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원정기 ①] 한인학생회 송준석 부회장

"정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07-08-15     인터넷 한양뉴스
우리 대학생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20대의 선택은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데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학생들은 항상 고민하고 각자의 진로를 모색한다. 해외유학도 그 중 하나이다. 해외유학은 분명 국내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기에 아주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멋모르고 유학길에 오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위클리 한양에서는 현재 해외에서 유학중인 졸업생들의 유학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주는 그 첫 시간으로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전자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한인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준석(전자통신컴퓨터 04년 졸) 군을 만나 보았다.

“Be prepared”


2000년, 대학에 입학하고 들뜬 마음으로 지낼 무렵, 인생에 전환점을 준 강의를 듣게 됐다. 삼성종합기술원 윤석열 님이 해 주신 실용공학 강의였다.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강의였지만 “당장 씨를 뿌려라”, “평범한 노력은 노력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열변을 토하셨던 윤석열님의 강의는 노트와 펜을 바쁘게 만들었고, 그 때 메모했던 내용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파워포인트의 마지막 슬라이드, 딱 두 단어로 표현된 문장은 내 가슴 속에 깊게 새겨졌다. 그 문장은 바로 “Be prepared”였다.

가자! 미국으로

강의 후, 많은 시간을 투자해 내가 과연 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이 때, 수많은 자서전을 읽었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대조해보며 교수님, 선배님, 그리고 산업현장에 계신 분들을 만나보면서 조언을 구했다. 한 달이 지났을까, 나의 계획이 조금씩 완성되기 시작했다. 내 자신이 IT 분야의 전문가, 리더가 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앞장설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나의 인생을 통하여 많은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국가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 목표가 나의 나침반이 되어줬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학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세계의 여러 인재들과 동고동락하며 경쟁하는 것은 나중에 리더로써 일하는 나에게 훌륭한 경험을 주리라 확신했다. 나는 새하얀 A4 종이에 나의 소중한 꿈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을 다해 적어나갔다. ROTC 후보생이 돼 육군 장교로서 조국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06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짐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꼭 해내겠다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ROTC 후보생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시간을 더 필요로 했고, 난 아침시간을 소중히 활용했다. 중앙도서관 1열람실 11번 자리는 나의 자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6시 전에 도서관에 도착해 신문을 읽고 공부를 시작하는 나의 습관은 졸업할 당시 내게 학업우수상과 교육사령관 상장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방공병과 전국 1등으로 임관한 나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게 됐고,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을 가지게 됐다. 군 생활은 세상을 가르쳐줬고, 소대원들은 겸손함을 가르쳐줬다. 여러 지휘관을 섬기며 다양한 리더쉽을 경험하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 것은 세상 어디서라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위시절에는 GRE 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고, 힘들고 어려운 날들을 보냈지만 얼마 후에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새로운 도전

2006년 2월, 6년간 목표로 세웠던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해도 좋다는 꿈만 같은 연락을 받았다. 거짓말처럼 나의 계획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해 여름, 전역 후 한 달 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UT) 전자공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었다. 학부수업내용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원을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학업을 시작했다. 아, 예상은 훨씬 빗나갔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는 말씀은 정말 알아듣기 힘들었고, 더 힘들었던 것은 내용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퀴즈와 프로젝트, 그리고 시험으로 채워진 학사일정은 나를 보기 좋게 넘어뜨렸다. 이렇게 공부가 어렵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거북이처럼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학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아무리 따라가려해도 돌아오는 것은 좌절과 눈물뿐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타지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갔다.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하는 마음속의 안타까움이 날 정말 힘들게 했다. 그 때, 다행히 나는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나를 아껴준 UT 전자공학과 선배님들이 조금씩 지도를 해주었고, 나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선배님들의 격려와 관심은 나를 더 밝게 해주었고, 그리고 더 노력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지금도 한없이 부족한 나지만, 조금씩 따라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고, 나아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국가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인생에서 정답은 없다. 정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연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얻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이는 후배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정답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개개인에게 주어진 달란트(talent, 타고난 재능)는 모두 다르다. 그 달란트를 가지고 주변 환경에 맞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진정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길로 가던지 자신의 꿈과 목표가 확연하다면, 정상의 달콤함을 맛보리라 확신한다. 유학이 언제나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학사졸업 후에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또는 국내대학원의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유학의 장점이 있다면, 바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인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과 토론하고 대화하며, 우정을 나누는 것은 국내에서 얻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내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위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 이것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나 역시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AIM HIGH” 전공과목 시간에 서병설 교수님께서 칠판에 또박또박 직접 써주신 말이다. 유학이든 또는 대학원 진학이든, 어느 길로 가던지 자신의 꿈을 높게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도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젊음 가운데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하여 도전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나긴 인생에서 훌륭한 경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학은 꿈을 향해 가는 길 중의 하나다. 만약 유학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유학을 준비한다는 것은 많은 끈기와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전공은 물론이되, 영어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유학준비를 떠나서 영어와의 끈은 절대 놓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나 또한 지금까지도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학 시절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못한 것이 언제나 후회가 될 뿐이다. 유학은 그렇게 어려운 길이 아니다. 본인의 의지만 있고, 열정과 꿈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뤄낼 수 있다. 나는 그리 대단한 유학생이 아니다. 나보다도 훨씬 더 훌륭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나는 후배들이 나의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유학에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 이 글을 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모교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정상에서 더 많은 동문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같이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도록 하자. 우리 자신을 위하여, 모교를 위하여, 그리고 조국을 위하여.......

"두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은, 목표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어야,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결국은 이기지 않나 싶습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인터뷰 중에서-

기고 : 송준석(전자통신컴퓨터 04년 졸)
정리 : 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