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양의 조연배우들
이들이 있기에 학교생활이 더욱 편리하다
2008-11-22 인터넷 한양뉴스
이번 겨울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싸늘한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차갑게 만든다. 그저 앞만 바라보며 총총걸음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고만 싶은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평소에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던 고마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위클리한양의 주인공은 학생과 교수, 교직원, 동문들이었다. 이번 주에는 기자의 시선을 조금 바꿔, 학교의 일원인 또 다른 한양인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정(情)을 나누고 싶다 - 사랑방 영양사 유이현 씨
사랑방 영양사 유이현 씨는 서울캠퍼스 남학생들 사이에서 ‘한가인’으로 통한다. 연예인을 닮은 외모 덕에 붙여진 별명이다. 3년 동안 서울캠퍼스 사랑방에서 영양사로 일해 온 유 씨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여러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며 “만일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한양에서의 경험은 끝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씨는 “한양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밝히며 “예전 병원 식당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영양사란 직업에 회의적이었지만, 이곳에서 좋은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면서 내 직업에 긍지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음식을 맛있게 먹고 더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가장 고맙다”고 한다.
사회과학대학 ‘웃음’ 지킴이 - 경비원 길한기 씨
사회과학대학 경비원 길한기 씨는 한양에서 일한 지 5개월 만에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경직되거나 무뚝뚝한 모습 대신 항상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친절봉사를 몸소 실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길 씨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일부러 웃으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길 씨는 2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동안 사회과학대학 건물의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분실물 보관이나 환경정리 또한 그의 몫이다. 길 씨는 “학생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 때, 그리고 지갑이나 필통 등 학생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젊은 학생들을 매일 접하다보니 마음까지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며 지금의 일터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길 씨는 “전단지를 무분별하게 벽에 붙이거나 음주 후 건물 내에서 떠드는 행위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복사에 정(情)을 싣고 - 한양플라자 복사가게 정대규 씨
학생에게 복사는 무척 중요하다. 과제를 제출하거나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할 때, 그리고 친구의 필기를 빌릴 때에도 요긴하니, 복사는 학업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3년부터 본교에서 복사가게를 운영한 정대규 씨는 16년의 세월 동안 학생들의 학업을 보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 씨는 한양중학교와 한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 정도면 진짜 한양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정 씨는 “한양은 나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내니 이곳은 일터가 아니라 집 같다”고 말한다. 정 씨는 “복사는 사업이지만 학생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가족 같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정 씨는 많은 학생들과 알고 지내며 종종 일부러 정 씨를 찾아오는 졸업생들도 있다고 한다. 한편, 한때 교사의 꿈을 품었다는 그는 “복사가게를 통해 학교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이 좋다”며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못 이룬 꿈을 대신하는 것 같다”며 복사가게 운영의 숨겨진 보람을 밝혔다.
김밥 아줌마에서 매점 아줌마로 변신 - 제 1학생생활관 매점 정신순 씨
운동권 대학생들의 집회 장소에서 김밥을 팔던 정신순(59) 씨는 지난 88년부터 서울캠퍼스 88계단 앞에서 김밥과 떡, 만두, 꽈배기 등을 팔며 한양인의 배고픔을 달랬다. 정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제 1학생생활관 1층 매점에서 일해 왔다. 사회대 앞에서 17년, 기숙사에서 3년, 도합 20년 동안 한양을 지켜본 정 씨는 “비록 김밥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입장이지만 이 학교와는 끊을 수 없는 정이 있다”고 한다. 정 씨는 “어린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한때 학교의 유명인이었다”며 “많은 학생 및 교직원들과 친하게 지냈고 학생들이 내게 음료수나 감기약 등을 사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 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을 보면 부모 같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운동은 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취직 잘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마다하는 기자에게 따뜻한 호빵과 데운 우유를 억지로 쥐어주는 정 씨의 모습 속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경사로 많은 서울캠퍼스, 구두 손질은 내게 맡겨라 - 한마당 구두수선가게 이성호 씨
본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뽑자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평균 구두 70켤레 가량을 손질한다는 한마당 구두수선가게 주인 이성호 씨. 이 씨는 지난 95년부터 무려 14년 동안 서울캠퍼스에서 구두를 수선해 왔다. 초창기에 이 씨는 구두수선만 하다가 지금은 가게를 조금 확장해 열쇠와 도장까지 취급하고 있다. 이 씨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학생들과 교직원 여러분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밝혔다. 이 씨 또한 ‘한양인은 곧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기 때문에 그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또 그는 “10년 이상 단골손님이 되어준 졸업생들과 직원들도 있다”며 “나의 보금자리가 돼 준 학교와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무한히 감사한다”고 전했다.
김준연 학생기자 hallowee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