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빚더미에 짓눌렸나

최근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로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4%로 전년 동기(0.7%)보다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 6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 차주의 가계대출 비중은 29.6%(2013~2019년)에서 38.3%(2020~2021년)로 상당폭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해당 차주들의 소득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다소 취약한 만큼 대출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소득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은 한 번 연체가 시작되면 카드론·리볼빙 등 빚으로 빚을 갚는 다중채무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결국 빚에 짓눌린 청년들은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에 손을 뻗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으로 원금 감면을 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2018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동헌 경제학부 교수

고금리, 고물가 그리고 고용 불안

주동헌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 연체율 통계를 보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높지 않다"고 언급한 후, 청년들이 빚에 짓눌리게 된 원인으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고용 불안을 꼽았다. 주 교수는 "전 정부 당시 청년 대상 금융 지원 사업으로 전·월세 대출 등 대출이 증가했다"며 "선의로 시작한 지원이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청년들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가피하게 빚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층의 정규직 고용이 줄어들어 소득이 불안정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2.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연령대별 온도차는 크다. 50대에서 5만 9천 명, 60세 이상에서 36만 6천 명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30세 미만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대비 9만 8천 명 감소했다. 즉 고금리, 고물가, 고용 불안으로 인한 청년들의 상환능력 저하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대비 청년 실업률
전체 대비 청년 실업률

소도 잡아먹는 외상, 카드론부터 BNPL과 리볼빙까지

금융 환경은 디지털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금융 업무를 위해 은행에 방문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손바닥 속 작은 세상에서 몇 번의 움직임으로 모든 금융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대출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현금 서비스나 카드로 등 은행 신용카드 대출과 더불어, 최근에는 인터넷은행이나 카드사 앱을 통해 BNPL 서비스나 리볼빙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서비스 이용률이 20대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소액 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이하 BNPL) 서비스는 누구든지 신용등급에 무관하게 월 30만 원 한도 내에서 할부 이자와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BNPL 결제방식은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학생·사회초년생 등 '신 파일러(Thin Filer, 금융 이력 부족자)'에게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떠올랐다.

​빅테크 3사(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BNPL 시장은 자체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취약차주에 신용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운영됐지만, 급증하는 연체율로 건전성 지표에 문제가 생겼다. BNPL 연체율은 지난해 6월 평균 5.8%로 전분기 대비 1.4%p 상승했으며, 비슷한 기능의 카드사 연체율이 1%대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대금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해 나중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연체로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금융 서비스다. 하지만 평균 수수료율이 연 15%~19% 수준으로 높아 사실상 대출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월 잔액을 단기간 내 상환하지 않으면 청구금액 누적으로 상환 부담이 늘어나 장기간 이용 시 연체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용카드 연체 총액이 2조 51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분기(1조 3398억 원)보다 53.1% 상승한 수치다. 리볼빙 잔액도 지난해 말 기준 7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 위험을 인지하라

이렇듯 안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대출에 의존하게 되고 연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과잉 소비로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2000년대 초 카드대란을 떠올리게 한다.

​주동헌 교수는 청년들이 연체의 늪에 빠지는 것에 대해 "리스크(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위험 관리인데, (청년층이) 경제활동 경험이 적다 보니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위험 관리가 안 된 것"이 BNPL이나 리볼빙 서비스의 과도한 이용을 불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개인 차원에서는 실물을 중심으로 경제를 생각하며,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자산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오히려 이번 연체를 계기로 청년들이 앞으로의 경제활동에서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는 청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대해 대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연체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IT와 함께 발달한 금융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득 범위 안에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금융 교양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 경제적 상황으로 갈 수 있도록 금융·경제 공부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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