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인 새해에는④] 기획조정처장 장석권 교수

인생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행

2006-01-22     인터넷한양

 갇힌 세상 속에 안주하지 말아야

 두려움 버리고 새로운 길 찾아 여행 떠나 봐야

 

 새해 어느 날 문득 아주 오래 전 봤던 영화 ‘자이언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텍사스주 어느 목장의 조수 제트 링크가 농장 주인으로부터 “하루 동안 걸어서 돌아오는 땅만큼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광활한 들판을 향해 들뜬 기분으로 나서는 장면이었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이 스토리가 “자이언트”의 스토리가 맞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지만, 잠시 나를 지배한 생각은 길을 떠나는 그 사람의 심정에 관한 상상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아침에 집을 나선 사람은 저녁때 집으로 돌아오고, 긴 여행을 떠난 여행객도 결국은 제 보금자리를 찾아온다.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이 현재 고향을 떠나 살고 있으나, 그중 많은 사람이 늙어서 다시 제 고향을 찾아간다.

 

 제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행은 비단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천진난만함으로 출발한 인생은 길고 험한 삶의 여정을 거쳐 결국은 노인의 천진난만함으로 회귀한다. 치매 노인의 때론 순진하기만한 모습에서 나는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어렵게 가르치는 것은 쉬우나, 쉽게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고 했던 내 옛 스승이 생각난다. 학문을 통달하고 인생을 달관한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때론 초등학생의 입을 통해 쉬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생각의 회귀라고나 할까.

 

 삶이란 이렇게 늘 떠났던 제자리를 찾아 다시 돌아오는 그런 것 일진데, 길을 떠나는 우리가 갖는 일상의 심정은 무엇인가? 늘 돌아왔기에,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는 확신으로 이제는 떠날 때조차 흥분되지 않는 그렇고 그런 자신만의 갇혀진 세상 속에서 늘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랜 세월이 지나 찾아 간 초등학교의 교정을 바라 본 우리의 공통된 느낌은 그 크던 교정이 이렇게 작은 것이었나 하는 것이다. 교정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밟아 온 여정의 길이와 넓이와 깊이만큼 자신이 커진 것이리라. 자이언트의 제트 링크가 빨리 멀리, 그리고 죽을 힘으로 달려 확보한 그 땅의 넓이만큼 말이다.

 

 새해 이 때쯤이면 우리는 대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곤 한다. 새 길을 떠나는 우리 모두에게 권유해 본다. 이번만큼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먼 길을 떠나는 용기를 가져 보자고. 자기 자리, 자기 생각, 자기 고집, 자기 집착, 자신만의 이익에서 철저하게 벗어나는 그런 멋진 여행을 한번 함께 떠나 보자고 말이다.

 

기획조정처장 장석권(경영대·경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