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의 교수저서] 장석권 교수, 데이터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다
"데이터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의도를 분석해야 한다"
2020-07-02 한양커뮤니케이터Y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IT업계의 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기획한 장석권 교수가 인문적 시선으로 재구성한 데이터와 인공 지능의 현재와 미래 '데이터를 철학하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데이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 빅 데이터, 알고리즘, 인공 지능 안에서 살아가야 할 인간이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시나리오를 다양한 이론과 탄탄한 분석을 통해 모색한다.
1. 교수님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학부 장석권 교수입니다.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84년도부터 현재까지 35년동안 한양대학교 교수직에 재직 중입니다. 제 전공은 넓게 얘기하면 경영과학, 좁게 애기하면 정보기술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저를 IT경영학자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2. “데이터를 철학하다”는 어떻게 집필하시게 된 책인가요?
최근 들어 빅데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사람들이 빅데이터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본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빅데이터의 등장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인공지능까지 확대되었는데, 여전히 그 실체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주체로 한 관점에서 데이터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3. 책 내용 중에서, "빅데이터 시대에 인간이 주인공으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인간 중심의 데이터 담론이 탐구되고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담론들이 있을까요?
데이터는 어떤 사람이 만든 ‘척도’에 의해서 측정됩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척도를 만드는 사람이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죠. 그럼 결국 데이터는 척도를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데이터는 항상 실체의 일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 척도가 마치 데이터의 전부인 것마냥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신문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신문은 현실을 데이터로 변화시켜 놓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문이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모든 신문이 실체를 그대로 반영한다면 신문사가 여러 개 있을 필요가 없죠. 신문사가 여러 개인 이유도 신문사가 여러 개의 척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데이터는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주관적이에요. 데이터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뜻은 데이터를 바라볼 때 항상 누구의 관점에서 측정한 데이터인지, 어떤 의도를 갖고 수집한 데이터인지를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험을 잘 보려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데이터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데이터를 만든 사람의 의도를 분석해야 해요.
장석권 / 흐름출판 / 404쪽
4. 흔히 이야기하는 정보과잉시대,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데이터에 지배 받지 않는 주도적인 인간이 되기란 사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데이터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최근들어 사람들이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실제로 소화되는 정보의 양은 빈약해요. 역설적이죠. 그 이유는 정보의 양이 과다하면 오히려 여러가지 정보들을 얕게만 훑어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따라서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까요? 어느 방 안에 물건이 딱 3개만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이방을 3초만 들여다봐도 그 방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낼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방 안에 물건이 100개가 있다면, 우리는 30분을 살펴보아도 그 물건들을 모두 기억해내지 못할 거예요. 즉, 주의력이 분산되는 정보 과잉시대에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소화력이 오히려 저하되고 수많은 정보를 소비할 뿐입니다. 따라서 정보 과잉시대 속에서 주체성을 지니고 제대로 데이터를 습득하려면 자신의 주의력, 집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5.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생겨나고 있어요. 인공지능과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간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개발되었어요. 자율주행 자동차 덕분에 차 안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 시장이 개척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자율주행"은 인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인 "운전"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인공지능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인간의 능력이 점점 감퇴될 것이고 어쩌면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 몰라요. 최악의 상황에서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사라지고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대체되는 현상까지 도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방향이 아니고요.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인공지능이나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왜?" 라는 의문을 갖고 고민해야 합니다.
6. “데이터를 철학하다”는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 데이터를 다루며 그 의미를 해석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7. 끝으로 독자들과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항상 세상을 바라볼 때는 표면 뒤에 숨겨진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 이면의 진실을 알려는 노력도 해야 하고요. 현상 이면의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더 깊어질 겁니다. 항상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본 내용은 2019. 1. 23 백남학술정보관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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