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에서, 나의 나아감을 위한 기록으로”
장애에 적응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상을 다양한 언어로 기록하고파

민용준(영어영문학과 1) 씨는 장애를 딛고 입학한 22학번 새내기다. 민 씨의 꿈은 소중한 하루의 일상을 다양한 언어로 기록하는 것이다. 희소병으로 저명한 신경섬유종 2형을 앓고 있는 그는 수술 후 청각, 시각, 지체 장애를 갖게 됐다.  민 씨는 현재 청력이 없고 약간의 시각만이 존재하며 하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최선으로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 민용준(영어영문학과 1) 씨는 신경섬유종 2형 진단을 받았다. 민 씨가 앓고 있는 신경섬유종 2형은 뇌와 척수, 신경이 있는 곳곳에 종양을 유발하는 병이다. ⓒ 정수빈 기자
▲ 민용준(영어영문학과 1) 씨는 신경섬유종 2형 진단을 받았다. 민 씨가 앓고 있는 신경섬유종 2형은 뇌와 척수, 신경이 있는 곳곳에 종양을 유발하는 병이다. ⓒ 정수빈 기자

장애도 막을 수 없었던 학업에 대한 의지

민 씨는 청력 장애가 있어 수험기간 동안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지 못하고 책으로만 공부해야 했다. 시각장애 때문에 눈 바로 앞에 책을 대고 보아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비장애인 학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옆에서 학업을 지도해 줄 사람이 없었기에 스스로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며 공부했다.

그는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자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평범했던 삶들을 누릴 수 없게 됐지만, 그는 자신의 가능성이 타인에 의해 가늠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주변의 동정과 측은 속에서 민 씨는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길로 대학 진학을 택했다. 

민 씨는 국어·영어가 부진했지만, 다양한 언어를 익혀 자신의 기록을 더 많은 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꿈과 목표를 갖고 노력한 결과 22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유튜버 ‘과학자미뇽’과 새내기 ‘민용준’ 그사이

현재 민 씨는 약 1만 9천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과학자미뇽’ 채널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지막이 지금이라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가족들이 있어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에 대해 안도했지만,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줄 사람이 있기를 바래 기록용으로 시작했다”고 유튜브 시작 계기를 설명했다. 민 씨는 "그간의 기록은 나를 정리하기 위한 기록이었다”며 "앞으로의 기록은 나의 나아감을 위한 기록일 것이다”고 말했다.

 

▲ 민용준(영어영문학과 1) 씨는 유튜브 '과학자미뇽'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 정수빈 기자
▲ 민용준(영어영문학과 1) 씨는 유튜브 '과학자미뇽'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 정수빈 기자

 

마지막을 준비했어야 했을 생생한 상황과 감정

민 씨는 신경섬유종 수술 후 책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접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민 씨는 "누군가에게 힘을 돋아주고 용기를 주려는 마음보다 나와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 씨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을 꿔야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며 주어진 상황 속 실현 가능성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한양대에 입학한 만큼 아기 사자들과의 소소한 일상도 영상과 글로 담고 싶다"고 말했다.

'최악 속의 최선'이란 말은 민 씨의 좌우명이다. 가장 위험했던 1차 수술 전날 밤, 민 씨의 주치의는 “분명 위험한 수술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태껏 '힘들다', '어렵다'와 같이 부정적인 말만 들어왔던 민 씨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줬던 것이다. 그 후 민 씨는 기적이 아닌 누군가의 최선으로 인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민 씨는 “내 상황 탓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최악 속의 최선을 살고 싶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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