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대표 이홍래 학생
졸업생 대표 이홍래 학생

사랑하는 ERICA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선배님, 동기님, 후배님 모두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광고홍보학과 19학번 이홍래입니다.

졸업생 여러분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서니, 멋모르고 철없던 스무살 입학하고 몇 달이 되지 않아 맞이한 첫 스승의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수업을 준비하시는 전공 교수님께 “교수님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라고 장난스레 말씀 드렸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다. 나중에 졸업반이 되어서도 그런 맘이 들면 그때 얘기해주렴”이라고 하셨죠. 선생님들과 친근하게 지냈던 고교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조금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입학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래도 교수님이니까 스승님인데 뭐 저리 선을 그으시나- 하고 말이죠.

졸업을 맞이한 지금으로서는, 스승이라는 호칭에 더 큰 무게감을 느낍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때면 누구보다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시고, 걱정과 불안이 앞설 때면 따뜻한 격려와 응원으로 힘이 되어주셨던 교수님들을 떠올리니 스승의 은혜란 결코 쉽게 말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어리숙하고, 때로는 투덜거리고,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는 이 어린 학생들에게 제자라는 이유 하나로 얼마나 많은 마음을 내어주셨는지, 이제는 압니다. 광고홍보학과 교수님들, 다중전공이었던 경영학부의 교수님들, 교양에서 만나뵈었던 교수님들, 그리고 졸업생들을 대표해 우리 학생들을 지지해주시고 이끌어주신 모든 교수님, 교직원 분들, 그리고 내외 귀빈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제자로 대학생활을 기록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졸업생 여러분.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가장 고참이었던 저희는, 오늘부터 사회에서 가장 신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주어진 주제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이제 저희에게는 시험도 없고, 성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성적표로 받았던 객관적 평가 대신 팀원과 상사들의 주관적인 피드백과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불공평한 사회 구조를 일컬어 출발선이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출발선이 다른 만큼 각자의 코스도, 결승선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쉬운 직선 코스를 아주 오랫동안 가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빨리 가는 대신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의 상황과 타인의 상황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지 마세요. 우리들은 충분히, 온전히, 오롯이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고민하다 보니, 얼마 전 한 식당에서의 일이 떠오르더군요. 40대 직장인 남성 두 분이 옆에 있었는데요. 직장생활의 고충을 한탄하는 흔한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게, 누가 그러더라.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힘들어진다고. 좋아하는 게 일이 되어버리니까. 근데 말야, 그래도 난 진짜 프로그래밍이 너무 좋았어. 진짜로. 지금도 그래.” 저희도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요.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지금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열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실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꽤나 뾰족합니다. 배려와 권리가 서로 상충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어우러지지 못한 채 서로간의 불신과 경계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에 나가면 따스하고 진실된 사람 한 명을 찾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더 차가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우리가 그 따뜻한 한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결코 쉽진 않을 겁니다. 그럴 땐 내가 주변에서 받았던 따스함을 떠올려봅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전 이런 것들이 생각납니다. 문득 생각났다며 오랜만에 먼저 안부를 묻는 친구, 나의 장점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 더 사소하게는 바쁜 등교길과 출근길에 제게 먼저 길을 양보해주었던 사람, 타지에서 잃어버렸던 제 지갑을 찾아주었던 모르는 사람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햇빛과 바람의 내기처럼, 차갑고 매서운 바람은 상대방을 움츠리게 하지만, 따스한 햇살 한 줌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합니다.

세계적인 작가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여러분이 베푼 사랑이 우연 속에 스며들고 훗날 필연이 되어 더 큰 사랑으로 돌려받는 날이 오리라고 제가 감히 약속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존경하는 교수님, 늘 고마운 친구들, “저희 오늘 졸업합니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받은 모든 것들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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