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 한양에서 보는 아홉 번째 세상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 VIP석 가격이 19만원 까지 올라
경직된 가격 구조와 독점 플랫폼이 가장 큰 문제

문유진(연극영화과 4) 씨는 한 달에 적어도 한 편, 많으면 세 편의 뮤지컬을 관람한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뮤지컬 티켓값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문 씨는 “원래 같은 뮤지컬을 여러 번 관람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뮤지컬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고, 뮤지컬을 한 번씩밖에 못 본다는 생각에 티켓을 구매할 때도 더욱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 뮤지컬 관람이 취미인 문유진(연극영화과 4)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뮤지컬 티켓값에 부담을 느꼈다. ⓒ 문유진 학생
▲ 뮤지컬 관람이 취미인 문유진(연극영화과 4) 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뮤지컬 티켓값에 부담을 느꼈다. ⓒ 문유진 학생

 

4년 만에 깨진 '심리적 마지노선'

지금까지 국내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해외 원작팀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서 우리나라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의 VIP석 가격은 15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있었다. 2018년 공연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이후로 4년간 지켜져오던 이 마지노선은 지난해 11월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VIP석 가격을 16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18만원을, 올해 3월 부산공연 개막을 앞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만원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 최근 국내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은 티켓값이 인상됐을뿐더러 VIP석 범위까지 확장됐다. ⓒ 게티이미지
▲ 최근 국내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은 티켓값이 인상됐을뿐더러 VIP석 범위까지 확장됐다. ⓒ 게티이미지

티켓의 가격은 계속 인상되고 있음에도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들은 오히려 축소되는 추세다. 또한 VIP석의 범위가 넓어져 1층 뒤쪽 좌석과 시야 방해석까지 같은 등급으로 책정되고 있다. 일부 뮤지컬 팬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문 씨는 “현재 이런 상황에 불만이 있어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며 뮤지컬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

해당 상황에 대해 김준희 연극영화과 교수는 “현 뮤지컬 시장에서는 티켓값을 올려도 제작비 및 원가 인상으로 인해 10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격이 동결된 상태였는데,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때부터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이 진행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문제는 단순 가격 인상보다는 경직된 가격 구조에 있다”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국내 관객들이 더욱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 국내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직된 가격 구조이다. ⓒ 게티이미지
▲ 국내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직된 가격 구조이다. ⓒ 게티이미지

뮤지컬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는 오픈런(open run; 폐막 날짜를 정해놓지 않고 무기한으로 공연하는 것)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하며 유동성 있는 가격 구조를 가진다. 그들은 공연의 인기 여부, 구매 및 공연 날짜에 따라 티켓 가격을 다르게 받는다. 반면 한국의 경우, 캐스팅 라인업과 공연 시기에 상관없이 일관된 가격을 받고 있다. 즉, 비수기와 성수기, 인기 있는 라인업과 그렇지 않은 라인업이 모두 같은 가격으로 책정돼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화 상품이라는 것은 가치로 그 값이 매겨지고 가격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유연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데, 한국 뮤지컬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독점 예매 플랫폼도 문제가 되고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는 다양한 예매 플랫폼이 존재해 더 저렴하게 티켓 구매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반면 한국은 소수의 예매 사이트 외에는 티켓 가격이 변동성을 가질만한 플랫폼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 때문에 암표 거래 시장이 많아지고 있고 시장 성장 자체에도 저해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뮤지컬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한국 뮤지컬은 2-3달 동안만 공연하기에 지금 당장은 오픈런으로 진행되는 다른 나라들처럼 유연성 있는 가격 구조를 가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예매 플랫폼이 다양해져 티켓 가격의 변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자발적인 유료 관객이 늘어 전체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뮤지컬 티켓값 인상 현상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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