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그 의미에 대하여
준비하는 자여, 희망찬 '+1'을 즐겨라
2007-02-08 인터넷 한양뉴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한다. 듣는 이의 가슴, 그 깊숙한 어둠과 빛을 건드리는 가사와 부드러운 음성이야말로 김광석 노래의 미덕이다. 요즘은 ‘서른 즈음에’가 기자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기자의 나이는 스물일곱, 학부생치고는 다소 노쇠한 편이다. 어릴 때에는 20대 후반이면 당연히 결혼을 고민할 줄 알았다. 서른에 다다른 선배 독자 여러분에게는 ‘가소로운’ 얘기겠지만, 덜렁대기만 하는 4학년에게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기만 하다.
오는 18일은 설이다. 누구나 2006년의 나이에 ‘1을 더한’ 새로운 숫자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한때는 하루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국민학교에 - 기자는 막바지 ‘국민’학교 세대다 - 다닐 무렵, 한 살이라도 더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서 떡국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두 살 먹었다”며 웃기지도 않은 자신감을 발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안 신드롬’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제 떡국은 혐오식품으로 자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는 외모를 가꾸기 위한 산업이 시장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워나가고, 누가 더 어려 보이는지를 겨루는 ‘동안선발대회’까지 생겨나는 걸 보면 동안은 이 시대 또 하나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리고 ‘동안’의 시대에서 ‘나이듦’은 두려움이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나이듦이 두려운 이유다. 사람은 성장기가 끝나는 20대 중반부터 생리적 퇴화과정이 시작되며, 기능적으로는 35~40살부터 노화 현상이 진행된다. 피하지방의 감소와 땀샘의 위축으로 주름이 점점 늘어나고, 동공이 작아져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차가 분주히 지나는 길목의 노인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후각과 미각이 떨어져 전에는 맛있던 음식이 요새는 맛없다고 느껴지며, 뇌의 크기와 무게도 줄어들어 움직임도 둔해지고, 내분비계통과 면역기능이 약화되며, 일단 병에 걸리면 회복이 느려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양의 품을 떠나 새로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는 4학년 학생들에게 ‘나이듦’은 ‘늘어나는 책임’과 동의어다. 오는 22일 졸업을 앞두고 있는 박미소(사회대·행정 4) 양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스물다섯의 2007년이 두렵기만 하다. “학기 막바지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날이 갈수록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예요. 직장 생활에서 얻는 성취감도 좋지만, 늘어만가는 책임은 학교에 다닐 때 왜 마냥 자유로움을 만끽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로 흘러가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는 홍성도(공대·기계 4) 군에게도 스물일곱의 새해는 막연함, 그 자체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됐는지 의심스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한 내가, ‘무책임하게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합니다” 이렇듯 나이듦의 두려움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현실, 그리고 늘어만가는 책임에 대한 중압감 등에서 연유한다. 하지만 떡국 한 그릇과 함께,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또 한 살의 나이듦. 그렇다면 또 다른 나이의 ‘+1’을 앞두고 있는 한양인들은 과연 어떤 ‘나이듦'을 준비하고 있을까.
20·30·40·50, ‘1을 더한’ 한양인들의 2007
준비하는 자여, 희망찬 ‘+1’을 즐겨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거짓말이다. 물론 나이를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이에게 나이는 그리 중요한 가치가 아니지만, 언젠가 찾아 올 죽음의 그림자와 가까워진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책임을 알아간다는 것은, 젊은 날의 자유로움과는 영영 같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을 준비하는 한양인들은 누구나 긍정과 희망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근거는 ‘+1’을 ‘사라지는 자유’가 아닌, 더 성숙한 희망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와 노력에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다는 것”, “가장 좋은 곡은 가장 오래된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젊은 날의 기억은, 추억의 자리에 머무를 때 아름다운 것”,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기자는 ‘나이듦’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만나는 이들마다 ‘나이듦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늙어보인다”라는 말에는 화를 내는 그 모든 이에게, “나이듦은 좋고 나쁨으로 나눌 수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돌아왔다. 또한 이렇듯 나이듦을 긍정하는 한양인들의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이듦이기에,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채우는 방법을 한양인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테다. 기자가 사랑하는 한 친구는 지난해를 마무리할 즈음 “2010년까지 내 나이를 계속 스물여섯으로 속일테다”라고 말했다. 친구여, ‘나이듦’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분명 희망찬 ‘+1’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준비하고 있을 친구에게 이 ‘뻔한’ 기사를 띄운다.
변 휘 취재팀장 hynews69@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