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활용해 물리학 문제의 해법을 찾아
양자역학 계산 과정을 거쳐 인공지능 결론의 신뢰성 확보
"숨겨진 물리학적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재미 느껴"

최근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통신, 의료, 건설 등의 분야와 접목해 산업 발전을 이루는 추세다. 특히 Chat-GPT(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적용해 복잡한 물리학 문제의 해법을 찾아낸 사례가 있다. 정문석 물리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물리학 문제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물리학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양자역학으로 검증한 최초의 사례다. 인공지능으로 물리학 분야 연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정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정문석 물리학과 교수가 인공지능을 물리학에 적용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에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복잡한 물리학 상관관계를 도출했다. ⓒ 윤사랑 기자
▲ 정문석 물리학과 교수가 인공지능을 물리학에 적용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에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복잡한 물리학 상관관계를 도출했다. ⓒ 윤사랑 기자

 

복잡한 물리학 연구,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

물리학계는 라만 산란(빛이 특정 매질을 통과할 때 격자 진동만큼의 에너지를 잃거나 얻으며 산란하는 과정)과 광 발광(반도체에서 여기된 상태의 전자가 전도대에서 가전자대로 이동할 때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의 상관관계를 활발히 논의해 왔다.

정 교수는 콘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시각적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라만 산란과 광 발광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인공지능에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인공 신경망을 만든 후, 물리적인 상관관계를 도출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포논(Phonon, 물질의 격자 진동)과 광자(Photon)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광자가 움직일 때, 어떤 포논이 광자의 움직임과 관련 있는지 기존에 밝혀진 바가 없다. 정 교수가 학습시킨 인공지능은 특정 포논을 제시했고, 이후 양자역학 계산으로 타당성을 입증했다.

 

▲ 인공지능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실험 결과를 비교한 사진이다. 높은 수준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정문석 교수
▲ 인공지능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실험 결과를 비교한 사진이다. 높은 수준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정문석 교수

정 교수는 기존에 흔히 활용하던 이미지가 아닌 스펙트럼을 활용해 연구했다. 1개의 픽셀에는 1개의 스펙트럼이 대응되며 1개의 스펙트럼은 1000개의 물리 값을 포함한다. 그는 물리학적 정보를 얻기 힘든 이미지를 대신해 분광 데이터인 스펙트럼으로 예측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XAL(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얻은 것에서 나아가 얻은 데이터와 연관성을 분석했다. 인공지능이 답을 도출한 결과에 주목한 정 교수는 양자역학적인 계산을 거쳐 타당성을 검증했다. 해당 과정으로 인공지능이 내린 결론의 신뢰도를 높였다.

 

인공지능, 과학 분야에 활발히 사용될 것

정 교수는 "기존에는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기 위해 큰 비용과 여러 장비가 필요했으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연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측정 데이터와 소자 데이터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새로운 소자를 찾을 때도 인공지능이 효과적으로 쓰일 것이다"며 "인공지능으로 물질의 소재를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합성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른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 초점(레이저, 검출기가 하나의 초점을 공유하는 것) 분광학 결과'와 '탐침 증강 분광학(탐침을 활용해 나노 크기의 분해능으로 분광학 신호를 관측하는 것) 결과'를 활용한 연구다. 인공지능에 두 결과를 학습시킨 후 공 초점 분광학 결과를 통해 탐침 증강 분광학 결과로 나오는 이미지를 예측하도록 했다. 즉, 인공지능으로 분광학적 이미지의 분해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리학,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재미"

 

물리학에 흥미를 느낀 계기에 대해 정 교수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재밌다"며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맛집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데, 맛집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처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기쁘다"고 말했다.

 

▲ 정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용적인 연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 정문석 교수
▲ 정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용적인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복잡한 물리학 현상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분석하며 향후 나노 소재 시장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 정문석 교수

정 교수는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성 분석 기술을 실용적인 연구에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OS)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IEC)에서 나노 소재의 분석법에 대한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최근 그래핀(2차원 평면 구조로 이뤄진 탄소 원자의 결합체)의 적층 수를 측정하는 기준을 주도해 국제 표준으로 출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도 높은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나노 소재 시장의 발전을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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