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의 교수 생활 마치고 이번 학기 끝으로 정년 퇴임
한국학과 외국인 학생들에게 ‘아버지’라 불리며 큰 버팀목 역할
“제자들의 행복이 가장 큰 보람, 국제관계학 연구 계속 이어갈 것”

김유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 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20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정년 퇴임했다. 김 교수는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2년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의 국제학센터(Centre of International Studies)에서 교환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김유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는 20년간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 황지민 기자
▲김유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는 20년간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 황지민 기자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 학과장으로 지난 2003년 부임한 이래 국제학부 교수, 국제학대학원 원장,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학과장, 현대한국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또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자문위원,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이념분과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등 국제관계 및 정책 관련 요직을 맡아 활발히 활동해 왔다.

20년간 몸담은 한양대 교단에서 물러나 새로운 시작을 앞둔 김 교수를 만나 정년 퇴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가족 같은 보살핌과 배려, 교육 철학이자 목표

퇴임을 앞둔 소감에 대해 김 교수는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게 아쉽기도 설레기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한 "모두가 선망하는 '교수'라는 직업으로 살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찬 삶이었다"며 "교수가 될 수 있게 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그는 "특임교수로 계속 학교에서 강의할 예정이지만, 예전처럼 바쁘지 않을 테니 그동안 제대로 못 했던 공부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학의 대외 정책 분석 방법을 국제관계에 접목 국제관계학 분석 방법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교육 철학으로 "학생들을 나와 같은 평등한 인간으로 대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인류의 발전과 상생을 돕는 연구자를 키우는 게 목표다"고 덧붙였다. 평화를 강조한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코헤인(Koehane)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김 교수는 "모든 학문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국제관계학 연구와 교육에 임했다"고 말했다.

 

▲ 김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의 개인별 특성을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의 위상을 높였다. ⓒ 김유은 교수
▲ 김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의 개인별 특성을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의 위상을 높였다. ⓒ 김유은 교수

'가족'과 '배려'. 김 교수의 교육 방식의 두 가지 키워드다. 한국학과는 수강생들 대부분이 외국인 학생이다. 그는 한국에 가족이 없는 학생들을 '아버지'처럼 보살폈다. 학생들의 고민을 성심성의껏 들어주고, 주거 등 한국 생활과 관련된 여러 문제 해결을 돕기도 했다.

그의 연구실 문은 늘 열려 있어서 학생들이 언제든 들어와 대화나 상담을 할 수 있었다. 또한 20년 동안 매년 워크숍을 가며 학생들과 화합을 다졌다. 워크숍 이후에는 SNS나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김 교수는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간 제자들과도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의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주례를 서기도 했다. 그는 제자들이 어떤 대학에 어떤 과정을 거쳐 갔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김 교수는 세계 각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제자들과 SNS와 메신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김유은 교수
▲김 교수는 세계 각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제자들과 SNS와 메신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김유은 교수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배려'하는 것도 김 교수의 교육 방식이다.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나 언어 능력이 천차만별이기에 개별 관리와 교육으로 수준을 맞추거나 높였다. 김 교수가 직접 나서서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고, 같은 국적의 학생들을 연결해 서로 돕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 교수는 교직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찼던 순간에 대해 "제자들이 찾아오는 모든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성공한 제자들이 찾아와 식사하면서 옛날얘기도 하고 아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열정과 헌신으로 국제학대학원 한국학과 위상 높이다

김 교수와 한국학과의 인연은 한양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국제정치가 전공인 그에게 한국학과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온 것이다.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때 한국학과 학생은 4명에 불과했기에, 한국학과를 발전시키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한국학과에 오는 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했고, 한국학과에 맞는 과목을 조사해 도입했다. 김 교수의 노력으로 현재 한국학과는 학생 수가 80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 학생들이 관심이 높아졌다. 변화한 관심사에 따라 김 교수는 '한국어교육 한국학' 과정을 만들었다. 그는 이런 과정을 만든 이유로 "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학으로 취업은 물론 한국어 교사로도 취업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학과 대학원을 발전시킨 동시에, 제자들을 통해 한국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 김유은 교수
▲김 교수는 한국학과를 발전시킨 동시에 제자들을 통해 한국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 김유은 교수

그의 열정 덕분에 한국학과는 크게 발전했다. 타 대학원에서 오는 학생들도 늘었다. 외국 학생들 사이에서 김 교수의 열정적인 교육관과 관리 방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 대학은 한국학과를 신설했으나 전공자가 별로 없었다. 이때 그의 제자들은 한국학과에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교수가 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총 21명의 박사를 배출했는데 그중 19명이 교수가 됐다. 그들은 한국의 주요 대학과 중국, 인도, 파키스탄, 태국, 베트남 등에서 국제관계학, 한국학을 가르치며 세계 곳곳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학문의 기본은 인류애, 타인에게 베푸는 삶 살기를

▲김 교수는 퇴임 후에도 해외 정책 분석 방법을 공부하는 등 국제관계학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 황지민 기자
▲김 교수는 퇴임 후에도 해외 정책 분석 방법을 공부하는 등 국제관계학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 황지민 기자

한양인에게 김 교수는 "한양대는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경쟁력 있는 학교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노력해 한양대를 빛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수들에게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교육을 해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마음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다른 사람을 돕고 베풀면 인생이 훨씬 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을 찾는 외국 학생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고, 어려운 나라의 학생일수록 더 많이 배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종차별은 절대 하지 말고, 오히려 차별받는 외국 학생들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성숙한 한양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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