크의 주요 관문이 되는 터라 이 곳의 수문장 임무는 정문 못지않게 중요하다. 서문 근무자 오종환 씨는 마침 안산연구센터 신축공사를 위한 건설차량의 출입 때문에 저녁식사 시간도 반납한 채 차량 출입을 관리하고 계셨다. 이곳은 주로 연구원 및 관계자들의 출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만남이 가장 적은 곳이라 유난히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는 오 씨는 “이른 새벽 졸음과의 전쟁이 가장 괴롭다”며 “그래도 학기 중에는 규찰대 학생들의 방문이 있어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다”며 학생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이밖에도 각 단대 건물을 비롯한 주요 건물에는 본교 안산캠퍼스에는 58명의 수위 분들이 두 조로 나뉘어 교대로 학교를 지키고 있다. 각 단대에서 근무하시는 수위 분들 역시 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등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작년 학교 방범대 활동을 한 구동현(공대·전컴 3) 군은 “수위 아버님께서 비가 올 때나 시험기간의 경우, 항상 우리를 배려하셨다”며 “언제나 우리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자식처럼 대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당시의 소감을 말했다.
물론 학교 수위 분들에게 있어 학교 관리는 그들의 생활과 관련되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장을 맡고 있는 천금남 씨는 “근무자 역시 자기 시간대에 100점은 아니더라고 90점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모범이 되는 근무 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 전 안전을 위해 건넨 말임에도 불구하고 수위 온다고 무시하던 학생의 태도는 한 수위 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자식들 같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건넨 말이 단지 수위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를 지키는 한 사람이 아닌 학생들의 또 다른 아버님의 모습일 수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 별로 대단치도 않는 자신들을 취재해 주어서 고맙다며 따뜻한 커피한잔을 건네주고서도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시던 모습이 본 기자를 숙연하게 만든 것은 왜일까? 다시 한번 한양 가족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김유라 학생기자 gurapoet@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